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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신성장산업 원천기술 확보해야 우리 무역의 부가가치 높일 수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2023년 06월호

현재 우리 수출 상황을 진단하신다면.
지금 한국 경제와 무역을 관통하는 변수는 반도체(Chip), 중국(China), 탄소중립(Carbon), 미중 갈등(Conflict), ‘4C’다. 반도체 수출 부진이 한국 수출 전체 성적을 마이너스로 만들고 있고,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가 상호 보완적인 협업 관계에서 경쟁적인 관계로 바뀌며 변곡점을 맞고 있다. 또 세계경제 전반에서 계속적으로 나오는 키워드가 탄소중립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든 동의할 수밖에 없는 긍정적인 주제이나 교묘하게 비무역장벽이 되고 있어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미중 간의 갈등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경영전략이나 의사결정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그만큼 복잡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앞으로 대중국 시장 전략을 어떻게 취해야 할까.
중국의 자급도 향상으로 수입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기술력도 이제 차이가 없어 지난 20년처럼 대중 교역에서 흑자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양국의 산업 내 무역이 매우 활발한 만큼 앞으로는 동일 첨단산업 내에서 공정 또는 품목을 차별화해 상호 교역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최근 중국에서 시스템반도체, 배터리 소재 등 정밀화학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해당 품목의 대중 수출을 적극 장려해야 할 것이다.

반도체 부진 상황에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단기적으로는 단가 회복을 위한 감산 체제에 돌입했다. 거의 매주 시장상황을 점검하며 생산·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3사가 메모리반도체 감산계획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중 단가하락세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프라·R&D 투자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중국과 반도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오래된 문제인데, 구조전환을 선제적으로 하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지금 우리 기업의 글로벌화가 최정점에 올라와 있어 1차 협력업체까지도 해외 현지공장을 세울 정도다. 글로벌화가 정점에 이를수록 ‘메이드 인 코리아’로 나가는 문호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관세청에 신고된 수출 실적이나 원산지로 판단하는 수출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일자리 등 수출의 낙수효과들에 대한 대비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은 인정해야 한다.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등이 글로벌화되며 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새로운 수출 후보군이나 신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주력산업에서도 완제품 분야는 글로벌화하더라도 부가가치가 높은 R&D, 신소재개발 등의 파트는 국내에 남겨 두면서 선순환되는 구조가 강화돼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이제까지 없던 것은 아니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 병목 현상에 갇혀 있다. 

새로운 수출 후보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전기차 배터리가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도 강점이 있다. 여기서 중점을 두고 노력할 것이 신성장산업이나 신성장품목의 국산화율, 부가가치율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소재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너무 높아 공급망 리스크가 있지 않나. 바이오헬스도 원재료,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 특히 물질 특허가 중요하다. 원천기술이나 관련 특허, 원재료를 소재로 1차 가공하는 기술력 등에서 경쟁우위를 먼저 확보해야 우리 무역의 부가가치율을 높일 수 있다.  

R&D 노력이 중요해 보인다. 어떻게 추진해야 성과가 있을까? 
산업별 생태계 지도를 정교하게 구축해 타깃형으로 R&D를 추진해야 한다. 어느 분야에 공백이 있는지 살피고, 국내에 그 기술이나 부품이 없어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국산화율이 낮아진 이유가 단지 우리가 R&D 투자를 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환경오염 문제 등 다른 변수가 있는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어느 경로에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는지, 그에 관련된 기업은 어디인지, 또 어떤 기술이 들어가야 하는지 등 산업생태계 지도를 매뉴얼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예산 집행이 맞물리면 R&D를 좀 더 정교하게 추진할 수 있다.

무역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기업에 필요한 것은?
무역 환경 자체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고도의 기술력과 차별화 전략을 통해 기반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 수출구조는 중간재 비중이 높아 경기변동에 취약한 면이 있지만 수십 년 된 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시스템반도체, OLED, 바이오 등 잠재수요가 튼튼하게 확보된 첨단 중간재 산업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성장 정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과의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산업의 차별화·고도화 전략이 절실하다.

정책적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지금 글로벌 무역과 통상 분야 곳곳에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반도체 분야에 대해서만 세액공제를 한다. 새로운 수출품목을 빨리 안착시켜야 지속 가능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전방위적으로 지원 정책을 재검토하고 전향적인 지원책을 시급하게 내놓을 필요가 있다. 업종별로 주력해야 할 부분은 특별법 제정 등도 검토할 수 있겠다. 비관세장벽을 앞세운 각국의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국내 제조업이 해외로 이탈하지 않도록 국내 기업 환경을 재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선전하고 있는 자동차 경쟁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는지.
시장경제체제에서 자유경쟁을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3개 기업만 남는다는 ‘넘버3의 법칙’이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 등 지속적인 고가화 전략, 엔진 국산화 등 기술개발 국산화율을 높이는 전략이 맞아떨어지며 지난해 생산대수 기준으로 폭스바겐, 도요타와 넘버3가 됐다. IRA 등으로 부담이 되는 상황이지만, 상업용 리스차에 대한 매출은 일반 보조금 혜택을 적용한다는 조항을 이용해 일반소비자 판매가 아닌 상업용 리스차 판매 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대처하며 선전하고 있다. 각국이 어떤 산업·통상 정책을 펴더라도 그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있는 틈새시장은 당연히 있다. 우리 기업이 경쟁기업에 비해 빠르게 정책에 조화되는 대응 전략을 내놓으면서 파고를 잘 넘어가고 있어 경쟁력은 지금처럼 유지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내가 바라는 한국 무역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국격’이다. 우리가 지금 실물경제 측면에서 무역, 통상, 공급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숫자의 논리에만 빠져서는 안 된다. 전 세계인의 시각에서 대한민국과 한국 무역의 모습을 봐야 한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 콘텐츠까지 공급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국가, 그래서 한국이 없으면 삶이 불편해지기 때문에 지켜줘야 한다는, 진정한 소프트파워가 있는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 즉, 실물경제 전략과 국격을 높이는 국가브랜드 전략, 소프트파워 전략이 같이 맞물려 가야 한다. 

홍성아 『나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