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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우리 사회는 AI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
박현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전략팀장 2023년 04월호

사실 AI는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 예컨대 구글에서 제공한 번역서비스나 네이버의 파파고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AI다. 그러나 그간 AI는 신약, 신소재 개발 등 전문가의 영역에서 더 큰 이목을 끌었다.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코딩이나 컴퓨터 문법에 대한 지식 없이 일상적인 문장으로 작동하는 챗GPT가 지난해 일반에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충격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챗GPT 개발자 “AI에 대한 논쟁과 체험 등으로 
사회가 AI를 이해할 필요 있어”


챗GPT는 채팅(대화)에 특화된 AI다. 이미 여러 기업에서 서비스 만족도 제고를 위해 도입, 활용하고 있는 AI이기도 하다. 챗GPT ‘열풍’으로 불릴 만큼 거대한 사건이었고, 그것은 현재진행형이다. 챗GPT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긍정적인 시각에서는 챗GPT를 혁신의 도구로 보고 있다. 업무에 필요한 이메일 문구를 작성해 주고,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영어로 학습된 챗GPT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그리고 영어를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에서 챗GPT 이용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저명한 과학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챗GPT로 작성한 논문을 금지하고 있고, 국제머신러닝학회에서는 AI를 이용한 논문 작성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챗GPT가 작성한 문건이 가짜뉴스로 확산될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미국 일부 지역에선 챗GPT 접속을 차단하고, 챗GPT를 이용한 과제물 제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챗GPT에만 국한된 사례가 아니다. 게티이미지사는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AI인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에 저작권 침해 문제로 1조8천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라 무라티 오픈AI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최근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AI 오용 우려를 표명하며 AI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CEO 역시 『포브스』 인터뷰에서 “사회가 AI에 대해 논쟁하고 이점과 단점을 체험하는 경험을 통해 AI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며 챗GPT는 ‘오버톤 윈도(Overton Window, 어떤 정책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한 모델)’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자사의 신제품을 출시한 기업은 제품의 우수한 점을 홍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챗GPT를 개발한 기업에서 AI에 이 같은 견해를 보이는 이유는 AI가 전문가의 영역에서 일반인의 영역으로 이동·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AI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까? 다행히도 알파고 이후 우리 사회는 그 준비를 차근차근히 하고 있다. 「지능정보화 기본법」을 중심으로 ‘국가정보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AI 윤리기준’을 마련했으며, 데이터 및 AI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위한 민관 TF 구성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개발자와 전문가 영역에서 준비가 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과정에서 저작물 이용(복제 및 전송 등) 시 면책 조건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이다. 이 개정안은 2021년 국회에 제출됐으나 여전히 계류 중이다. 빅데이터,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소송이 제기된 스테이블 디퓨전 사례 같은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사회적 확산을 위한, 즉 일반인을 위한 제도도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지금까지는 AI 개발과 시장 창출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AI의 눈부신 성과와 사회적 문제가 혼재될 것…
챗GPT 열풍이 AI에 대한 사회적 합의 이끄는 계기 되길 


샘 올트먼의 의견과 같이 사회가 AI를 경험하고 이해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논의와 숙고가 필요하다. 특히 특정 기술이나 특정 영역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그 영향이 있다면 기존의 사회적 규칙인 법안을 검토하는 등 다른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지능정보화 기본법」을 일부 개정해 AI 활용 범위의 문제 등을 다루고 관련 법령인 「저작권법」 개정법률안 등을 제도화해 AI의 개발과 학습 문제 등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는 제도화 과정에서 이뤄지는 입법예고와 공청회 등을 통해 현 제도를 점차 보완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로는 AI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2020년 국회에 제출된 ‘갈등관리 기본법 제정안’을 참고할 수 있다. 이 법안은 공공정책을 수립·추진할 때 이해관계인의 실질적 참여와 신뢰 확보를 통해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취지로 제출됐다. 갈등 해결이 필요한 문제 선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론화, 갈등관리 지침, 갈등관리 지원센터 설치, 갈등관리 실태의 점검과 보고 등 공공정책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에 대한 전반적인 처리 절차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법안이 적용영역을 ‘공공정책’으로 규정하고 있어, 국회 논의 후 법안 통과가 돼도 AI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활용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법안은 공론화를 통해 사회 전반의 의견을 담을 수 있는 절차, 갈등의 영향 분석, 갈등의 지속적인 관리와 예방, 해결에 필요한 조사·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실천적인 규정을 다루고 있다. 필요에 따라 적용대상을 확장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AI가 우리 사회에 더욱 깊숙이 자리 잡고, AI를 활용한 눈부신 성과 혹은 사회적 문제가 될 만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때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AI는 ‘10대 국가 필수전략기술’(양자, 첨단로봇, 5G·6G, 이차전지 등)과 결합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알파고 이후 우리 사회가 기술의 발전에 집중했다면 이번 챗GPT 열풍은 기술 발전과 함께 AI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특정 시점에 형성된 사회적 규범과 체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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