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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고기술 선박에 강점 가진 우리나라, 초격차 경쟁력 확보 넘어 선도국 역할 해야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23년 07월호
우리나라에서 1, 2, 3, 4위를 차지하는 기업이 세계 1, 2, 3, 4위인 산업이 조선이다[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5월 초 단일 조선소 수주잔량 기준 세계 1~4위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現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오랫동안 우리나라 조선업이 어려웠던 이유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조선사가 없어서가 아니라, 불황의 장기 사이클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은 선박, 해양플랜트, 선박기자재의 건조나 생산을 통해 성과가 나타나는 복합엔지니어링 산업이다. 제품은 화물의 유형, 투입되는 공정이나 수요 분야에 따라 구분되는데, 우리나라 조선산업에서 주로 생산하는 제품은 일반상선, 해양플랜트, 군함, 주요 기자재다. 조선업의 전방산업인 수요산업은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를 발주하는 해운, 에너지, 방위, 레저 및 수산업 등이고 후방산업은 소재 및 부품을 공급하는 철강, 전기·전자, 통신, 화학, 가구 제조업 등이다.

한중일 3국 경쟁 구도에서 종합경쟁력 1위… 
조달 및 수요·서비스 부문은 낮은 수준
 

조선업은 대형 구조물인 선박의 건조 과정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자동화에 한계가 있어 노동집약적 특성을 보인다. 동시에 넓은 공장 부지와 기반 시설이 필요하고 건조기간이 길어 장기간의 운영자금 조달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자본집약적인 특징도 있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선박의 설계가 달라지며, 수십에서 수만 개의 기자재·부품을 관리하고 적시에 탑재하거나 조립해야 하므로 기술집약적인 측면도 강하다. 또한 상선은 세계가 단일 시장이고 고객이 한정돼 있어, 자본·기술·노동·전후방산업을 모두 갖춘 한중일 3국이 주로 경쟁하고 있다. 산업과 관련된 모든 생태계를 갖춰야만 종합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어서 한중일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후발 국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럽은 과거 최고의 조선 강국이었으나, 일본과 우리나라에 경쟁력을 잃고 이제는 크루즈선·특수선과 같은 차별화된 선박을 주로 건조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세계 조선시장을 주도했기 때문에 주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핵심 기자재도 생산하고 있다.

복합엔지니어링 산업인 조선업은 하나의 기준으로 경쟁력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산업연구원에서는 산업의 가치사슬 구조 분석을 통해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조선업의 가치사슬을 R&D·설계, 조달, 생산, AM(After Market, 유지·보수)·서비스, 수요 부문으로 구성했는데, 조선사는 R&D·설계와 생산 부문, 선박기자재사는 조달, 수리조선사는 AM·서비스, 해운·에너지사는 수요 부문에 해당된다. 
 

2021년 경쟁력 평가 결과, 우리나라의 종합경쟁력은 1위로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 우리나라는 R&D·설계, 생산 부문에서 월등히 1위를 차지했지만, 조달 부문에서는 일본에 근소하게 뒤져 2위였고, AM·서비스와 수요 부문에서는 한중일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우리나라가 종합경쟁력에서 1위를 차지한 데는 뛰어난 R&D·설계, 생산 능력과 준수한 기자재 역량이 핵심 역할을 했다. 2018년 산업은행의 조선산업 경쟁력 분석에서 기술(R&D·설계 등)과 생산(생산성, 인력, 납기 등)에서 한중일 중 우리나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 것과 비슷한 결과다. 일본은 기술력에서 우리보다 뒤처지지만 조달, 수요와 AM·서비스 부문에선 각각 1, 2위로 우리보다 우위에 있고, 수요와 AM·서비스 부문에서 월등한 1위인 중국은 차별화된 경쟁 우위로 우리와의 종합경쟁력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화물의 유형이 다양한 만큼 선박의 종류도 다양하다. 세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우리나라 조선사가 주로 건조하는 중대형 LNG·LPG 가스운반선, 벌크선, 유조선, 컨테이너선에 대한 경쟁력 평가도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기술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가스운반선의 경쟁력이 월등했고,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은 약간의 우위를 보였으며, 벌크선은 한중일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벌크선은 기술력보다는 낮은 가격이나 수요 부문의 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의 경우에는 기술력이 벌크선보다는 더 필요하지만, 가스운반선보다는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고, 수요와 AM·서비스 부문에서 경쟁국이 뛰어나기 때문에 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친환경·디지털 전환에서 
조선업과 상생 통한 시너지 창출 기대


조선산업은 주요 지역의 핵심 산업으로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데다 외화가득률이 높고 산업파급 효과가 커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무역 국가이고 천연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교역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해운을 통해 원자재를 수입하고 상품을 수출해야 하는데,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조선산업이 필요하다. 또한 휴전국이므로 국가 방위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조선산업을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조선산업이 월등한 세계 1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강점을 보유한 기술과 생산 부문의 초격차 확보뿐 아니라 인력 육성, 경쟁국 대비 부족한 수요 부문 및 금융의 생태계 강화가 필요하다. 먼저, 기술적으로는 세계 에너지 전환과 해운산업의 연료 전환을 조선산업이 선도할 수 있는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생산인력 감소와 시황 변동에 대비해 기술 및 기능 인력의 육성, 외국인 인력의 육성과 활용, 조선소의 디지털화를 위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월등한 해운산업과 선박금융을 통해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지난 5월 초 보유 선복량(GT) 기준 세계 5위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친환경·디지털 전환에서 조선산업과의 상생을 통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조선 및 해운 관련 선박금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글로벌 조선해양산업에서 세계 선도국가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높은 기술력으로 좋은 선박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세계의 에너지 전환과 해운산업의 탄소중립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즉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고 친환경 디지털 선박의 생산에 이바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에너지의 수송, 해양재생에너지의 생산, 해운산업의 탄소중립과 관련된 경제적·사회적 활동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세계의 리더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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