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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의 전환 과정에서 미국 NSTC와 긴밀히 협력할 필요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2023년 05월호


지난 1990년대 이래 전 세계 반도체산업에서는 자유무역주의와 글로벌 분업 체계를 기반으로 한 효율적인 글로벌 공급망이 유지돼 왔다. 그러나 공급망 부가가치 점유 순위와 소비시장 규모 순위에는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미국에 거의 근접하는 경제 규모를 갖게 된 중국이 매우 낮은 반도체 자급도를 큰 문제로 인식했고, 이에 따라 중국의 ‘반도체 굴기’정책이 시작됐다.

반도체 공급망 불균형 속에서 격화된 미중 패권경쟁…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생산 비중 높아 타격 클 듯


2021년 기준 10nm 이하급 로직 반도체의 95% 이상, 메모리반도체의 80% 이상을 한국, 대만, 일본이 과점하고 있으며, 반도체 생산장비의 82%를 미국, 일본, 네덜란드가 과점하고 있다. 반도체 칩 최적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인 EDA의 경우 약 90% 이상을 미국이 독점하고 있으며, 첨단패키징 분야는 대만에서 과점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각 산업이 특정 지역에 편중된 구조는 지난 30여 년간 전문화돼 온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부가가치 창출에는 최적화된 구조이나, 특정 지역 혹은 국가에서 불안정성이 증폭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안정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1990년대 35% 수준이던 반도체 제조업 점유율이 2020년대 10% 수준 이하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데다, 특히 10nm 이하급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대부분 TSMC 같은 외국 반도체 제조기업에 의존하게 된 상황을 경제안보적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정권 출범 이후에는 이를 국가안보의 문제로 격상했고, 자국 내 로직 반도체 및 메모리반도체 제조 능력을 회복하고자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2022)」(이하 「반도체법」)으로 대표되는 산업정책을 수립했다. 그 최종 목표는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 가능하도록 미국 내 반도체산업 생태계를 재편해 나가면서 대중국 수출 및 기술을 규제해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을 견제하는 것이다. 문제는 미중 양국 사이에서 반도체 사업을 계속 해나가야 하는 한국, 대만, 일본 등 제3국이 직간접적인 피해와 불확실성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위치한 낸드플래시 메모리 팹에서 자사의 낸드플래시 약 40%를 생산하고 SK하이닉스의 경우 중국 우시에 위치한 D램 팹에서 자사의 D램 약 절반을 생산하는 등 양사는 중국 메모리 팹에서 상당한 비중의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을 겨냥한 미국 글로벌 공급망 재편전략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 「반도체법」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양사는 중국 팹의 확장과 업그레이드에 제한을 받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중국 팹에서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의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반도체산업에서 지배력을 지키고 앞으로의 산업구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적·정책적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기술 변화를 주도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기술전략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크게 주목받는 가운데,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GPU), 텐서처리장치(TPU), 신경망처리장치(NPU) 같은 AI 전용 연산가속기 전용칩의 설계와 제조가 중요해지면서, 고대역폭 메모리-더블데이터레이트5(HBM-DDR5) 같은 초고속 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는 계산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 혹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본격적으로 결합하기 시작하면서 계산 역할 분담이나 정보 통합 기능을 갖춘 칩으로 변모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고성능 초고속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영상, 음향, 레이더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통합해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이 중요한 만큼 이에 특화된 메모리반도체 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다. 이를 위해 프로세싱-인 메모리(PIM) 같은 기술이 주목을 받는다. 기존의 폰 노이만 구조에서 탈피한 이 구조는 연산 일부를 메모리에서 담당하는 방식으로 연산 속도를 높인다. 특히 AI반도체에서 필요한 신경망 기반의 거대 행렬 연산에는 HBM 타입 메모리반도체의 고대역폭을 이용한 연산 성능 강화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HBM-PIM 형태의 AI반도체 하드웨어는 앞으로도 많은 투자가 예상된다. 

메모리시장 지배력 지킬 기술전략, 국내 생산비중 확대, 
후공정·팹리스 육성 통한 산업구조 다변화 필요


이처럼 AI반도체,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그리고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와 HBM-PIM 등으로 반도체시장이 급격하게 전환되는 상황에서, 정책도 이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일변도의 산업구도를 다변화해야 한다. 향후 첨단 반도체 수율 결정에 중요할 후공정 분야와 산업계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팹리스, 그리고 상대적으로 자급화가 약한 소재·부품·장비 회사 등의 생태계가 더 다양해지고, 이들이 글로벌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끔 중장기적인 산업육성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공정뿐만 아니라 후공정 분야도 투자가 절실하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확장 전략도 필요하다. 

또한 국내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팹 운영 전략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중국 현지의 한국 메모리반도체 팹은 올해 10월 종료 예정인 미국의 기술 조치 유예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세대 업그레이드와 생산력 확장에 큰 제약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중장기적 위험을 회피하고 수익성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현재의 낸드플래시나 D램 팹에서 기술 난도가 다소 낮은 마이크로 LED, CIS, 센서, 차량용 반도체 팹으로의 업종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이나 미국으로 팹을 이전해 불확실성 요소를 해소할 수 있는 전략 옵션을 개발해 둘 필요가 있다. 용인에 10개 내외의 메가 팹이 신규 건설될 것으로 예고됐는데, 이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생산능력을 높이는 한편 기술 세대교체 상황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 글로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회사들의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의 차세대 반도체 로드맵과 표준 선정, 후보 기술 개발에 대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에 투자가 더 집중될 필요가 있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르면 미국은 상무부 산하에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를 신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NSTC는 미국 전역의 연구중심 대학, 반도체 기업들과 연합해 차세대 반도체 소재·공정·장비·부품 등을 테스트하고 공동 R&D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허브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NSTC와의 협력 프로그램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기존의 FTA 등 국제 통상 및 외교 협상 전략에 더해,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에서는 세부 기술 변화, 경쟁력, 부가가치 창출 및 시장 규모, 소재·부품·장비 해외 의존도, 인력 양성 및 확보, 기술 로드맵 등 기술적 내용에 무게를 두고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한국 반도체산업의 능동적 대처를 위해 기술적 우위와 공급 안정성에서의 중요도를 높이고 차세대 기술 협력 파트너로서의 레버리지 효과 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종합대응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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