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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영국 챌린저 뱅크,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수익 창출 면에서는 여전히 우려 존재
심윤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2023년 09월호

 
영국 은행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국유화와 은행 간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대형은행의 지배력이 커졌다. 하지만 시장 집중도가 높아진 데 반해 고객 만족도는 오히려 하락함에 따라 정책당국은 대형은행의 지배력 축소, 은행 간 경쟁 촉진, 소비자 효용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은행업 인가를 단행했다. 이 시기부터 신규 진입한 은행들을 광의적 의미의 ‘챌린저 뱅크(challenger bank)’라고 부른다.
 
영국, 2013년 은행 신규 인가 추진 후 현재 30개사 영업 중

 초기 챌린저 뱅크는 대부분의 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중형 풀서비스(full-service) 은행’, 중소기업 대출 등 특화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 은행’, 다른 산업에서의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영업하는 ‘브랜드 활용 은행’ 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2013년 영국 정책당국은 본격적으로 은행권 내 혁신서비스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신은행스타트업 조직(NBSU; New Bank Start-up Unit)을 설립하고 은행업 인가 프로세스를 재정비했다. 특히 이때부터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특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전문은행’들이 등장했는데, 이들이 바로 아톰뱅크, 몬조뱅크, 스탈링뱅크 등 우리에게 친숙한 디지털 챌린저 뱅크들이다. 

2013년 이후 2023년 6월 말까지 총 36개의 디지털 챌린저 뱅크가 은행업 인가를 받았고, 이 중 6곳의 인가가 취소됐으며 현재 30개 은행이 영업 중이다. 이들은 중소기업 대출 특화(오크노스뱅크), 디지털 특화 계좌(스탈링뱅크), 선불카드(몬조뱅크) 등 다양한 특화서비스를 바탕으로 고객 수를 빠르게 확대했다. 이처럼 챌린저 뱅크가 약진하면서 기존 은행권의 개인 계좌 점유율은 2019년 93%에서 2021년 88%로, 소기업 계좌 점유율은 같은 기간 92%에서 83%로 하락하며 은행권 경쟁 촉진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책당국이 의도했던 것처럼 엄청난 ‘메기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영국 개인 계좌에서 디지털 전문은행의 점유율은 2021년 8%까지 성장했지만 청년층 고객 위주의 구성, 주거래 관계 부족 등의 이유로 예치금 점유율은 1.2%에 그치고 있다. 또한 많은 신규 은행이 등장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디지털 챌린저 뱅크가 여전히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어 이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네오뱅크(Neobank; 오프라인 지점 없이 모바일이나 인터넷만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는 우수한 고객 유치력에 비해 수익성이 부족한 약점을 보여왔는데, 특히 영국시장은 미국과 달리 계좌 유지나 ATM 인출에 부과하는 수수료도 거의 없어 무(無)수수료 계좌 등 소위 말하는 챌린저 뱅크의 ‘킬러 상품’의 효과도 크지 않았다. 

게다가 흑자 전환에 성공한 챌린저 뱅크들의 사업모델을 살펴보면, 혁신서비스에 기반한 수수료 수익 확대보다는 대출 확대를 통한 이자이익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 디지털 챌린저 뱅크 중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스탈링뱅크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영국 재무부가 보증하는 회복지원대출(Bounce Back Loan) 제도와 모기지 대출 확대를 기반으로 수익을 확대했는데, 이러한 사업모델은 기존 은행권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챌린저 뱅크의 도입 효과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국내 도입 시 자체적 수익모델 창출 위한 제도적 지원 등 필요

국내에서도 정책당국이 은행 과점에 따른 폐해를 지적하며 챌린저 뱅크 도입을 포함한 과점 체제 개선방안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챌린저 뱅크가 도입되더라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과점 체제를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존재한다. 

앞서 지적했다시피 대부분 챌린저 뱅크는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음에도 수익성 부문에서 고전하고 있으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은행들은 서비스 혁신보다는 대출 확대를 통한 이자이익 증대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네오뱅크의 우수사례로 평가되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자본 확대 → 대출자산 확대 → 이자이익 확대’의 과정을 거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사례이며, 수익구조는 기존 은행권과 큰 차이가 없다. 또 카카오뱅크의 총자산은 올해 3월 기준 전체 은행권의 1.3%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에 특화 챌린저 뱅크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특화서비스 모델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영국 사례처럼 수수료 기반 혁신서비스 제공을 통한 수익 창출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들의 사업모델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점검하고, 자체적인 수익모델 창출을 위한 준비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신규 은행 인가 프로세스를 재정비해 본인가 전 신규 진입자의 사업계획과 실제 운영효과를 검증할 수 있도록 시범운영 기간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편 지나치게 적극적인 신규 은행 인가 정책은 오히려 신규 플레이어 간 경쟁 심화로 이들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가 후 일정기간은 동일 분야에 신규 인가를 제한해 특화서비스 기반 수익모델 확립을 위한 시간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갖춘 은행들이 금융소비자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경쟁 구도를 재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