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G20 회의에서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3차례 회의를 통해 기후대응 지원, 취약국 채무 재조정, 다자개발은행(MDB) 역할 확대 등 첨예한 이슈를 논의했다. 세계경제 공조에서도 상당한 쟁점이 있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대형은행들의 파산, 중국경제 침체 징후 등 세계경제 하방 리스크에는 대부분이 공감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G7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대립이 지속됐다.
무엇보다 세계경제 불확실성의 원인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목하고 흑해 곡물협정 회복을 권고한 「식량·에너지 안보 보고서」에 러시아가 반대의견을 제시하며 마지막까지 논란이 지속됐다. 하지만 다수의 국가가 해당 보고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피력하면서 최종단계에서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당 보고서에 대한 지지와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이 정상회의 발언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내년 3억 달러, 중장기적으로 20억 달러 이상의 지원 의사를 공표하는 등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책임과 기여’로 적극 협력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우선 우리나라는 이번 정상선언문에 ‘녹색기후기금(GCF) 2차 재원보충에 대한 G20 회원국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하는 성과를 이뤘다. 그간 우리나라는 GCF 본부의 송도 유치를 시작으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 사무소 등을 국내에 유치해 왔다. 공여 의무가 없는 GCF에 주요국에 버금가는 3억 달러를 공여하는 등 기후대응에도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우리나라는 재원보충 문구를 반대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서면 협의와 현장 설득을 여러 차례 거쳤으며, 결국 최종 정상선언문까지 그대로 문구를 지켜냈다. 또한 이번 G20 정상회의 첫 세션에서 윤 대통령이 GCF 3억 달러 추가 공여를 선언하며 기후대응과 관련한 지난 1년간의 노력과 성과에 정점을 찍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국제금융 여건 변화 속에서 취약국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관련 개도국 대출’이 1조 달러 수준까지 확대되고 코로나19 이후 경기 악화와 높은 금리 부담으로 23개국의 파산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국제금융체계(IFA) 실무그룹’의 의장국으로서 취약국에 대한 채무 재조정 및 MDB의 역할 확대 등 MDB 개혁과 관련된 논의를 주도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었다.
우선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걸려 있어 마지막까지 첨예한 대립이 지속된 취약국 채무 재조정은 최종 합의가 불발된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는 선제적으로 쟁점을 세분화하고 우선 합의가 가능한 부분을 중심으로 주요국을 설득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특히 현재 협의 중인 ‘잠비아·가나·에티오피아 등의 채무 재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채무정보의 공개 확대’와 더불어 ‘채무조정을 예측가능성 있게 진행’한다는 대원칙에 국가 간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한 수혜대상 확대 등 일부 이견 사항에 대해서는 9월 말 서울에서 열리는 IFA 실무그룹에서 논의해 나가기로 하는 등 향후 보완 가능성도 열어뒀다.
MDB 개혁방안도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간 우리나라와 프랑스는 기후변화 대응 등에 개도국 지원이 시급함을 강조해 왔고, MDB의 운영 효율화를 통한 가용재원 확대를 추진해 향후 10년간 약 2천억 달러의 추가 대출여력을 마련했다. 또한 MDB 역할 확대를 위한 추가증자 여부 등 남은 쟁점은 오는 10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별도 ‘고위급세미나’를 개최해 협의하는 방안으로 최종 타협을 이뤄냈다.
최근 주요국 간 냉기류가 흐르는 상황에서도 한국은 주요 이슈에서 조정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하지만 과제도 많다. 세계경제는 여전히 하방 가능성이 열려 있고, 기후변화와 부채이슈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비록 이번 정상회의는 마무리됐지만, 가깝게는 10월 재무장관회의 그리고 내년의 리우 G20 정상회의에 이르기까지 각국은 주요 쟁점을 두고 더욱 치열하게 논쟁할 것이다. ‘IFA 실무그룹’의 의장국이자,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로서 우리가 다시 치열하게 움직여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