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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독일, 영국 등 전년도 부진 털지 못하고 1% 내외의 미약한 회복세 보일 것
강유덕 한국외대 Language&Trade학부 교수 2023년 12월호

올해 유럽경제는 고물가 속 성장 둔화를 겪었다. 장기 국면에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에너지 공급 대란은 피할 수 있었지만, 고물가 현상으로 구매력이 감소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됐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재정·통화 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했다. GDP 비중으로 나타난 정부지출은 전년 대비 약 1%p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대규모 부양책이 종료된 영향이다. 통화정책은 더욱 극명한 긴축 기조를 나타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0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4.5%까지 끌어올렸다.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유로 지역은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영국의 성장률은 0.5%로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15년 만에 최저치다. 독일, 스웨덴, 핀란드,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은 2023년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하다.

느리지만 하락하고 있는 유로 지역 물가상승률,
내년 후반 3% 전후까지 하락해 금리 인하 기대해 볼 만


독일은 제조업 비중이 크고 에너지 대외의존도가 높다. 독일경제는 올 3분기에 -0.4% 성장률을 기록함으로써 사실상 4분기 연속 역성장 추이를 보였다. GDP의 75%를 차지하는 소비와 투자 감소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독일의 경기침체 원인은 복합적이다. 첫째,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선 것이 결정적이었다. 2022년 유로 지역의 물가상승률은 10%까지 치솟았고, 이에 ECB는 기준금리를 급속히 인상했다. 둘째, 에너지 공급 불안과 가격 상승이 산업생산에 지장을 초래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은 EU의 탈러시아 에너지 정책을 주도했다. 에너지 공급원의 급격한 변화와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은 제조업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셋째, 독일의 대중국 수출이 크게 줄었다. 미중 갈등과 이에 따른 공급망 균열 현상, 팬데믹에 따른 중국의 생산활동 차질, 중국경제의 성장률 둔화는 독일의 수출 여건을 크게 악화시켰다. 

영국의 상황도 밝지는 않다. 영국 물가상승률은 올 초에 14%를 기록했다. 올해 중반까지도 10% 이상으로 유럽 주요국 중 제일 높았다. 영국은행(BOE)은 ECB보다 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는 5.25%에 다다랐다.

영국경제는 간신히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팬데믹 이전의 GDP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현 영국 정부의 재정긴축 기조와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을 고려할 때 물가 하락 없이는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브렉시트의 후속 여파도 영국경제의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여러 금융사가 EU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영국의 금융산업에서 부가가치 생산력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은 에너지 대외의존도가 높고 물가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따라서 고유가 현상이 계속되는 한 물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 팬데믹 기간 중 유럽 지역에서는 물가 상승 움직임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오히려 유가 상승 움직임이 전체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주요국의 원유생산 감축, 동유럽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을 고려하면 원유 및 식품 가격 상승 압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유로 지역과 영국의 노동시장은 양호한 상황이며, 오히려 임금 인상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서비스 분야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고물가와 고금리가 병행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공급 측면의 제약이 완화되면서 물가상승률은 느리지만 하락하는 추세이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 등 지정학적 갈등이 물가 상승 압력의 완화 여부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2024년 후반에는 물가상승률이 3% 전후까지 하락할 것이며, 기준금리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

통상 정책에서 시장 보호하는 방어적 조치와 
공정경쟁 여건 조성 위한 공격적 조치 공존할 가능성 커


유럽경제를 전망하기 위해선 다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공급 충격으로 유발된 물가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고 주요 산유국의 증산 조치 등이 잇따른다면 물가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중동 지역의 분쟁은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임금 및 서비스 물가 등 근원물가 추이다. 높은 근원물가는 임금-물가 악순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셋째, 금리의 변동 가능성이다. 고금리 상황에서는 민간소비와 투자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침체를 비롯해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준다. 넷째, 독일경제의 성장력 회복 여부다. 전망기관들은 독일이 2023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후 2024년에는 0.9~1.1% 정도의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대외수요를 촉진해 줄 호재의 여부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선진경제권뿐 아니라 신흥 지역의 성장률도 하락 추세에 있다. EU의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은 장기적 성장률이 하락하고 부동산시장의 둔화와 관련 기업의 신용리스크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EU는 공급망의 복원력 강화와 내수 및 고용 확대 목표를 결합한 다양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배터리, 핵심원자재 등 주요 산업 분야의 지원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통상정책에서는 시장 보호를 위한 방어적 조치와 공정경쟁을 위한 여건 조성을 목표로 공격적 성향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유럽의 대내외적 위험을 고려할 때 2024년 유럽경제는 전년도의 부진을 바탕으로 1%대 초반의 미약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경제회복기 때처럼 독일 등 수출중심국이 먼저 회복하는 패턴은 기대하기 어렵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국의 성장률이 부진한 가운데 소규모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다소 높은 형태가 될 것이다. 독일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1%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영국과 이탈리아는 0.6~0.7% 수준의 저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이보다 높은 1.3~1.7%의 성장률을, 대부분의 중동부 유럽 국가는 2%대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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