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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이자수익 중심 구조 벗어나 독자적 부가가치 창출하는 산업으로
이항용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2023년 09월호
외환위기 이후 은행업을 비롯한 금융업은 적어도 양적으로는 많은 발전을 이뤘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금융업·보험업의 실질성장률은 연평균 5.3%를 기록해 전체 경제성장률과 비교했을 때 훨씬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선진국에 비해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가지 외부 환경의 변화는 금융회사들에 또 다른 도전이 되고 있다.
 
금융·비금융의 융합으로 효율성 높여
금융 전업주의·겸업주의 장점 모두 살리는 길로


이러한 어려움에도 우리 금융업은 경쟁력을 높이고 도전을 기회로 만들어서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과거에는 금융이 단순히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실물경제의 성장을 선도하면서 독자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특히 우리 금융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은행의 경쟁력 제고가 필수적이다. 양적인 성장에 그치지 않고 자금중개 기능을 더욱 효율화하는 동시에 은행업무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질적 성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급속한 디지털화와 빅블러 현상(big blur; 경제융화가 일어나는 현상)과 같은 환경변화에 따라 금융과 비금융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금융의 혁신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금융업의 최우선 과제가 된 것이다. 금융당국도 금융지주회사의 업무 범위 확대나 비금융회사에 대한 출자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금융과 비금융이 융합된 혁신 금융서비스의 개발 및 제공이 가능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금융지주 그룹 내에서 은행과 비은행 간의 다양한 데이터의 공유·결합·분석을 통해 신규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도록 유도하고, 금융지주 그룹 내의 업무위탁에 대한 규제를 개선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금융의 전업주의(여러 종류의 금융기관이 각각 색다른 서비스만을 수행하도록 전문화하고, 다른 금융업무에 관계하는 것을 철저하게 제한하는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와 같은 겸업주의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조치로 이해될 수 있다. 

둘째, 국내은행의 수익구조를 보면 예금 및 대출 금리 차에 의한 이자수익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은행의 총수익 중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내외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이자수익 중심의 수익구조로는 은행의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뿐 아니라 은행산업의 성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은행의 수익이 경기나 시장금리의 변동에 따라 달라지면서 은행경영의 안정성에도 문제가 나타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이자수익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비이자수익의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고객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수수료 수입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은행의 비이자수익 확대는 주로 새로운 혁신서비스 개발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적절한 규제개선을 통해 은행의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며, 실제로 은행의 자산관리서비스를 활성화하고 벤처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디지털 약자 배려, 금융 전문인력 양성 등
은행경영의 기본도 튼튼하게 만들어야


셋째, 장기적으로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라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국내시장만으로는 은행업의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은행의 해외진출을 통해 글로벌화를 촉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수년간 은행의 해외점포 수가 증가하고는 있으나 해외점포의 당기순이익은 국내시장에 비하면 크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국내법으로 인해 해외 영업활동이 제한되지 않고 해외에서 동등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더해 국내은행들은 해외진출 시 현지화 등을 통해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은행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은행경영의 기본을 튼튼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부통제 강화와 건전성 제고를 통해 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신용평가 능력을 높임으로써 효율적인 자금중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화에 따라 IT 부문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디지털 약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아울러 은행의 경쟁력은 은행이 확보하고 있는 금융인력의 경쟁력이 그 바탕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중장기적 시각에서 금융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 

은행을 둘러싼 환경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은행 간의 경쟁뿐 아니라 심지어는 은행과 비금융회사 사이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도전을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은행 스스로 끊임없이 혁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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