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기업이 공장을 건설하는 기간에 인력을 사전 교육하고
공장 준공과 동시에 해당인력을 투입하는 퀵스타트 프로그램의 활용 극대화해야
업종별 입지 수요조사 결과를 특구 면적 산출에 반영하고
업종별 규제완화 실태조사 통해 규제특례 방안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12%가 88%를 삼키는 극심한 불균형’, ‘공간적 정의 실종’ 등의 표현은 최근 우리나라 균형발전을 둘러싼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자조적인 용어다. 좋은 교육환경과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향하는 지방 청년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생산(GRDP)과 일자리, 인구의 절반 이상은 전체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으로 쏠리고, 이는 더욱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수도권과 지방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지역·산업·경제의 양극화를 초래해 지방 거주민의 상실감은 더욱 커지면서 공간적 정의는 찾아보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지방에는 모이(일자리)가 없고, 수도권에는 둥지(주택)가 없는 세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세제·규제특례·정주여건 등 패키지로 지원하는 기회발전특구,
기업과 지자체가 주도하는 상향식 제도로 운영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공간적 불균형, 달리 말하면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는 근본적 원인은 지방 청년의 수도권 유출이다. 지방 청년의 유출은 저출산으로 이어지면서 고령화를 유발하고, 이는 다시 비수도권 지역의 소멸을 가속한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방인구(특히 청년) 정착을 위한 프로젝트로 ‘교육자유특구’와 ‘기회발전특구’를 제안하고 있다. 특히 지역민의 체감도가 높은 기회발전특구의 성공적 추진 여부가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 실현을 결정하는 트리거(trigger)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에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제·재정 지원, 규제특례, 정주여건 개선 등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혜택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구역을 의미한다. 이 제도가 다른 특구와 차별화되는 것은 투자 주체인 기업과 지자체 주도로 지방투자정책을 기획·설계하는 상향식 제도라는 점이다.
특구의 입지는 기업과 지자체가 협의해 결정할 수 있으며, 산업단지 및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등 이미 조성된 계획입지나 신규입지 모두 가능하다. 다만 특구의 면적은 광역시 150만 평, 광역도 200만 평으로 상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시도별 상한 면적 내에서 특구 개수에 제한이 없으며 복수(분할) 지정도 가능하다. 특구 입지유형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A 및 B 지역을 걸쳐 특구를 지정하는 연접형, A 및 B 지역을 각각 지정하는 분할형, 특정 지역에만 지정하는 통합형 등이 있으며, 이는 지자체가 지역 특성을 고려해 결정할 수 있다.
특구에 한정해 지자체가 기업과의 협의 아래 규제특례를 요청할 때는 국민의 건강 및 안전, 국가안보, 환경 등을 해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정부가 승인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구에는 특구로의 이전기업과 창업기업의 국세 및 지방세 부담 완화, 지방투자촉진보조금 확대, 개발부담금 100% 감면, 특구 펀드 조성 등에 일정 기간 이상 투자했을 경우 이자 및 배당소득의 세제 혜택,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초중고 설립 지원과 주택 특별공급, 양도세 혜택 등이 주어진다.
역내 전략산업과의 연계,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 고려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 양성체계 구축해야
지자체가 기회발전특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먼저, 광역시도 내에서 특구의 입지를 어디로 하며 몇 개로 신청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입지는 새로운 기업의 입주가 가능한 공간이 확보된 지구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타당하다. 예컨대 어느 지역에서 2028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또는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완료될 때 특구로 지정할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최초 지정 신청은 현재 부지가 확보된 최소한의 면적을 대상으로 한 후, 새로운 단지 조성 직전에 추가로 신청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기존에 조성된 단지의 분양률이 90%를 웃돌고 상당수의 기업이 이미 입지하고 있어 새로운 기업이 입주할 부지가 부족함에도 기존 기업에 특구 지정에 따른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자 특구 신청을 추진하려는 지역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특구 내 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은 수도권 이전기업 및 신설(창업)기업에 한정되므로 입지 선정 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한 면적 상한이 적용되고 있으나, 수요기업이 많은 경우는 면적 확대를 정부에 요청할 수 있다.
둘째, 어떤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산업 선정은 지역의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간 역내 전략산업(또는 특화산업)과 연계성이 높은 업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더불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산업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특구 내 산업의 중복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특구 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지자체-기업-대학의 협업을 통해 양성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구 내 입주기업은 주로 첨단산업 관련 기업들이고 이들 기업은 생산성이 높은 전문인력을 원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기업이 공장을 건설하는 기간에 인력을 사전교육하고 공장 준공과 동시에 해당 인력을 투입함으로써 공장이 적기에 가동될 수 있도록 돕는 퀵스타트 프로그램의 활용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기업의 입지 수요조사와 규제특례에 관한 실태조사를 사전 실시하는 것이다. 기회발전특구 지정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충분한 수요기업이 존재하는가다. 또한 입주기업이 신(첨단)산업 관련 기업이라면 조세 인센티브보다 규제완화에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종별 기회발전특구 입지 수요조사를 통해 특구 면적 산출에 반영하고, 업종별 규제완화 실태조사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규제특례 방안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회발전특구 기본계획 수립 시 투자계획 및 경제성 등의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① 충분한 국내외 기업의 입주수요 확보, ② 근로자 등의 정주환경 확보 또는 연계, ③기회발전특구 개발에 필요한 부지와 광역교통망·정보통신망·용수·전력 등 기반시설의 확보, ④기회발전특구의 개발에 경제성(고용 창출, 생산액 등) 확보, ⑤기회발전특구가 있는 지역의 주요 산업(주력산업 또는 전략산업)과 연계 발전 가능성 등의 내용이 기본계획에 포함돼야 한다.
기회발전특구가 몰락 위기에 있는 지방을 살리고 국가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다만 지역이 어떻게 고유의 특성을 반영해 특구를 기획, 설계,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예컨대 특정 지역의 도심에 특구가 지정된다고 하면 주변부의 낙후지역 및 지방소멸에 직면한 지역들과의 불평등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역내 불균형 해소를 위해 특구 인근 취약지역과의 지역 간 및 사업 간 연계 강화를 통해 낙수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 등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특구 내에서 ‘인재→혁신역량 제고→산업고도화’로 이어지는 지역경제 선순환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업-지자체-대학-공공기관 등이 협업을 통해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