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긴 터널을 거치며 새로운 기준이 일상이 되는 뉴노멀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특성 때문인지 다른 분야보다도 바다를 둘러싼 해양수산 분야 이슈들은 글로벌 여건 변화를 더욱 빠르게 체감하게 한다. 글로벌 해운 공급망이 안정되자마자 호황을 누리던 국제 해운시장은 그 상승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라앉을 불황에 대비하고 있고, 소규모·비대면 문화는 소비와 레저·관광 문화를 바꿔놓았다. 기후변화와 해수 온도 상승은 어업자원의 분포도 바꾸고 있다. 바다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늘 변화의 물결을 주시하며 당면한 현안 대응과 함께 미래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방향성은 해수부의 내년도 예산안에도 반영돼 있다.
2024년 예산안 6조6,233억 원…
수산·어촌, 해운·항만, 해양환경 부문 투자 확대
해수부는 2024년도 예산안으로 6조6,233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2023년도 본예산보다 1,900억 원(3.0%) 늘어난 규모다. 정부 전체적으로 건전재정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지출을 구조조정하는 동시에 필수적인 예산은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R&D 분야는 구조를 효율화하고, 재정 수요가 높은 수산·어촌 부문, 해운·항만 부문, 해양환경 부문 투자는 확대했다. 당면 현안 과제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대응과 수산 경영 안정화를 위한 예산을 최대한 확보했고, 어촌 활력 제고, 스마트항만 조성, 해양수산 신산업 육성 등 국정과제와 핵심 정책들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우리 바다와 수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어업인의 경영 안정을 뒷받침할 예산을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직후 편성한 2022년도 예산과 비교해 2배 이상 확대했다. 주요 해역의 방사능 유입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 정점을 기존 52개소에서 165개소로 확대하고, 해류의 흐름을 고려한 유입경로 감시를 위해 태평양 도서국과의 국제협력도 추진한다.
또한 국내 주요 위판장과 양식장 등 생산단계 안전관리를 강화해(정부 전체 검사건수 8천 건→4만3천 건, 장비 확충 64대→72대)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민간수매(1,154억 원) 및 정부비축(2,065억 원) 물량 확대, 소비촉진 행사(1,338억 원)를 통한 수산물 수급 안정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수산·어업인을 위한 금융 지원 재원도 1,438억 원에서 2,233억 원으로 확대 편성했다.
더불어 수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투자를 늘린다. 자원관리형 어업질서 확립을 위해 연근해 어업자원 조사를 신규 추진하고(85억 원), 첨단 양식설비 지원 확대(7개소→16개소), 수산식품 클러스터 조성(2개소, 111억 원→151억 원)과 함께 저온·친환경 위판장 확충(누적 6개소→9개소) 등 생산·가공·유통 단계의 선진화를 지원한다. 더불어 수출기업 성장 지원(35개사→62개사),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한 해외마케팅 다변화 노력(60억 원→94억 원) 등을 통해 K블루푸드의 성장을 이끌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다음으로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소멸위기에 처한 어촌의 자생력을 키우고, 지역 해양수산 SOC를 확대하는 등 연안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투자를 이어간다. 지난해부터 새롭게 추진한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을 지속하면서(444억 원→962억 원), 특히 민간투자 유치를 활용한 어촌 경제거점 조성에 보다 집중할 계획이다(2024년 신규 7개소). 선박이 기항하지 않는 도서지역이 없도록 소외도서 선박 운항 지원을 확대(누적 10개소→15개소)해 나가고, 여성어업인 특화 건강검진을 전면 확대(1,500명→1만6천 명)하는 등 복지 안전망 구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그뿐 아니라 기존 어선 임대제도에 더해 양식장 임대제도를 새로 도입하고(10개소, 4억 원), 주거시설과 정착자금을 확대 지원하는 등 젊은 청년들의 귀어·귀촌과 수산업 진입을 돕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또한 연안경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주요 항만과 어항의 인프라를 추가 개발하거나 기존 시설에 재해예방시설을 보강하고, 지역 상생을 위한 유휴 항만 재개발도 지속한다. 특화어항 조성, 민관협력형 어촌관광 콘텐츠 개발(신규 9억 원)로 소규모 연안지역의 역동성을 높이는 한편, 신규 해양치유센터 조성(제주), 인천해양박물관 본격 운영 등 지역별 특색 있는 해양자원의 관광산업화와 해양문화 확산을 위한 기반시설 건립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이어나간다.
친환경 선박 보급, 미래선박 기술에 투자 지속하는 한편
한국형 스마트항만 조성에 속도
해양수산업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선박 분야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해 친환경 선박 보급(관공선 누적 9척→12척, 민간선박 누적 19척→24척)과 자율운항선박 등 미래선박 기술에 대한 투자(R&D, 369억 원→444억 원)를 지속하고, 스마트 메가포트로 개발 중인 진해신항, 광양항 자동화 항만 테스트베드 구축 등 한국형 스마트항만 조성에 속도를 높인다.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과 디지털항로 실증기술 개발, 연안 항로 디지털 지도화(신규 18억 원) 등 해상교통의 디지털화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무엇보다 해양수산 분야 미래산업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산 세컨더리 펀드 신규 출자 등 정책펀드를 활용한 창업·투자 생태계 활성화에 앞장서고, 해양바이오산업화 거점시설을 지속 확충할 뿐만 아니라 바이오소재 국산화(32억 원) 및 해양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 생산(65억 원→80억 원) 등 신산업·신해양에너지 분야 연구도 확대해 나간다.
지속 가능한 해양 이용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선다. 탄소흡수원인 갯벌을 지속적으로 복원·관리(200억 원)하는 등 해양생태계 기능을 보전하고, 어구부표 보증금제 본격 시행(23억 원→94억 원), 접근이 곤란한 해안방치 폐기물 공공수거(신규 20억 원), 도서지역 쓰레기 관리 강화(10억 원→45억 원) 등 연안 해양쓰레기를 혁신적으로 줄이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해양수산 분야 전반에 걸친 안전 관리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할 예정이다. 해양경계 설정 기준을 수립(신규 13억 원)해 해양 관할구역을 둘러싼 분쟁을 예방하고 해양영토 관리 역량을 높이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연안지역과 항만의 재해 예방시설을 확충하고, 대조기, 집중호우 등의 복합재해에 대응한 해안침수예상도 고도화(3억 원→28억 원), 항만시설 안전 확보를 위한 무역항 안티드론 시스템 도입(신규 33억 원, 총 10개소 중 3개소 선제도입) 등을 추진한다.
해수부는 무엇보다 국민을 중심에 두고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우리 바다와 수산물을 지금과 같이 항상 안전하게 관리해 나가면서, 연안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또 신산업 분야를 포함한 해양수산업 모든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다음 세대도 바다를 통해, 바다와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우리 바다를 가꾸고 지켜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