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국제 질서를 재편하면서 글로벌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G20 디지털경제장관회의에서는 디지털이 그려내는 다양한 변화를 고려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디지털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의장국인 인도는 ‘디지털 공공인프라, 디지털경제에서의 보안, 디지털 역량 교육’ 의제에 역점을 두고 네 차례의 실무 논의를 주재했다.
먼저 인도가 중점의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디지털 공공인프라’는 혁신적 공공·민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디지털 시스템의 집합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OECD 디지털정부지수 1위에 빛나는 모범국가로서 디지털 기술이 보편적 가치 실현에 기여해야 한다는 우리의 방향성을 반영하고자 했다. 포용적 디지털 전환의 지향점으로 국제사회에 ‘자유, 인권, 연대’의 가치를 존중하는 보편적 디지털 규범 마련이 필요함을 피력하고, AI·클라우드 기반의 한국형 디지털 공공인프라인 ‘디지털플랫폼정부’의 방향성을 공유했다. 새로운 방향성과 단어를 담는 작업은 많은 설명을 요하지만, 끊임없는 설득과 논의 끝에 결국 디지털 공공인프라 운영에서 ‘근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장관급 회의의 최종성과물에 포함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G20 정상선언문에서 디지털 관련 화두는 단연 AI였다. AI는 실무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아서 정상선언문에 담을 수 없다는 일부 회원국의 반대가 있었지만, 우리나라와 의장국 인도 등은 AI의 파급력과 중요성을 감안해 AI 관련 문안이 정상선언문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 디지털 비전 포럼’과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AI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한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이를 정상선언문에 반영하는 등 새로운 글로벌 규범 형성을 선도했다.
우리나라는 한편 이번 G20 회의를 계기로 인도, 미국, EU,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유엔의 정책결정자와 만나서 새로운 디지털 전환 방향성에 대한 국제 논의 필요성과 사이버보안 등 디지털 분야 협력 방향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도 했다.
올해 G20 디지털경제장관회의가 열린 인도 벵갈루루는 별칭인 ‘인도의 실리콘밸리’다운 산업도시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현지에서 만난 인도인들은 인류 최초로 달 남극 부근에 착륙한 무인 탐사선 찬드라얀 3호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었다. 들뜬 분위기 속에서 기술 강국 인도의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서 G20 회원국은 중·저소득국의 디지털 공공인프라 구축에 공동의 노력이 필요함을 확인하고, 앞서 말한 것처럼 인프라 운영에서 인권과 근본적 자유를 존중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도 합의 내용을 고려해서 세계은행에서 운영 중인 디지털개발파트너십 등 다양한 개발협력 채널을 통해 우리 정책사례를 공유하고 디지털 분야 개발기금에 기여하는 등 국제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인권·자유 존중 등 새 디지털 질서의 방향성을 수립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국제사회에 제안하고 G20 등 국제 회의체를 통해 전파해서 한국의 디지털 의제 주도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디지털 모범국가로 도약할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