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했다. 한국과 UAE 간 정상회담은 지난해 5월 취임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에게는 임기 개시 이후 최초의 국빈 초청이라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1980년 양국 수교 이후 최초의 UAE 국빈 방문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 또한 이번 UAE 국빈 방문은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역대 최고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UAE 정부가 한국에 3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은 가장 두드러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금융·산업계 등 참여한 ‘한·UAE 투자협력 플랫폼’ 만들고
양국 상시대화 채널도 개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UAE 대통령궁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확대하는 차원에서 UAE 정부는 자국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한국의 전략적 분야에 300억 달러를 투자할 방침’임을 전격 공개했다. 양국 간 정상 합의문 협의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투자규모를 밝히지 않았던 UAE 정부의 300억 달러 투자 발표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와 함께 양국 간 투자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는 ‘국가 투자 파트너십(SIP; Sovereign Investment Partnership)’을 체결했다. 국가 투자 파트너십(SIP)은 무바달라가 러시아·프랑스·중국 등의 국부펀드, 공공금융기관 등과 공동투자를 목표로 체결하는, 투자협력을 위한 기본협정이다.
이번에 UAE에서 발표한 300억 달러 투자는 한국과 UAE 양국 정상 간 합의문에 명시된 사항으로, 무엇보다 투자규모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UAE가 영국, 프랑스, 중국 등 다른 나라와 맺은 투자협력 규모와 비교해 볼 때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UAE와 200년 이상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영국에 대한 UAE의 투자협력 규모가 100억 파운드(약 122억 달러) 수준이고, 프랑스와 중국에 대한 투자가 50억 달러 수준임을 고려할 때 이번 UAE의 한국에 대한 투자협력 규모는 실로 엄청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는 2009년 바라카 원전 건설, 2011년 이후 아크부대 파병 등으로 긴밀하게 형성된 양국 간 신뢰관계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대규모 자금이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 원활하게 투자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3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UAE 투자유치 후속조치 점검회의’를 개최해 한·UAE 투자·금융 분야 협력 후속조치 계획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한국과 UAE가 서로 윈윈하는 최고의 투자협력 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인식 아래 UAE의 300억 달러 규모 대한국 투자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민관이 한 팀이 돼 총력 대응한다는 원칙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정부, 금융기관, 산업계,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한·UAE 투자협력 플랫폼’을 구축·운영해 UAE의 국내 투자를 총력 지원하기로 했다.
‘한·UAE 투자협력 플랫폼’은 대내적으로는 민관 합동의 지원체제인 ‘UAE 투자협력 위원회’와 ‘UAE 투자협력 네트워크’로 구성되며, 대외적으로는 UAE와의 상시협력 채널 구축으로 이뤄진다. 먼저 UAE 투자협력 위원회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 장관과 산업은행 회장,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으로 구성되며, UAE의 투자 촉진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협의체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UAE 국부펀드 등에 정통한 민간 전문가 등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민간의 전문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UAE 투자협력 네트워크는 이번에 UAE 국부펀드와 국가 투자 파트너십(SIP)을 맺은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민간이 주도한다. 한국투자공사, 한국성장금융, 한국수출입은행, 금융투자협회 등 금융업계와 에너지, 원전, 수소, 태양광, 방산 등 관련 산업계가 참여해 UAE의 국내 투자를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UAE 투자협력 네트워크는 UAE의 투자수요 등에 맞춰 유연한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직접투자 또는 간접투자와 같은 투자방식, 바이오 등 투자분야, 벤처기업 등 투자대상 등에 맞는 최적의 맞춤형 지원체계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과 UAE 간 원활한 투자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양국의 고위급 및 실무급 관계자들 간 상시대화 채널 개설도 추진할 방침이다. 먼저 추경호 부총리와 칼둔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무바달라 CEO 겸임) 간 ‘고위급 투자협력 대화’를 구축한다. 고위급 투자협력 대화에서는 투자협력과 관련한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무바달라 등 UAE 국부펀드와 기획재정부, 산업은행,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실무 투자협력 채널’도 구축할 계획이다. 실무 투자협력 채널은 분기 1회 개최를 원칙으로 하며, 필요한 경우 언제나 개최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상시협력 채널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올 하반기 UAE 국부펀드 대상 IR 개최할 방침
‘UAE 투자협력 위원회’와 ‘UAE 투자협력 네트워크’는 이제 한·UAE 투자협력에 관한 전반적인 운용계획과 전략 등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올해 상반기 중 한·UAE 고위급 투자협력 대화를 개최하는 한편, 하반기에는 아부다비 등 UAE 현지에서 UAE 국부펀드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IR)를 개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한다.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한국 방문과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으로 신중동 붐을 일으키기 위한 첫 단추는 끼워졌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의 최고 성과인 UAE 300억 달러 투자유치가 새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중동 붐 실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국내 금융업계, 산업계 그리고 민간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대처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