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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메모리 집중 육성해 세계 최고 됐지만 글로벌 공급망 흔들리며 경쟁력 위협받아
김양팽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전문연구원 2023년 05월호

반도체는 1958년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기술자 잭 킬비가 처음 발명했다. 이후 기술 발전과 함께 반도체 회로의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오늘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첨단 반도체가 등장하게 됐다. 반도체가 발명된 지 아직 10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반도체가 없는 우리의 일상은 이제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우리 손에서 온종일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폰에서부터 가전, 전자기기 그리고 자동차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반도체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율주행차 등 첨단산업에서 반도체는 필수 부품이며, 항공우주 및 첨단 무기 개발에도 반도체가 사용된다. 이에 선진국들은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1960년대 미국 기업이 한국에 후공정 공장 설립하며 첫 인연,
글로벌 공급망 속 기술협력 등에 힘입어 경쟁력 키워


 반도체는 수만 개에서 수십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 등 전자부품을 집적해 만들지만, 칩 속의 작은 부품들을 하나하나 따로 만들어 조립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반도체는 작고 얇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부품과 그 모든 접속 부분을 미세하고 복잡한 패턴으로 만들어 여러 층의 재료 속에 그려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투입된 웨이퍼가 수백 개의 제조 공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반도체 집적회로가 완성된다.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단계에서 각 공정별로 특수한 제조장비가 필요하고 수많은 종류의 화학물질(이하 소재)이 사용된다. 

 미국에서 반도체가 개발된 초기에는 반도체 제조공장을 중심으로 그 주변 기업들이 제조장비와 소재를 생산하면서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제조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들 기업도 성장해, 지금까지도 미국 기업들이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에서 강점을 보인다. 반도체 제조에는 전기·전자 분야의 첨단 기술이 필요하므로 미국에 이어 반도체산업이 성장한 국가는 선진국 중에서도 독일, 일본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특히 일본은 1970년대 이후 세계 전자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전자기기 생산 기업들이 자사 제품에 필요한 반도체를 직접 생산했다. 이에 따라 다수의 제조장비 및 소재 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 일본의 반도체 제조업은 쇠퇴했지만 이들 소재·장비 기업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과 대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반도체산업에 뛰어들어 지금까지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공정은 웨이퍼를 가공하는 전공정과 가공된 웨이퍼를 검사·포장하는 후공정으로 나뉘는데 후공정은 전공정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아 1960년대에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로 이전됐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산업과 인연을 처음으로 맺게 된 것도 이 시기에 미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이 국내에 후공정 공장을 설립했기 때문이다. 

 전기·전자 산업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기능의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고 1970년대 등장한 반도체 설계 도구인 EDA 덕분에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가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때 팹리스들은 생산시설이 없어 기존의 반도체 기업에 위탁생산을 했다. 그러나 이는 위탁생산 시설 보유 기업의 사정이 우선 고려될 수밖에 없어 안정적이지 못했고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었다. 이와 같은 팹리스의 불안감을 파악하고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1980년대 중반 반도체 제조만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가 새롭게 등장하게 된다. 

 반도체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선진국에서만 가능한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1980년대 중반 우리 기업은 메모리반도체 생산에 도전한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는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대만에서는 파운드리 사업을 통한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시작했는데 현재 두 나라는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다. 

메모리 부문 경쟁력 및 국내 생태계 강화하고
한국에 대한 수요국의 신뢰도 높여야


 반도체가 발명된 이후 반도체산업이 철저하게 경제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구축됐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매우 탄탄한 것으로 인식됐고, 각 기업이 실리를 추구하면서 더욱 확장하는 추세에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촉발된 전 세계 공급망 위기는 반도체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창궐한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난 데다 항공우주, 첨단 무기 등에도 반도체가 중요해지면서 주요국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역내 생산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산업 역사에서 후발주자에 해당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메모리반도체를 집중 육성한 전략이 성공해 이 부문에서 현재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우리가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이처럼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사실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도체 사업 초기 부족한 원천기술은 미국 기업과 협력했고, 제조장비와 소재는 미국, 일본 기업의 도움을 받았다. 더욱이 첨단 제조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이들 국가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했다. 그리고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은 미국, 중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판매됐다.

 그런데 미국은 지난해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역내 제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또한 현재 우리 반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강화될수록 우리 반도체산업 경쟁력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은 현재 메모리반도체 제조 분야에 있다. 따라서 우선 첨단 기술을 선도해 이 분야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 초격차 전략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세계시장에 계속 공급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 제조장비와 소재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한국에 대한 수요국의 신뢰도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신뢰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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