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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생산직 근로자가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구조 만들어라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박건조금융법정책연구회장 2023년 07월호
조선산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 용접 등 현장에서 많은 생산인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의 조선업은 성장을 거듭했다. 한때 60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일본과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서 2000년대부터는 세계 1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LNG선박 수주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조선산업은 그렇게 밝은 모습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중국에 선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인력 확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9만 명은 돼야 제대로 된 일감을 처리할 수 있는데, 한때 20만 명이던 근로자는 현재 5만5천 명 수준이다. 필자는 해상법 교수로서 선박건조법과 선박금융법을 오랫동안 연구한 학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문제점과 발전방안을 기술하고자 한다.

직고용 늘려 높은 임금 보장하고
장기근무 시 노후 보장되는 연금제도도 고려할 필요


선박은 설계된 모양에 따라 근로자들이 철판을 오리고 붙여서 배의 형체를 만들고 각종 기기를 부착하면 완성된다. 그만큼 많은 근로자가 필요하다. 근로자가 부족하면 건조계약에서 약정한 일자에 선박을 인도할 수가 없게 되고, 그러면 지연된 날짜만큼 페널티를 내야 한다. 선가를 높게 책정받아서 수주했다고 해도 그 높은 선가는 약정된 기간 안에 선박을 인도할 때 수령할 수 있다. 최근 인도 지연 소식이 들린다. 

관리직은 여전히 인기가 있을 것이다. 좋은 대학의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사장까지 되는 목표를 갖고 야심 차게 근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산직은 작업 및 근무 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 여름 그 더운 날씨에 달궈진 철판 위에서 용접이나 페인팅을 하는 것은 고역이다. 선진화되면서 사람들은 3D업종을 기피한다. 인력 부족 현상은 조선산업 자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생산직 근로자가 꿈을 갖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들은 육상의 부장이나 이사 그리고 사장으로 진급할 길이 없다. 장래에 대한 꿈이 없기 때문에 특단의 혜택이 주어지지 않으면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다고 본다. 특성화고 또는 울산 현대공고, 군산기계공고, 거제공고, 삼천포공고 등과 같은 마이스터고를 확대하고, 생산직에 근무하면서 재직자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해 조선소의 관리직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생산직 근로자는 더 많은 보수로 유인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 근로자의 연봉이 9천만원인데 조선 분야 생산직 근로자 연봉은 6천만 원이라고 한다. 임금 인상이 생산직 근로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훌륭한 유인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조선소의 근로자는 직영과 하청으로 나뉜다. 조선소가 원청에 일감을 주면 원청이 하청에 일을 내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하청이 근로자에게 적정한 임금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임금이 더 낮아진다. 직고용이 많아지는 구조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장기근무를 하면 노후가 보장되는, 조선소 근로자를 위한 연금제도 도입도 고려해 보자. 다른 산업과 경쟁적으로 근로자를 유인해야 하기 때문에 더 나은 노후보장제도가 없다면 근로자들이 조선업을 찾지 않을 것이다. 과학기술인 연금제도가 좋은 예다. 한편 외국인 근로자는 쉽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제도를 갖고 있는 점은 재고가 필요하다. 싱가포르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은 자국인보다 상당히 낮다. 그래서 선박건조가격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일정 수의 인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6년 불경기가 왔을 때 호경기가 찾아올 것에 대비하지 않고 수만 명의 근로자를 내보냈다. 그런데 호경기가 돌아왔을 때 다시 인력을 보충하기란 쉽지 않다. 외국인 근로자를 데리고 와도 효율이 오르지 않으면 공기가 길어져서 적자가 난다. 언제나 최소한의 근로자는 보유하도록 해야 한다. 조선산업 근로자를 국가필수인력으로 편입해 보호하고 관리하는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철판 시세 연동 계약, 선수금반환보증 등으로 
경영 안정화 뒷받침돼야


선박 수주 시 아무리 좋은 가격으로 계약을 해 흑자가 예상돼도 2년이 지난 후 인도 시점에 예상과 달리 비용이 많이 나가 적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조선산업은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계약 시 예상했던 것보다 철판 가격이 인상되거나 노동력이 부족해 인도 지연이 발생하면 적자가 난다. 이를 해소하는 방안이 아직 우리 조선산업에는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건조계약 때부터 철판 가격을 시세와 연동해 발주자에게 추가 비용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을 계약에 포함해야 한다. 대형조선 3사의 경쟁으로 이것이 불가하다고 하지만, 일본은 이를 시행하고 있다.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조선소는 선박 건조 시 선수금을 받아 선박을 건조한다. 조선소가 건조를 제대로 못 하면 그 선수금을 반납해야 하는데, 도산 등으로 선수금을 반납하지 못할 때 수령을 담보하는 선수금반환보증(RG)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소형 조선소는 대체로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은행에서 보증서를 발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주가 필요한 경우 RG를 발급해 주면 중소형 조선소도 성장할 수 있어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 조선산업에도 해운산업의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같은 금융기관이 설치돼야 한다.

한편 어떤 기자재는 건조계약이 완결되기 전에 미리 확보해 둘 필요가 있는데 건조계약이 체결되지 못하면 그 기자재는 무용이 된다. 그대로 두면 100% 손해로 잡힌다. 이를 보험이나 기금제도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조선사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선박 수주가 일어나 선수금을 받는 것은 2년 뒤 흑자로 이어지므로 대단히 좋은 뉴스지만 선수금을 받는 순간 부채비율이 수백% 올라가 외형상 재정상황이 나쁜 회사가 된다. 이로 인해 일반인은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 은행도 대출을 꺼리게 된다. 이런 조선산업의 특수성을 잘 설명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엔지니어의 관점이 아니라 법학과 경영학의 관점이 필요한 대목이다. 우리 조선산업은 이런 법적·경영학적 관점에서 수입과 비용 측면을 재조명하고 안정화를 이뤄가야 한다. 그래야만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는 우리 조선산업 발전방향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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