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일반은행 당기순이익이 사상 최대 수준(13조3천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7조7천억 원)도 이미 지난해 수준(6조8천억 원)을 넘어섰다. 은행들의 대규모 이익이 지속되면서 국내 은행산업의 과점 체제 및 영업 행태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일부에서는 횡재세(windfall tax) 부과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국내 은행산업 구조 개선 및 은행권의 경쟁 촉진 필요성과 함께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봤다.
4대 시중은행 시장·이익 점유율 각각 50.8%, 61.0%로
소수 은행에 리스크 집중돼
우리나라 은행산업 구조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을 일컬으며, 특수은행인 NH농협을 포함하면 5대 은행이 됨)의 과점 체제로 형성돼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전 32개에 달하던 은행 수는 합병 등을 통해 2000년대 중반까지 16개로 대폭 감소했다. 이후 2012년 농협중앙회 내 신용사업 부문이 분리돼 설립된 농협은행과 2015년 한국외환은행의 흡수합병 법인인 하나은행의 출범, 2017년 이후 인터넷전문은행(3개사)의 설립 등을 거쳐 현재 우리나라 은행은 외형상 총 20개사에 이른다.
그러나 영업 기반이 제한되는 지방은행(6개사)과 설립목적에 따라 운영되는 특수은행(산업·기업·수출입·수협)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소수 대형은행의 시장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국내 은행산업에서 차지하는 자산 비중을 보면 4대 시중은행이 50.8%, 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으로 확장하면 61.6%로 절반을 웃돈다. 4대 은행의 이익점유율의 경우 전체 순이익의 61.0%를 차지하고 있다(2023년 6월 기준).
과점 체제하에서 대형은행들은 국내 영업에 치중했으며 그 결과 영업 행태의 동질화(homogenization) 및 동조화(coupling)가 심화됐다. 소수 대형은행에 리스크가 과도하게 집중돼 있으며 다양한 금융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혁신 유인이 부족해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장기간 지속된 국내 은행산업의 과점 체제로 인해 국내은행들은 자금 운용 및 조달이 대출과 예수금에 편중된 가운데 이자수익에 대한 의존도도 높은 상황이다.
자금운용 측면을 보면 일반은행의 경우 전체 운용자산에서 대출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68.9%이며, 4대 시중은행은 이보다 더욱 높은 70.0%에 이른다(2023년 6월 기준). 해외 주요 은행의 대출채권 비중이 4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은행산업의 대출자산 편중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특히 4대 은행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점유율이 일반은행 전체의 81.4%로 자산구조가 단일 대출상품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이는 대형은행들이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상대적으로 손실위험이 적은 주택담보대출 취급 확대를 빈번히 활용한 결과다. 이와 같은 대출취급 행태는 기업 신용평가 모형의 선진화와 기업 특성에 맞는 다양한 대출상품 개발 등을 통한 금융기관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 수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대형은행들의 위험 프로파일이 부동산가격 급변 등 자산시장 리스크에 과도하게 동질적으로 노출된 결과로도 나타나게 됐다.
자금조달 측면에서는 일반은행의 예수금 중 요구불예금, 저축예금 등 저원가성예금 비중이 43.8%인 반면 4대 시중은행의 점유율은 76.6%로 이들 은행에 집중돼 있다(2023년 6월 기준). 이처럼 상거래의 편의성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자금들이 대형은행으로 유입되고 있어 이들 은행이 예금 이외의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할 유인은 낮아지고 있다.
한편 예금 및 대출 중심의 자금 조달?운용 구조는 다시 수익구조상 이자이익 편중으로 이어져, 일반은행 전체 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외 주요 은행의 비중(50~70%)을 크게 상회하는 90.5%에 이르고 있다(2023년 6월 기준). 최근 일반은행 당기순이익의 가파른 증가 역시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며, 최근 1년간 은행의 비이자이익(3조1천억 원)은 이자이익(40조6천억 원)의 7.5%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21년 전반기까지 주로 대출자산이 증가하면서 이자이익이 증가했으나 2021년 하반기 이후에는 금리상승에 따른 예금 및 대출 금리 차 확대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리상승이 변동금리 대출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이자수익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저원가성예금의 비중이 높아 은행의 이자비용은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금리의 오버슈팅 가능성 등 거시적 측면도 고려돼야
최근 대형은행들의 기록적인 이익 실현으로 촉발된 은행권 경쟁 촉진 논의는 장기간 지속된 우리 은행산업의 과점 체제를 고려할 때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이는 기존 은행산업의 자금 조달·운용 구조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영환경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의제다.
예를 들어 이자이익 편중 현상에 대한 논의를 통해 금융 본연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으며,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 및 스트레스 테스트(경제위기 상황에서 발생할 손실을 측정하고 이에 대비해 은행이 충분한 자본을 축적했는지 평가하는 것) 결과에 따른 차등적 완충자본 부과 등은 국내은행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또한 벤처투자 확대 조치를 통해 모험자본에 대한 정책금융과 민간금융 간 리스크 분담 및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개선방안 추진 과정에서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으로 예상되는 변화를 촘촘히 살펴보고, 특히 핀테크 등 IT 기업의 금융업무 수행범위 확대 시 적용될 리스크 관리 및 소비자 보호 지침 등 세부 사항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아래와 같은 거시적인 측면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은행 간 경쟁 촉진 과정에서 은행 수익성이 지나치게 저하되거나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상황이 초래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최근 비은행권 연체율 상승 우려에도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지 않을 수 있었던 데는 수익성과 건전성이 양호한 은행권의 위기대응 능력이 크게 기여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은행 중심이라는 점에서 은행산업의 작은 구조나 행태 변화가 금융권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데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은행권이 은행채 발행 등 시장성 자금조달을 확대할 경우 지난해 4분기와 같이 시장금리의 오버슈팅(overshooting; 상품이나 금융자산의 시장가격이 이론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가격 이상으로 급격하게 오르는 경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끝으로, 비록 은행권이 민간 소유의 금융회사지만 은행업 허가와 예금자 보호 등 금융제도를 통해 보호받는 공익적 측면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쟁을 촉진하는 과정에서도 취약계층의 은행 접근성 강화 등 공익을 위한 역할 수행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자칫 은행권 경쟁 촉진이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배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아무쪼록 거시적 안목에서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을 포함한 금융산업 전반의 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권역 간 이해관계를 넘어 성장과 관리 차원에서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건설적이면서 균형감 있는 의견 교환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