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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당겨쓴 세계경제의 여력, 압박받는 성장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팀장 2023년 12월호

지난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위기, 글로벌 공급망 지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그리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르기까지 세계경제를 뒤흔드는 위험 요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중이다. 현재의 세계경제는 성장동력은 약하고 회복력은 떨어졌으며 하방 위험은 커져 있는, 말 그대로 기초체력이 매우 소진돼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정책 공조는 파편화돼 있는 데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어 세계경제가 비협조게임(서로 비협조적인 극단전략을 채택해 결국 양측 모두 불이익을 보게 되는 상황)의 나쁜 균형으로 수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

이자보상배율 낮거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 높은 
한계기업 및 가계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중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11월에 발간한 「2024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3.0% 대비 0.2%p 낮은 수준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IMF, OECD 등 주요 기관들의 최근 세계경제 전망 수치를 보면 2023년 전망치는 상향 조정한 반면에 2024년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회복세 둔화 판단의 기저에는 고금리로 인한 부채 부담과 근원 인플레이션의 경직성에 따른 통화정책 전환 시점의 불투명성, 전쟁 장기화 및 확전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 중국경제의 중장기적 성장 둔화와 그로 인한 세계경제 기여도의 축소 등 부정적 요인들이 깔려 있다. 요약하자면 2024년 세계경제는 그간 필요한 여력을 모두 당겨쓴 가운데 성장이 압박받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전망에서 제시한 키워드인 ‘당겨쓴 여력, 압박받는 성장’에는 주요국이 코로나19 위기에 저금리와 확장적 재정지출로 대응하면서 정부와 가계, 기업의 부채 수준이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 당시로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했던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경제가 충분히 회복하기도 전에 발생한 공급망 충격과 물가 상승, 고금리 상황으로 다시 한번 세계경제가 압박받는 중이다. 

저금리를 핑계로 미래로부터 당겨온 막대한 빚이 고금리와 결합하면서 소비와 투자, 지출을 조정하도록 해 결국 성장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이 키워드에 담겨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상방 요인보다 하방 요인이 더 부각되는 가운데, 세 가지의 리스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첫째, 중국경제의 중장기 저성장 경로 진입 가능성이다. 지금까지 중국경제는 정부의 성장 목표치를 비교적 잘 따라왔으며 해외직접투자 유입을 통한 글로벌 생산기지화로 세계경제에 크게 기여해 왔다. 하지만 주요 경제위기가 있을 때마다 성장률이 한 단계씩 감소하고 있는 데다 구조적 취약점이 집약돼 있는 부동산 부문이 향후 성장률 수준을 더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도 하다.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 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의 부채를 떠안기로 하면서 부동산 부문에 대한 우려가 다소 불식되고 있지만 구조개혁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중장기적으로 성장이 하락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거기에 생산성 저하, 빈부격차 확대, 인구 고령화 및 출산율 하락 등 여타 구조적 요인들과 미중 갈등에 따른 미국의 중국 견제, 해외직접투자 감소까지 난제 또한 산적해 있다. 

둘째, 고부채와 고금리의 이중작용에 따른 성장 저하 우려다. 앞서 언급했듯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한 고금리 시대가 기존의 부채 부담을 더욱 늘리고 있다. 가계와 기업, 정부 할 것 없이 부채가 질서 있게 축소되면 좋겠으나 그 과정에서 소비와 투자 등 경제활동의 위축을 피할 수 없다. 부채가 매우 빠르게 늘어난 국가들, 특히 정부와 가계, 기업 중 두 부문 이상에서의 부채 부담이 높은 국가들을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국 내에서는 이자보상배율(기업의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낮거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이 높은 한계기업 및 가계의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셋째, 지정학적 충돌 악화와 그로 인한 추가적인 공급 충격의 가능성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와중에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이 발발했다. 전자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면 후자는 진행 상황을 아직 예단하기 힘들다.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고 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경우 원유의 주요 생산지인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전쟁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매우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2022년 상반기 동안 겪었던 유가 충격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 등으로 다시 겪게 된다면 세계경제는 다시금 큰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중기적 재정 건전화가 최우선이나
경제취약층에 대한 선별 지원에도 힘써야


세계경제는 이처럼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정책목표에 대한 종합적인 사고가 매우 긴요한 시점이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채의 질서 있는 디레버리징을 유도하는 것이다. 가계와 기업, 정부의 부채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경제가 성장하는 데 제약이 걸리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화정책의 적절한 경로를 통해 물가 안정과 성장의 적정한 조합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함과 동시에 늘어난 부채가 부실화하거나 재확산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난제도 안고 있다. 

재정정책에서는 중기적 건전화가 최우선이지만 경기하강의 영향이 경제 주체들에게 불균등하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취약층에 대한 선별지원에는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투자와 특히 R&D, 소프트웨어 등 중요도가 점증하고 있는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 지원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지정학적 갈등 및 공급망 분화와 관련해서는 안보와 안정성이라는 새로운 목적을 경제 및 정책 분석의 틀에 포함해야 한다. 누가 이와 관련된 비용을 내고 누가 이득을 얻는지에 대한 셈법과 판단이 복잡해진 상황 속에서 정책역량을 제고하려는 노력도 긴요하다. 더불어 공급망 분화의 중심에 있는 중국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 또한 요구된다. 

끝으로, 현재 우리 산업구조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과 차세대 산업을 육성하려는 두 목표 사이의 잠재적 불합치 문제를 지속가능성,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틀 안에서 조화롭게 풀어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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