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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높아진 국격에 맞춰 농업 ODA 확대하고, 국내 식량안보 강화에도 박차
김영수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담당관 2023년 08월호
올해는 우리나라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식량구호를 요청한 지 60년이 되는 해다. 과거에 먹을 것이 부족했던 우리는 주식인 쌀 자급이 국가 차원의 최우선 목표였다. 이후 우리나라는 통일벼를 통한 쌀 자급과 새마을운동을 통한 농촌 발전을 이뤄냈고, 현재는 인도적 차원의 식량원조부터 농업기술 개발·보급에 이르는 다양한 공적개발원조(ODA)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식량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발전한 세계 유일의 모범 국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식량원조협약(FAC) 가입 이후 WFP를 통해 매년 4~6개 식량위기국에 쌀 5만 톤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국제개발 비영리단체인 헤퍼(Heifer)와 함께 네팔에 젖소 101마리와 낙농기술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의 우수한 농업기술을 전파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는 관개시설 현대화, 우수 품종 보급 등 농업 인프라 확충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한편, 동남아 국가와는 스마트농업·농촌개발 등에서 협력하며 해당국의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다. 아울러 세계 23개국에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센터’를 설치해 현지에 적합한 농업기술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아프리카 쌀 생산역량 높이는 ‘K-라이스벨트 프로젝트’ 추진

지난 5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높아진 국격에 맞게 글로벌 식량안보 강화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하려는 의지를 전 세계에 표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5만 톤인 쌀 원조 규모를 2024년에 10만 톤으로 확대하고, 아프리카에 쌀 생산 기반을 지원하는 ‘K-라이스벨트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K-라이스벨트는 쌀이 주식이지만 자급률이 낮은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8개국(가나, 감비아, 기니, 기니비사우, 세네갈, 우간다, 카메룬, 케냐)의 쌀 생산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아프리카 기아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기획된 대규모 ODA 프로젝트다. 지난해 10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장관은 아프리카 지역과의 농업 협력 확대를 위해 기니와 카메룬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우리가 개발한 벼 품종의 생산성이 현지 종자에 비해 최소 두 배 이상 월등함을 확인했고, 해당 종자를 보급한다면 아프리카의 식량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농식품부는 우리 종자와 쌀 생산기술, 인프라, 농기계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K-라이스벨트 프로젝트를 구상해 아프리카 국가에 제안했다. 아프리카 지역은 주식인 쌀 소비의 40% 정도를, K-라이스벨트 대상 8개국은 약 5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에게 쌀 생산 증대는 과거에 우리가 그랬듯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지난 7월 10일 서울에서 아프리카 8개국의 농업 장관급 대표와 케빈 우라마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부총재 등 해외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가 개최됐다.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신디 매케인 WFP 사무총장도 영상으로 축하의 인사를 전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 회의였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과 아프리카 8개국은 K-라이스벨트 사업의 공식 출범을 선언하고 장기적인 국제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K-라이스벨트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2027년부터 매년 다수확 품종 벼 종자 1만여 톤을 생산하고, 생산된 종자를 현지 농가에 보급해 고품질 벼를 생산하게 함으로써 연간 약 3천만 명에게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쌀 자급과 새마을운동 성공이 국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됐던 우리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프로젝트가 아프리카의 쌀 자급과 함께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주요작물의 안정적 국내 생산 기반 마련해 식량자급률 제고

우리나라도 다른 관점에서 식량안보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쌀은 남아도는 반면 제2의 주식이라 불리는 밀은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외부충격에 취약한 구조다. 이러한 가운데 기후변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로 국제 곡물 공급 측면의 불안 요인도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국내 식량 생산·소비 기반을 확충하고, 불가피하게 수입이 필요한 물량은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해 조달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식량자급률을 높일 계획이다. 

쌀에 편중된 생산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논에 밥쌀 대신 가루쌀·밀·콩 등 식량안보에 필요한 작목을 재배할 경우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전략작물직불금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와 함께 밀·콩 재배 안정성 및 품질 제고를 위해 표준 재배법 보급과 컨설팅을 강화하고, 국제 공급망 위기 발생 시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비축 물량을 지속 확대한다. 

가루쌀은 제분해 가루를 내기에 적합한 특징을 지닌 새로운 쌀 품종으로, 이름은 쌀이지만 가공적성과 용도는 밀가루와 더 비슷하다. 잘 갖춰진 기존 벼 재배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해 재배할 수 있고, 겨울철 밀 등과 이모작이 가능해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된다. 또한 제분 업계는 밀을 제분하는 설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추가적인 제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가루쌀은 공급이 넘치는 밥쌀 생산면적을 줄이는 동시에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을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 대안으로, 정부는 생산부터 유통·소비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97ha였던 생산면적을 올해 2천ha로 대폭 늘려 생산량을 1만 톤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전문생산단지 38개소를 조성하고 생산단지별 재배 전문가를 전담 배치해 현장에서 가루쌀 재배를 밀착 지원한다. 이와 함께 지난 4월부터 풀무원·삼양식품·해태 등 주요 15개 식품업체와 함께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며, 공모를 통해 선정된 동네 빵집 19개소에서는 가루쌀을 활용한 신메뉴를 만들어내고 있다.

안정적 해외 공급망 확충을 위해 우리 기업이 지분을 보유한 해외 곡물 유통망을 현재 2개소에서 2027년까지 5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유사시 민간기업이 해외에서 확보한 곡물을 신속하게 국내에 반입할 수 있도록 사업자 손실보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제도적 장치도 보완할 계획이다.

그간 식량자급률은 지속 하락해 왔다. 1970년 86%였던 것이 2021년 기준으로 44.4%까지 떨어졌다. 가루쌀 산업화와 전략작물제라는 획기적인 정책을 통해 농식품부는 올해 식량자급률을 상승 전환하고 2027년에는 55.5%까지 끌어올려 안정적 식량 공급이라는 국가의 중요한 책무를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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