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뱅크)은 오랜 논의 끝에 2017년 4월 국내 첫 사례로 케이뱅크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도입됐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금융혁신과 은행업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해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도입 취지다. 이후 카카오뱅크, 토스뱅크가 출범했고 저마다 약간씩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면서 흑자로 전환해 고객 수 1천만~2천만 명을 확보하는 등 모두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해 성장 중이다.
여기에서는 올해로 도입 6년을 맞은 인터넷뱅크의 주요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이 글은 2022년 한국금융학회에서 수행한 연구과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와 향후 과제」의 일부를 수정 및 보완해 작성했음을 밝힌다.
인터넷뱅크 도입으로 시장집중도가 완화되고
은행권 신용 스프레드도 안정돼
인터넷뱅크 도입 성과로 첫째, 소비자 이용경험 혁신 효과를 들 수 있다. 인터넷뱅크는 소비자들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업무를 비대면 모바일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채택하는 동시에 인증 편의성을 도모함으로써 소비자의 금융서비스 이용경험을 확연히 개선했다. 일례로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공인(공동)인증서 없는 인증 방식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부분 금융기관이 공인인증서 없이 다양하고 간편한 인증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뱅크의 금융혁신 사례가 전체 금융권으로 파급되는 등 디지털 전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중금리대출 확대 및 신용평가 혁신 효과를 들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신용대출시장의 큰 문제점 중 하나가 ‘금리단층(시장 양극화) 현상’이다. 대부업 등 고금리대출이 부담스러운 중신용(신용점수 501~900점) 차주는 적절한 금리로 대출받기 어려운 일종의 ‘시장 실패’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중신용 차주에게 적절한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권과는 다른 신용평가 모형의 활용이 필요하다. 이에 인터넷뱅크들은 자체적으로 각자의 강점에 맞는 요소를 반영한 대안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인터넷뱅크가 중신용 차주에 제공하는 신용대출 규모와 비중이 시중은행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기반으로 시중은행에서 적절한 대출 제공이 제한돼 온 중신용자 중 상환 여력이 있는 대출자를 추가로 선별해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로써 인터넷뱅크 도입 시 기대한 시중은행과의 차별화, 금융포용 확대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셋째, 인터넷뱅크 도입으로 은행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도 촉진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시장집중도 지표인 허핀달-허쉬만 지수(HHI) 및 상위 3개 기업 집중률(CR3)을 살펴볼 때, 가계 신용대출시장 및 비대면 대출시장에 대한 시장집중도 지표는 인터넷뱅크가 2017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이후 확연하게 낮아지는 추세다. 본격적인 회귀분석 결과도 모든 경우에 대해 인터넷뱅크 출범이 가계 신용대출시장의 경쟁 상황을 유의하게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는 인터넷뱅크 출범의 시차효과 및 개별 은행의 고정효과 등을 고려해도 강건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편익 효과를 살펴보자. 중금리대출시장에서 소비자들의 편익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인터넷뱅크뿐 아니라 은행권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는 인터넷뱅크의 자산 규모상 자체 중금리대출만으로는 금리 단층 현상을 양적인 의미에서 유의미하게 완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저금리 기관(시중은행)과 고금리 기관(저축은행)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시장 진출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는 인터넷뱅크의 본격적인 영업시작 시점과 겹쳤으며 저축은행의 신용 스프레드(신용점수 900점대 대출금리와 700점대 대출금리의 차이) 역시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2019년부터는 2%p에서 안정화를 보였다. 이와 같이 인터넷뱅크가 다른 업권을 자극해서 중금리대출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금리(신용) 스프레드를 낮췄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소비자 편익을 증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청년·서민 금융 등 모바일 가계대출 전반으로
사업 영역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 기울여야
이처럼 인터넷뱅크의 도입은 금융혁신, 은행산업 경쟁 촉진 및 소비자 편익 증진 효과를 가져왔다. 경쟁은 과도해질 경우 은행 및 금융 시스템에 건전성 저해 등 유해한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경쟁은 효율성 제고의 핵심적 동인이기도 하기에 적절한 규제가 뒷받침된다면 사회적으로 유익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진출이 필수인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상 해외 자회사에 대출, 보증 등의 신용 공여를 통한 자금지원이 불가해 관련 법 및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 한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인터넷뱅크는 위기 징조만 보여도 앱을 통해 비대면 예금 인출이 바로 가능하기 때문에 뱅크런이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 평소 인터넷뱅크 유동성 관리에 대한 모니터링 등 리스크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중금리대출 규모를 유지하면서 향후 경기하방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체 신용평가 모형의 고도화 등을 통해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인터넷뱅크는 중금리대출시장뿐 아니라 청년·서민 금융 분야 등 모바일 가계대출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참신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