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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학부 정원 확대돼야 대학원 진학 늘고 더 많은 고급인력 배출할 수 있어”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학부장 2023년 05월호

우리 반도체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고급인력 양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차세대반도체 혁신공유대학 사업단과 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혁재 교수를 만나 반도체 인재양성의 최전선 상황을 들어봤다.

우리 반도체산업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돌파구는 무엇일까?
우리의 강점인 메모리반도체는 경기사이클을 많이 타는 반면 취약점인 시스템반도체는 주문형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경기사이클의 영향이 크지 않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더 투자해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경기사이클의 영향을 상쇄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시스템반도체는 기술 등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시장 지배력이 있는 회사가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더 향상하는 선순환을 타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시장이 열렸을 때 집중 투자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대표적인 시장이 AI반도체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우리 기술력이 충분히 좋아 경쟁이 가능하다.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데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초기 시장 진입에 칩 제작 등 비용이 많이 든다. 최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원해 주면 좋겠다. 시스템반도체는 크게 팹리스와 파운드리로 나뉘는데, 파운드리는 한번 투자하려면 10조 원씩 든다. 정부에서 지원하기에는 너무 큰 규모다. 이 부분은 기업이 해야 한다. 정부 지원이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다. 예전에는 팹리스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설계했다면, 반도체 설계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이제는 팹리스에서 아주 일부분만 설계하고 나머지는 이미 설계해 놓은 회로들, 즉 IP(Intellectual Property)를 가져다 쓴다. 디자인하우스가 팹리스의 설계와 기존 회로들을 합쳐 파운드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역할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정부에서 공공 디자인하우스, 한국형 공공 플랫폼 설립 등 디자인하우스 분야를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부의 역할은 인력양성이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반도체산업의 모든 분야·직무·직급에서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반도체산업 종사자 규모가 17만7천 명 정도로 추정되며 10년 후면 30만4천 명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직업계고·대학·대학원에서 배출하는 인력은 연간 5천 명에 불과하다. 필요 인력을 공급하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석박사 인력이 많이 늘어나야 하는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도 대학원 정원을 80% 정도밖에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학부에서 반도체를 전공하는 학생이 늘어야 대학원 진학도 더 많아지게 된다. 이를 위해 관련 학부 정원을 늘리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아울러 다른 학과 학생들이 복수 전공이나 부전공을 통해 반도체를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중요한 것이 교수 확보다. 교수를 많이 확보해 놓으면 그만큼 양질의 연구가 진행되고 석박사 인재도 늘게 된다.

어떻게 하면 교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까?
일단 정부에서 교수 정원을 늘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산업체와 교수 사이의 임금 격차도 문제다. 우수한 인력 중에 우리가 채용을 했는데도 안 오는 분들이 꽤 있다. 교수 임금을 단기간에 올릴 수는 없겠지만, 산업체 겸직을 더 활성화하면 임금 격차가 줄어들어 우수 교수를 채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도 겸직제도가 있긴 한데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모든 교수가 겸직을 하면 학생 지도 등에 문제가 있으니 제한이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는 완화하면 좋겠다. 게다가 반도체 분야는 산학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최근 반도체계약학과 합격생 중 많은 수가 등록을 포기하고 의대에 진학했다.
200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는데, 그때만 해도 공대에 우수한 학생이 많았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부터 이공계 기피 현상이 생기더니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인해 우수한 학생들이 공대에 오지 않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의대로 가게 된 거다. 현장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입학한 학생들이 지금 40대가 됐는데, 이제 한 10년 후가 되면 기술개발보다는 관리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도체 분야에 경쟁력 있는 인재가 점점 줄어드는 거다. 정원이라도 늘리면 그만큼 우수한 인재를 더 확보할 수 있기에 학부 정원 확대를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인재양성도 필요하지만 인재 유출을 막는 일도 중요해 보인다.
사실 임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당장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반도체 분야에서 중요한 기술을 가진 인재에게 정부가 주거·육아·교육 등 혜택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청약 가점을 준다든지, 유치원 추첨을 유리하게 해준다든지(웃음). 이런 혜택들이 주는 상징성이 있을 것 같다. 국가로부터 꼭 필요한 인재로 우대받는다고 생각하게 되면 자부심도 갖게 되고 해외로 나가는 것만이 방법이라는 생각을 덜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래 반도체 인재를 꿈꾸는 초중고 학생들도 있을 텐데, 어떤 학생들이 반도체 쪽으로 진출하면 좋을까?
반도체 분야는 매우 넓고 다양하다. 물리, 수학, 화학, 프로그래밍(코딩) 등을 좋아한다라면 반도체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중 하나만 좋아해도 된다. 나는 어릴 때 플라스틱으로 모형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뭘 만들거나 실험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반도체랑 잘 맞을 것 같다. 

끝으로, 『나라경제』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치열하다. 우리 반도체 업계는 굉장히 절박한 상황이다. 지금 파운드리에서 1등이 TSMC, 2등이 삼성이다. 인텔이 다시 파운드리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데, 재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삼성도 한번 경쟁에서 밀리면 영원히 떨어져 나갈 수도 있는, 굉장히 절박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공계 기피 현상이 계속되면서 지금 현역에서 활발하게 일하고 있는 인재들 밑에 우수 인력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반도체 기업들에 물어보면 하나같이 가장 필요한 것이 인력이라고 답한다. 수도권대학 학부 정원의 확대 등 반도체 인력양성에 필요한 정책에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강지은 『나라경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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