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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다시 찾아온 위기, 산업 대전환으로 극복하자
주현 산업연구원장 2023년 01월호


지난해 경제상황은 우리가 내심 기대했던 바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불확실한 측면이 많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 주도한 통화정책의 급속한 전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연이은 봉쇄조치, 격렬해지는 강대국들의 경제패권 다툼, 점증하는 신흥국들의 금융불안과 같은 변수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그 결과 2022년 경제는 전년보다 악화됐고 기대했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3년 경제에 대한 기대도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IMF는 지난 10월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서 2023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2.7%로 전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상당수 국가가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는 아직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성장세 둔화,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 불확실성 확대 등의 부정적 요인들이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등 성장 시장 공략하며 중국 의존도 낮추는 등 
경기침체기의 수출 전략 마련해 안정적 성장 모색해야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의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4분기부터 제조업과 수출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고물가와 고금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붙잡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국내 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고 소비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1% 후반대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제조업에서 자동차, 조선,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등의 업종은 그나마 긍정적인 흐름이 기대되지만 반도체, 석유제품, 철강을 비롯한 여타 대다수 업종은 부정적 흐름이 예상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미칠 영향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는 각 부문의 누적된 부채와 금리의 추가 상승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위험요인이 될 것이다.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단기적으로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대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회사채시장 불안과 자금시장 경색이 일부 나타난 바 있는데, 기업 도산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물가 및 외환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의 유지가 필요하지만,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경기침체기의 수출 전략을 마련해 안정적인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수출의 획기적 증가가 우리 경제의 회복을 이끌어왔지만 올해는 수출이 감소해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등 성장하는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 산업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당면한 위기극복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되, 세계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메가트렌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신기술과 신산업이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감축의 중요성이 커지는 점,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소위 탈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 소비 행태와 노동 및 일자리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점, 기업들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세계사적 흐름은 우리만 직면한 문제는 아니다. 모든 국가에 공통으로 주어진 과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리나라는 기존의 산업 질서, 즉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친환경적이 아닌 탄소집약적, 그리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가치사슬 구조하에 최적화된 국가 중 하나였다. 지금은 경제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그간 우리가 가졌던 경쟁우위의 많은 부분이 오히려 리스크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가 다른 어느 국가보다 산업 대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기술 개발이나 신산업 육성, 인재양성 등이 미흡하고, 강대국 간의 갈등과 국제질서 변화로 경제안보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더욱이 저성장·양극화와 함께 인구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생산성 정체로 인한 성장잠재력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산업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은 현재 갖고 있는 초격차를 유지·확대해야 한다. 이들 산업에 민간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기업 수요에 맞는 산업인재가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 대전환 위해선 민간의 신속·과감한 투자 가능하게 하고
제품·서비스 간 융합 촉진해 새로운 먹거리 산업 찾아야


둘째,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 주력산업은 탈탄소화를 위한 기술적 해법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연관 산업 생태계가 전면적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 전환 과정에서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경쟁력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새로운 먹거리 산업도 찾아야 한다. 순차적이고 분절적으로 이뤄지는 정부의 육성정책은 동시다발적이고 와해적으로 이뤄지는 혁신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유망기술을 선정하고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제품과 서비스 간의 결합과 융합을 촉진하는 데 좀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정책당국은 긴 안목으로 대응의 기본 방향과 전략을 수립해 개별 사안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겠지만 가능한 한 폭넓게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그래야만 충분한 추진력과 일관성을 갖고 장기간에 걸쳐 산업 대전환 전략을 실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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