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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글로벌 복합위기 속 한국경제, 긴 안목으로 미래 기회 잡을 내실 다져야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2023년 01월호


지금 우리는 글로벌 복합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긴 그림자가 3년째 우리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2월에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식량위기와 에너지위기의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반도체와 원자재 등 전략자산뿐만 아니라 일반 범용상품의 안정적인 공급도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는 가속화하고, 미중 경쟁은 비전통적 영역뿐만 아니라 전통적 안보 영역에서도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주요 강대국을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도 노골화하고 있다.

대외경제 상황은 불안정 속에서 큰 조정을 겪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지속돼 온 확장적 통화정책은 그동안 엄청난 과잉유동성을 발생시켰고, 코로나19 팬데믹과 공급망 불안으로 물가 수준이 빠르게 상승해 40년 만에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은 경기를 빠르게 하강시켜 취약국을 중심으로 경제위기의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취약계층에 더 큰 타격을 줘 분배구조를 악화시켰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은 허약해졌고 사람들은 지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되면서
식량·에너지 위기 더 심각하게 전개될 수 있어 


현재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자. 먼저, 올해 세계경제는 2% 초반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치는 2021년 6.1%, 2022년의 3.1%(추정)보다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2010년대 중반 세계경제의 평균 성장률 3% 중반대를 밑도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긴축과 파편화 속에서 코로나 이후 진행되던 경기회복이 다시 억눌린 형국이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경제에 미친 악영향뿐만 아니라 40년 만에 돌아온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으로 주요 선진국이 펴고 있는 급격한 긴축적 통화정책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공급망 교란은 2021년 말에 최악의 수준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원자재와 노동시장에서는 여전히 압박이 계속되고 있으나 운송과 생산 부문에서는 공급망 압력이 낮아지고 있다. 2021년 말 최고 수준에 비하면 최근의 공급망 압력은 반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다만 전쟁으로 빠른 정상화가 늦춰진 측면이 여전히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당초 예상과 달리 1년 넘게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수세로 몰리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지만 러시아의 경제상황이 심각하게 어려운 것은 아니고,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입장은 서로 다르지만 러시아에 대한 전쟁 의지가 여전하다. 종전협상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이다. 

올해 세계는 식량위기가 더 심각하게 전개될 수 있다. 지난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제약받았으나 협약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지속됐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곡창지대의 파종면적이 줄어듦에 따라 상당한 생산감축이 예상된다. 게다가 러시아산 비료 공급의 부족으로, 남미 등 다른 곡창지대에서의 비료 부족 문제가 적정 수준의 식량 공급을 제약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 부문에서 심각한 것은 천연가스 공급이다. 지난해 전쟁자금 확보 차원에서 제한적이나마 천연가스를 공급했던 러시아는 대체 공급지를 찾게 됨에 따라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을 재개할 이유가 별로 없어졌다. 비축 천연가스가 바닥날 유럽의 2023년은 2022년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첨단 전략자산에 대한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구조는 계속 유지되고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겪는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며, 적절한 소재와 장비 공급이 되지 않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 또는 중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의 생산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핵심광물 부문에서 중국의 장악력이 확고한 가운데 중국이 핵심광물 공급을 무기화하지는 않았으나, 올해는 공급망상의 교란이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호주, 인도네시아, 캐나다, 남아공과 남미 일부 국가의 대체 가능성이 아직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EU는 각각 반도체, 배터리와 전기차 분야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해 연이은 입법을 통해 대중 견제를 넘어서 자국으로 모든 첨단산업의 공정을 불러들이려는 미국 정부의 의도는 유럽, 일본과 우리나라의 반발을 사고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다. 유럽도 첨단 전략자산에서 ‘포트리스 유럽(Fortress Europe)’을 구축한다는 우려가 더욱 높아가고 있다.

디지털과 그린 분야에서도 대전환의 구조변동이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 무역 관련 규범 제정은 WTO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독립적인 디지털동반자협정과 함께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다른 12개국과 함께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등 미국이 자신의 의도를 솔직하게 드러낸 협정에서 어떠한 형태로 디지털 무역규범이 제정됐는지 파악해야 한다. 

노동과 환경 이슈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선행 협정을 진지하게 참고해야 한다. 그린 분야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국제적 이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최근 EU 집행위는 유럽의회와의 협의를 거쳐 2021년에 발표한 당초 안보다 더 나아간 새로운 CBAM을 발표했다. 전환기간이 올해 10월 시작되고 본격 시행은 그로부터 3~4년 뒤로 일정이 다소 늦춰졌지만, 대상 품목에 수소가 추가되고 일부 간접배출이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명분은 어떠하든지 CBAM은 탄소관세의 역할을 함으로써 새로운 통상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EU 탄소국경조정제 등 해외동향 정밀하게 파악하고
규제개혁 통해 속도감 있게 디지털·그린 전환 이뤄내야


한국경제가 이 상황을 견뎌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글로벌 복합위기의 거센 파도에 정면으로 대항하기보다는 이를 타고 넘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해외동향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국내적으로 규제개혁을 통해 속도감 있게 디지털과 그린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이를 통해 투자를 회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함과 동시에 디지털과 저탄소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경제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일부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벗어나기 위한 국제협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보다 긴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 2, 3년 후면 위기 국면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기업은 향후 도래할 기회를 잡기 위해 내실을 다져 신제품 개발과 상용화 작업을 미리 하는 하로동선(夏爐冬扇)의 지혜를 가져야 하고, 정부는 어려운 재정상황에서도 선별적 재정정책을 통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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