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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역 자원을 정밀 분석해 방문객에 닿을 감동 포인트 찾아라”
박준규 양양 서피비치 대표 2023년 11월호


서피비치를 시작한 계기는?
부산 해운대에서 추진된 스마트비치 사업에 2011년부터 3년 정도 참여하면서 사업가로서 내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조금 부족해도 아름다운 바다로는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과 공유수면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또 외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여행객들이 한국의 바다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이국적인 바다에 대한 결핍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그들이
느끼는 결핍, 바다에서의 로망을 찾아 사업화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2014년 ‘양양 보라카이’ 사업을 기획했는데, 양양에 실제 와서 보며 서핑을 접목한 ‘양양 서피비치’로 방향을 바꿔 2015년 7월 시작했다.

양양 보라카이 사업이 어떻게 서피비치로 바뀌게 됐나.
해수욕장 운영 기간이 1년에 고작 45일이었다. 45일로는 사업을 할 수 없는데, 큰일이다 싶었다. 반면에 서핑은 1년에 200일 정도 할 수 있더라. 여행레저에서 365일 중 200일간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굉장한 거다. 스키장은 1년에 100일도 안 된다. 또 양양의 파도는 초보자들이 서핑 강습을 받기에 최적이었다. 그렇게 서프(surf)에 양양의 YY가 합쳐져, 양양에서 서핑하는 바다라는 서피비치(SURFYYBEACH)가 탄생했다.

양양을 선택한 이유는?
첫째로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해수욕장도, 항도, 방파제도 아닌 용도가 지정돼 있지 않은 해변이 필요했다. 고성의 송지호, 강릉 금진, 양양 하조대가 있었다. 두 번째로는 일자 해변이어야 했다. 우리가 바다를 보고 “이국적이다”라고 표현할 때는 대부분 일자 해변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바다는 대부분 방파제가 있는 U자 해변이다. 마지막으로 민가와 최소 500m, 많게는 1km가량 떨어진 곳이 필요했다. 이런 곳은 사람이 안 가는 바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마침 양양에 깨끗하게 정리가 돼 있는 땅이 있었다. 이 세 개 조건을 완벽히 충족해 하조대가 있는 중광정리에 자리 잡았다.

사람이 찾지 않던 바다로 어떻게 사람을 불러 모았나.
여행업은 첫 번째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있을 법한, 로망을 현실화하는 아이템을 선정해 이미지를 만들어 이해를 구하고 공감을 얻는 게 우리의 일이다. 관심, 이해, 공감이라는 여행업의 공식이다. 양양은 여행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여행지로서 효용이 있으려면 주간 콘텐츠와 야간 콘텐츠가 확보돼야 했다. 주간 콘텐츠로는 서핑을 시작으로 지금은 비치요가까지 하고 있고, 야간 콘텐츠는 백사장에서의 비치파티로 잡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해먹이 있는 바다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백사장에 해먹을 설치해 이국적인 양양 바다 이미지를 만들어 차별을 뒀다. 양양 바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해변의 해먹과 서핑 두 개로 잡은 것이다. 

수익은 어떻게 창출되나.
수익구조는 서핑과 비치요가 등의 레저, F&B, 페스티벌과 파티 그리고 광고다. 우리는 사업구조를 짤 때 광고가 기본이었다. 다른 걸로는 돈이 하나도 안 벌려도 광고만으로 지속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제휴다. 우리가 판매하는 것에 그 브랜드의 독점권을 준다. 맥주의 경우 코로나만 판매하는데, 우리가 아시아에서 코로나를 가장 많이 파는 매장이다. 그러다 보니 해당 사업자가 우리에게서 광고를 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시즌 프로모션으로 팝업 스토어를 열거나, 브랜드의 사인물을 붙인다던가, 우리가 하는 파티에 브랜드의 이름을 붙여 주는 형식이 있다. 실방문객이 한 해 200만 명 정도가 되며 초반보다 광고비도 많이 오르고 광고주도 많아졌다.

젊은이들이 많이 오는데, 의도적으로 타기팅을 한 것인가?
누가 오느냐에 따라 업(業)이 바뀌게 되는데, 양양은 리조트가 많은 강릉, 속초가 옆에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으로는 승부수를 둘 수 없었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사진 한 장을 위해 비행기도 탄다. 서피비치 같은 공간을 만들면 교통이 좀 불편해도 올 거라고 봤다. 양양에서 가족 단위 중심 사업을 한다는 것은 기획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되는 걸 하는 대신 그게 지역의 이득, 동료의 이득, 고객의 이득에 맞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불가능한 걸 할 수는 없다. 그건 사업가의 영역이 아니다.

‘지역의 이득’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지역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숙소, 음식점 등 지역의 여행자원들을 손님들이 찾을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레저업은 강사의 퀄리티가 지역 여행의 퀄리티가 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양양군에 ‘나는 양양의 서핑 강사다’와 같은 서핑 강사 교육을 제안했다. 그렇게 서핑 숍이 좀 더 오래 갈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우리 영향으로 주변에 창업하는 분들이 늘어났는데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로컬창업자들에게 여행업의 공식을 알리고 실제로 기획안, 운영안, 실행안을 써보는 교육도 하고 있다. 

양양을 서피비치 전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서피비치가 들어오며 양양이 여행의 목적지가 됐다. 처음엔 서피비치를 보러 양양에 여행 온 분들이 실망을 많이 했다. 막상 와보니 서피비치 말고는 저녁에 술 한잔할 데도 없었으니까. 지금은 양리단길도 만들어지고, 주변에 인구해변, 설악해변 등이 생기며 점점 좋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주변에 업장도 늘고, 매출액도 초창기보다 평균 5배 이상씩은 오른 것 같다. 그전에는 영업 기간이 45일에 불과하다는 패배감이 있었는데, 200일이 되니 지역민들의 삶의 디자인이 바뀌었다.  

로컬창업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비즈니스 측면에서 로컬은 매출의 대부분이 해당 지역의 자연을 찾아오는 여행객으로부터 발생하는 지역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그 지역의 여행자원을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월별, 일별로 해 뜨는 시간, 달 뜨는 시간까지 체크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만한 포인트를 찾아내야 한다. 한 달에 4~5일 정도 동해 바다에서 달이 뜬다. 동해에만 있는 월출이다. 이것이 1년으로 치면 60일의 메가콘텐츠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지역 여행자원에 대한 수치화가 돼 있지 않다. 정부에서 이러한 정보를 만들어 공개해 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업자들은 이것을 관심, 이해, 공감이라는 공식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 생태계를 위해 필요한 것은?
지역은 취업이 힘들어 창업을 강제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창업 교육을 받아본 사람이 없다.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창업의 공식을 알고 사업을 하면 기회도 생긴다. 창업지원금을 받고 시작했다 폐업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이게 지역에는 패배의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성공사례가 생겨 지역에 구심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또 지역을 사람에게 뭐가 더 중요한지에 대한 답을 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분위기나 철학을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이고, 정부에서는 이러한 쪽으로 시선을 유도하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홍성아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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