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챗GPT는 AI 발전에서 어떤 의미를 갖나?
AI의 이론적 발전도 중요하지만 대규모 데이터의 축적과 그래픽처리장치(GPU), AI반도체 등 컴퓨팅 자원의 발달이 챗GPT 같은 초거대AI를 가능케 했다. 기존 AI와 달리 초거대AI는 ‘생성’에 특화돼 글이나 음악,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코딩 등 창조적인 일도 수행할 수 있어 창의적인 영역의 지능까지 겸비했다.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어로 어텐션(attention) 처리가 가능한 ‘트랜스포머’ 모델, 즉 딥러닝 모델의 등장도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어텐션 메커니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서로 멀리 있지만 중요한 입력들에 ‘집중’해 기억하는 것이다. 이 덕분에 챗GPT도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맥락 간 간격, 단절이 있더라도 연관되는 정보들을 처리하는 장기 기억능력을 갖춘 것이다.
국내외 빅테크가 초거대AI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외 기업들이 이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초거대AI 모델에서 인터넷 혁명, 모바일 혁명을 잇는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기반 기술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데이터가 다르거나 적용처가 다르면 AI 기술을 별도로 개발해야 했다. 반면 초거대AI는 기본적 지능을 고도화해 여러 작업에 활용할 수 있어 세부 영역이나 문제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나 연구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한편 앞선 두 번의 변혁기에서 소수만이 살아남아 수익을 차지하는 상황을 경험했던 기업들이 초거대AI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KT는 어떤 초거대AI를 준비하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
우리가 개발하는 ‘믿:음(Mi:Dm; Mindful Intelligence that Dialogs, eMpathizes, understands and moves)’은 초거대AI의 특징인 범용성은 기본이고, 보다 전문적인 영역을 타기팅하고 있다. 각 산업 섹터의 전문 기업 및 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융합지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산업의 다양한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또 전문지식의 업데이트 및 활용에 용이한 구조로 설계해 보다 신뢰성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고객과의 공감, 감성적인 소통과 심도 있는 이해를 기반으로 한 페르소나를 가진 초거대AI로 지성, 감성 그리고 개성까지 갖춘 AI로 진화하고자 한다.
AI의 신뢰성 문제를 믿:음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믿:음을 포함한 현재의 초거대AI는 미리 학습된 수많은 사례를 참고해 주어진 질문에 가장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답을 찾는 과정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최근 빙(Bing)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Bard)를 보면 AI가 제공하는 답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검색 결과’를 응답으로 만들어내는 데에 원천데이터를 사용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때 사용자는 레퍼런스를 참고해 답변의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확한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 정보의 특성상 단순히 검색을 연결했다고 해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KT 믿:음은 응답을 생성할 때 이미 언어모델 외부의 지식을 같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여러 응답 중 신뢰성 있는 원천지식에서 생성된 응답에 우선순위를 줘 제공하는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
믿:음은 우리가 어떤 형태로 활용하게 되나?
믿:음은 이미 KT 핵심사업에 투입돼 혁신을 이끌고 있다. KT 기가지니 대화와 서비스를 더욱 지능화·개인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KT 100번 고객센터의 상담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앞으로는 믿:음을 활용해 시니어 고객들이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하도록 돕고, 가상도우미를 통한 건강관리, 생활 상담 등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자기주도 학습 제공 등 교육 분야에서의 활용도 기대하고 있다.
국내 AI 생태계 구축과 활성화를 위해 KT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나.
국내 산학연 협력체계인 ‘AI 원팀’을 설립해 산업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인재양성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참여기관으로는 현대, LG, 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기업과 KAIST, 한양대, 성균관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이 있다. KT-KAIST 공동연구센터를 조성해 AI 기술과 인지과학, 인문사회과학을 접목한 ‘넥스트 AI’를 준비 중이다. 또 초거대AI의 저변 확대를 위해 KT 클라우드, 파두, 모레, 리벨리온 등과 AI 풀스택(AI full-stack; AI반도체 등 인프라부터 고객에게 제공되는 AI 응용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제품과 서비스)을 구축해 효율적인 학습과 추론 인프라를 제공하고자 한다. B2B 고객이 믿:음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AI 연구개발 포털 지니랩스에서 API도 공개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취해야 할 산업 전략은 무엇일까?
AI는 다양한 산업혁신을 가능케 하는 기반 기술이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 등 파상공세를 보면 우리나라도 경쟁력 있는 AI 기술력을 키워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데이터 확보, 인프라 및 산업 생태계 확보 관점에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 또한 잘못된 답변, 윤리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균형 있는 기술 확보, 규제·법안 정비, 관련 산업 육성도 과제다. 기업 역시 경쟁 논리 중심에서 벗어나 상호협력에 적극 나서야 할 시기다. 대규모 초거대AI 인프라 구축을 기업이 독자적으로 하는 것은 전체 국가산업 생태계 관점에서 볼 때 비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점점 심화하는 파라미터(Parameter; AI가 딥러닝을 통해 학습한 데이터가 저장되는 곳) 경쟁에서 유발된 인프라 경쟁에서 정부, 기업, 기관, 학교 등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우리만의 자생적인 초거대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전문성을 키워가야 한다. 기술적 실패를 용인하고 혁신적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테슬라, 오픈AI처럼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시장 공개는 필수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적 난관이나 실패에 가혹하다. 첨단기술 도입 초기에는 완벽함을 기대할 수 없다.
AI가 바꿀 미래, 어떻게 보는지.
70여 년의 AI 역사에서 지난 10년은 딥러닝의 등장으로 폭발적인 혁신이 이뤄졌다. 1년 단위로 놀라움을 줬던 기술의 발전을 이제는 매일매일 겪고 있다. 이 놀라움을 AI 연구자나 개발자뿐 아니라 모든 이가 체감하는 시대가 온 것에 개인적으로 감격스러움을 느낀다. 최근 챗GPT 열풍으로 AI가 바꿀 미래에 대해 한편으로는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은 초거대AI를 활용해 얻는 결과물을 잘 조합해 업무나 일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돼 있다. 즉 ‘얼마나 잘’ 활용할 것인가에 집중한다면 AI와 인간이 공존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미래의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새로운 기회에 주목하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다. 1~3차 산업혁명을 지나며 많은 직업군이 소멸하고 그만큼 다시 생성됐다. AI 이해도를 높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기회를 잘 포착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