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특집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무역 성적표… 자동차와 대미 수출 약진은 희망
조재희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2023년 06월호

14개월 연속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무역적자는 올 1월에는 한 달 동안에만 125억 달러(약 17조 원) 적자를 기록하며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1995년 1월에서 1997년 5월까지 이어졌던 29개월 연속 적자 이후 최장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흑자 기조로 돌아선 것을 감안하면 26년 만에 맞는 큰 변화다.

수출도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년 이상 감소세가 이어진 건 코로나 충격에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던 2020년(3~8월) 이후 처음이다. 올 2월과 3월 500억 달러를 웃돌았던 수출액이 4월엔 다시 400억 달러대에 그치며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 수출액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22개월 연속 500억 달러 이상의 실적을 보여 왔지만 올 1월 464억 달러에 그친 데 이어 4월에도 496억 달러에 머물렀다. 

수출의 양대 축 반도체와 중국 동반 부진으로
지난해 무역적자 2008년 금융위기의 세 배 웃돌아


무역수지는 이미 1년여 전 우리에게 경고등을 보냈다. 2021년 12월과 지난해 1월 사이에 나타난 두 달 연속 적자는 2008년 이후 첫 2개월 이상 무역적자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후 수출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기 때문에 위기감은 크지 않았다. 1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 시작된 지난해 3월에도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63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착시’, ‘수출뿐 아니라 수입도 사상 최대’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수출은 탄탄하다’고 판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천연가스·석탄 국제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것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수출 증가율이 6월 들어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10월부턴 역성장을 이어가자 순식간에 불안감은 커졌다. 수입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수출만 쪼그라들자 지난해 무역적자 규모는 478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역대 최대 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한 1996년(206억 달러)의 두 배를 웃돌고, 2008년(133억 달러)의 3.5배에 이르는 규모다. 무역적자 규모만큼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시기보다 더 심각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 속에 수출은 여전히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감소율은 1월 16.4%에서 2월엔 7.6%로 다소 나아지나 싶었지만, 다시 3월과 4월엔 13.6%, 14.2%로 확대됐다. 일각에선 “지난해 수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하반기부턴 수출이 전년 대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도 하지만, “수출이 지금 같은 규모를 이어가면 감소세는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이 부진한 성적표는 우리 수출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반도체와 중국이 동반 부진에 빠진 데 따른 결과다. 지난 4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1% 줄어든 63억 달러에 그쳤다.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7개월 연속 월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웃돈 반도체로서는 수개월 만에 수출이 반 토막 난 셈이다.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기간만 해도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대 수출 품목으로 전체 수출의 20% 안팎에 이르던 반도체 수출 비중은 올 들어 13%로 줄었다.

지역적으로는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던 대중국 수출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중 수출이 역성장을 기록한 건 지난해 6월부터 11개월 연속, 무역수지가 적자를 나타낸 것도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이다. 반도체·석유화학제품 등 한국산 중간재를 대거 빨아들이며 우리의 최대 무역흑자 상대로 꼽히던 중국이지만 올 들어선 무역적자가 100억 달러를 웃돌며 최대 적자 상대국으로 떠올랐다. 2013년 한 해에만 대중 무역흑자가 628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중국은 우리 경제의 캐시카우(cash cow, 수익창출원) 역할을 해왔지만, 지난해 흑자 규모가 12억 달러로 곤두박질친 데 이어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에 대한 기대는 사그라지고, 그동안 우리나라가 수출하던 각종 중간재의 중국 현지 생산 비중도 확대 추세다. 올해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마감하면 1992년 이후 31년 만이다. 원유·가스를 들여오는 중동을 상대로 한 무역적자가 여전하고, 대일 만성 무역적자도 심각한 가운데 대중 무역도 적자로 돌아서자 “돈을 벌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2019년 이미 무역구조 변화 조짐 보였지만 
코로나 충격으로 체질 개선 기회 놓쳐


사실 이 같은 무역구조의 변화는 미중 양국의 갈등이 공급망 위기로 비화하던 2019년부터 이미 조짐을 보였다. 그해 우리 수출은 10.4% 줄어들며 13.9% 감소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감소폭을 기록했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는 25.9% 급감했고, 대중 수출도 전년보다 16% 줄었다. 무역흑자 규모도 4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며 급감했다.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단가 하락과 같이 최근 우리 수출의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 당시에도 원인으로 꼽혔지만, 곧이어 들이닥친 코로나 충격에 체질을 개선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클라우드시장 확대와 IT 기기 수요 증가로 반도체 수출이 늘고, 2021년 이른바 엔데믹 효과까지 더해지자 위기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반도체와 중국이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자동차와 미국의 약진은 우리에게 희망이다. 자동차 수출은 올 4월 전년 동월 대비 40% 급증한 61억 달러까지 늘어나며 곧 반도체를 역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미 수출도 91억 달러에 이르며 중국과 격차를 4억 달러 수준으로 좁혔다. 반도체와 중국의 빈자리를 자동차와 미국이 대체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수출 감소폭이 줄어들면서 올해 안에는 수출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어들면서 하반기에는 무역흑자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도 일각에서 나온다.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수출품목을 확대해 반도체 부진을 만회하고,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무역구조도 미국·EU 등 선진시장과 아세안·인도 등 신흥시장으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통상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