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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새로운 협력 기회를 품고 중동시장이 다가온다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2023년 03월호
 
 
올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은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한국 방문과 함께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을 지피고 있다. 한국과 UAE 양국은 300억 달러(약 37조 원) 규모의 투자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건설과 관련해 한국 기업의 진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한국과 UAE의 경제협력이 강화되면서 중동시장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탈석유 시대 준비하는 중동 산유국…
청정에너지, 항공우주 등 새로운 협력 분야 창출돼


오늘날 제2의 중동 붐 속에서 한·중동 경제협력의 양상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과거 산업화 시기의 경협은 주로 석유와 건설 부문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한국은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중동 국가로부터의 안정적인 석유 자원 확보에 매진했다. 또한 한국 근로자들이 중동 건설시장에서 벌어들인 외화수입은 성공적인 산업화를 위한 주요 기반이 됐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중동 산유국들이 탈석유 시대 준비에 따른 경제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협력 분야들이 창출되고 있다. 청정에너지, 핵에너지, 탈탄소화,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보건의료, 수자원, 식량안보, 항공우주, 방위산업과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의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다.

이렇듯 중동 산유국들이 강조하는 ‘경제 다각화를 통한 수입원의 다변화’는 더 이상 슬로건에 머물지 않고 국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일례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디 비전 2030’에 따라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관광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UAE의 경우 GDP에서 석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1971년 약 90%에서 현재 30% 미만으로 감소하면서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선두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기존의 ‘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과 함께 올해 1월에는 두바이를 세계 3대 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해 10년 동안 1경 원이 넘는 천문학적 투자를 집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두바이 경제 어젠다 ‘D33’을 발표하며 경제 부흥을 꿈꾼다. 

그런데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 중동의 사회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미흡하다. 이 지역은 이슬람의 영향력 이외에도 아랍문화에서 유래하는 사회문화적 관습이 존재한다. 아랍문화를 대표하는 것 중에 하나는 여행객이나 손님과 같은 낯선 이에 대한 환대다. 이러한 환대의 연원은 전통적인 사막의 유목민인 베두인족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사막에서 근근이 삶을 이어가는 베두인족에게 낯선 손님을 향한 환대는 협력자를 확보함으로써 생존을 도모하는 삶의 방식이었다. 베두인족은 방문객들을 환대함으로써 경쟁관계에 있는 부족의 정보를 얻거나 부족 갈등 시 잠재적 협력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아랍 무슬림들은 손님에 대한 환대뿐만 아니라 가난한 자나 이웃들에게 관대함을 보이는 것을 덕목으로 생각한다. 결혼식이나 이슬람의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단식종료축제),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에는 많은 음식을 만들어 주위 사람들과 나누는 풍습을 미덕으로 여겼다. 이 외에도 아랍 문화는 혈연 중심의 가족중심주의 아래 나이 많은 연장자를 존중해 왔다. 현대사회에서 아랍의 전통문화는 변화되는 측면도 있지만, 생활양식으로서 상당 부분 존속하고 있다.

한편, 중동 국가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날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동 지역의 국부펀드가 문제해결의 방책으로 주목받았고, 이 때문에 중동이 글로벌 금융의 새로운 축으로 간주됐다. 무엇보다 오늘날 중동은 글로벌 물류 이동, 민간 항공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이점을 살리면서 중동의 항공사들이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두바이 공항은 런던 히스로 공항을 능가하는 최대 규모의 공항으로 부상했고, 에미레이트항공은 세계 주요 도시에 취항하며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금융, 물류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영향력 키워나가

이 외에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중동의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140개국 이상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화학제조기업 사빅은 중동의 유력 기업으로서 시장점유율을 키워나가고 있다. 또한 UAE의 통신기업인 에티살랏은 중동 최대의 이동통신사로서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로 진출을 확대하는 중이다. 중동의 철강, 알루미늄 회사들의 글로벌 경쟁력도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동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금융, 여행, 항공업, 물류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데, 앞으로 경제 다각화가 가속화되면 경쟁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대통령,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국왕과 같은 젊은 차세대 지도자들이 신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나서 중동경제의 활력은 점증하고 있다. 

그렇다고 장밋빛 미래만을 그려볼 수는 없다. 저유가 시기 중동 국가들은 국제유가 변동성에 따라 수출 실적이 감소하고, 실업률이 증가하는 동시에 재정수입 안정성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저유가 시기를 지나오며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중동 국가들이 천문학적 자금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경제에서 커지는 중동의 위상 속에서 새로운 협력의 기회를 가진 중동 붐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험요인을 최소화하면서 다가오는 중동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과 중동 간의 지속 가능한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상생의 장기적 협력방안, 새로운 플랫폼 구축을 통해서 제2의 중동 붐을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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