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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활기 되찾은 일본경제, 내년엔 통화정책의 변화와 영향에 주목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2023년 12월호

- 일본이 견실한 경기회복세 유지하려면 더 강한 수출경기 회복세 필요하나 반도체 분야에 대한 국내 투자 지연, 중국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
-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한일 양국 간 수출 경쟁이 심화할 뿐 아니라 우리 국민의 일본 관광 증가와 그로 인한 소비유출의 가능성도 커져


일본경제가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으면서 올해 2%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경제는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 1.6%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하반기에도 견조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성장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MF의 경우 올해 일본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1.6%에서 1년 만인 올 10월 2.0%로 0.4%p 상향 조정한 바 있다.

2024년에는 1% 전후 수준으로 둔화 예상

올해 1분기에는 민간소비가 1.5%p, 2분기에는 순수출이 1.1%p의 성장 기여도를 기록하면서 지금까지 일본경제는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일본경제가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소비가 증가하는 등 내수가 확대되고 수출 실적이 개선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올 9월까지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700만 명을 넘었으며 지금의 추세라면 연말까지 2,500만 명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그렇게 된다면 외국인 관광객 소비만으로도 명목 GDP가 0.5%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IMF 전망대로라면 일본은 10년 만에 2%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하게 된다. 이른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2024년 일본경제는 올해만큼 순탄할 것 같지 않다. IMF와 OECD의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2024년 일본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이고, 일본 전망기관들의 전망치 역시 이와 유사한 수준이다. 일본의 잠재성장률이 1% 내외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한 이에 수렴해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2%대 성장 후 바로 1% 내외로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24년 일본경제의 가장 큰 이슈는 통화정책의 변화와 그 영향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잃어버린 30년’이라고 칭하는 초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2016년 9월 이후 견지해 왔던 수익률곡선제어(YCC; Yield Curve Control)정책(중앙은행이 특정 만기의 국채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정책)의 완화가 가져올 충격이 상당할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YCC 정책의 목표가 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 수준은 1% 정도지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인한 과도한 엔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향후 1.5%까지 목표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 예측이 현실이 된다면 이는 소비, 투자 등 내수가 회복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고, 거시경제를 안정화하는 수단인 재정정책 역시 충분히 확장적으로 운용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 가계 부문의 경우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주택담보대출이 약 130조 엔으로 20년 전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확장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상승은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와 저축성향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지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최근까지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시장 역시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신규 수요 및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정책의 경우 일차적으로는 금리 상승에 의한 이자 부담 증가가 가장 큰 문제다. 올해 일본 정부의 보통국채(상환 및 이자 지급의 재원이 세수로 조달되는 채권) 발행 규모는 1,068조 엔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명목 GDP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이처럼 국채 발행을 남발한 결과로 연간 총재정지출의 20% 이상을 국채 변제와 이자 지급에 써야 하는 실정이다. 당연히 금리 상승기에 추가적인 국채 발행을 결정하는 것이 재정 당국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자산의 50% 이상을 국채로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행(BOJ)도 YCC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적인 국채 매입 행위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일본의 통화 및 재정 정책 여건을 고려하면, 올해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견실한 경기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한 수출경기 회복세가 필요하다. 다만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문제다. 반도체를 통한 경기사이클 회복에 큰 기대를 하고 있음에도 일본 내 투자가 지연되는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데다 수출 품목 구성상 과거와 같은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주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해외 생산 비중이 점차 높아진 것이 오히려 수출 실적을 잠식하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 특히 주요 수출상대국인 중국의 리스크도 여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수출경기 회복세가 기대보다 약할 수도 있다.

GDP 1.2% 증가 효과 예상되는 
일본 정부의 ‘종합경제대책’ 지켜볼 만


다만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해 내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인 3,200만 명을 상회해 내국인 소비 위축 현상을 다소 완화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또 재정정책 여건이 어렵지만 초장기간 진행 중인 물가 하락과 경기침체가 동반하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내놓은 ‘종합경제대책’은 지켜볼 만하다. 일본은 이번 대책으로 GDP가 1.2% 증가하는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2024년 일본경제는 올해보다 성장세는 둔화할 전망이지만 종합경제대책을 계기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 입장에서 보면 세계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일본경제가 큰 부침 없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니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다. 다만 통화정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엔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양국 간 수출 경쟁 심화를 유발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일본은행(BOJ)이 YCC 정책을 실질적으로 포기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자본유출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과 같은 잠재적 리스크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엔저가 지속되는 동안 우리 국민의 일본 관광 증가와 이에 따르는 소비유출 가능성도 크다.

더 나아가 장기간 저성장 중인 일본경제가 예상 밖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가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일본경제를 반면교사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우세할지도 모르나, 우리 경제가 강한 회복 모멘텀을 찾지 못한다면 오히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다시 일본경제에서 배워야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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