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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미룰 수 없는 노동개혁, 국민 눈높이에 맞춰 중장기까지 대비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직무대행 2023년 01월호


2022년 고용통계를 살펴보면 우리 노동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회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용회복 추세가 나타난 2021년 2분기부터 2022년 11월까지 30만 명 이상의 취업자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실업자 및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2021년 초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실업률은 2022년 매 분기 떨어져 3분기엔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2.5%를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3분기 53만 명 감소하는 등 2022년 감소 폭이 더욱 커지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비경제활동인구의 경제활동으로의 이행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노동시장 모니터링 강화하고, 위기 징후 포착되면
고용 유지·촉진과 소득 유지 위한 단계별 정책 추진해야


그러나 2023년 노동시장 분위기는 어둡다. 최근 글로벌 고물가와 이에 대응하는 고금리 정책은 경제를 둔화시키고 있으며, 국가 간 전쟁과 코로나의 여파로 인한 국제 공급망 마비 또한 악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는 어느새 우리 경제를 옥죄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의 2022년 12월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정부는 물가, 내수, 수출 등에서 경기둔화의 징후를 지적한다. 11월 기준 7개월 연속 경기둔화, 9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2023년 1%대 중후반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금융위기 상황이던 2009년 0.8%, 코로나 상황이던 2020년 -0.7%를 제외하면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KDI와 한국노동연구원은 2023년 8만~9만 명의 연간 취업자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1월 기준 63만 명의 취업자 증가 규모를 고려할 때, 이는 2023년 급격한 고용 악화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견한다. 

실물경제 상황이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올해는 일자리 대책과 소득 유지를 위한 정책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따라서 2023년 초 노동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위기 징후가 발생하면 고용 유지 및 촉진, 소득 유지를 위한 단계적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사전단계로 과거 추진된 일자리대책 중 효과가 큰 사업을 미리 선별해 두고, 1단계로 임시직·일용직 등이 급감하거나 전체 취업자 증가 규모가 일정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앞서 준비해 둔 대책을 추진한다. 2단계로 일부 분야의 상시직 일자리 감소까지 발생하며 전체 취업자 증가 규모가 0에 가까워지는 경우 1단계 대책에 상시직 일자리 감소가 발생하는 분야의 충격요인을 완화하는 산업정책과 함께 일자리전환 촉진 지원대책을 추가한다. 마지막 3단계로, 대부분 분야 모든 고용형태에서 일자리가 감소해 전체 취업자 증가 규모가 감소 추세로 전환할 경우 1단계, 2단계 정책에 더해 경기사이클을 상승 주기로 바꾸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혹자는 경기침체가 오는 이런 시기에 무슨 노동개혁을 추진하느냐고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개혁은 중장기에 걸쳐 추진해 지속 가능한 경제와 사회를 구축하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미뤄뒀다가 추진할 성격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개혁의 내용이며, 이 개혁을 추진할 경우 국민이 어떤 성과의 혜택을 받을지가 명확히 보인다면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당시 공약집을 통해 다양한 노동 이슈에 대해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밝혔다. 이 공약들은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제시를 거쳐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큰 정책과제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했고, 여기서 우선 추진과제로 제시된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이 노동개혁 과제 중 가장 먼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는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회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일하는 방식의 다양성에 대응하는 근로시간 법제의 현대화를 위해 근로시간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임금체계는 격차 해소, 공정성 회복을 위한 개편을 제시했다. 

세부 과제를 보면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서는 노사의 연장근로시간 자율 선택, 근로일 및 출퇴근시간에 대한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 확대, 충분한 휴식 보장을 위한 근로자의 건강 보호, 근로시간 기록과 관리체계 강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및 다양한 휴가 사용 활성화, 근로시간 제도의 현대화 등을 제시했다. 임금체계 개편에서는 고령자 시대를 대비한 임금체계 개편, 관련 법제 정비, 중소기업과 해당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계 구축 지원, 지역·업종 차원의 임금체계 개편, 공정한 평가 및 보상 확산 지원, 포괄임금 등의 오남용 방지, ‘상생형 임금위원회’ 설치, ‘직무별 시장임금’ 정보 제공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이 언급됐다.

과거 부작용 타산지석 삼고
부문별 파급효과 등 세밀하게 분석해 개혁 추진할 필요


2023년은 이러한 세부 과제를 더욱 구체화해 그 내용을 만들고 추진하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 정부가 주 52시간 상한제를 추진하면서 이 제도가 적용되면 큰 충격을 받는 근로시간 비례형 저소득 근로자를 고려하지 못한 점,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워 특례에 포함돼 있던 부문(일례로 연구개발)을 주 52시간 상한제에 포함한 점,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설정하지 않고 임기 내에 마무리지으려 했던 점 등의 부작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즉 이번 제안대로 연장근로를 자율적으로 노사가 결정할 수 있도록 했을 때 장시간 근로로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해칠 수 있는 부문 또는 직업이 없는지 그 파급효과를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 또한 기업 직무별·업종별 등 특성이 다양한 만큼 각각의 상황에 적합한 임금체계, 공정한 평가에 따른 임금체계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풍부한 정보가 제공됐을 때 연구회가 제시한 내용을 적절하게 추진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발생하느냐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으나 2023년은 노동시장 위기에 대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만들어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시에 중장기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계해 추진하는 시작점에서 세밀한 정책프로그램 구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고용노동 분야의 장기적 정책 이슈는 결국 기술에 의한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고용·노동 정책만으로는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하다. 고용·노동 정책-경제·산업 정책-과학기술정책-교육·훈련 정책의 공조가 필요하다. 수년 동안 정부는 일자리정책에서 부처 간 협력하기보다 상호 견제해 정책패키지를 효율적으로 추진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변동성이 커진 경제와 사회의 대전환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력을 통한 패키지 정책 추진이 필수다. 그 중심에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가 국정을 이끌어가는 두 리더로서 공동의 목표를 갖고 경제와 사회 분야에 속한 여러 부처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2023년은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민 눈높이 맞춤형’ 정책 추진이다. 정부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우리 국민의 후생 향상이므로 국민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정된 목표와 내용으로 정책이 추진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