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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세계경제에 악재 된 중동 분쟁, 종결되더라도 영향 클 것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연구실장 2023년 12월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최근 IMF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세계경제가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며 내년 경제성장률을 2.9%로 하향 조정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분쟁이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세계경제에 악재가 된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면에는
미국·이란의 헤게모니 싸움도 있어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지난 17년 동안 수차례 전쟁을 통해 싸웠지만, 이번처럼 국제사회의 여론이 친이스라엘과 친팔레스타인으로 나뉘어 열띤 공방을 벌인 적은 없다. 또한 이전에는 이란과 미국이 이렇게 밀접하게 개입하지도 않았다. 영국 런던에서 30만 명의 대규모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일어난 것도 일찍이 볼 수 없던 새로운 현상이다. 

중동 지역 내 문제로 국한됐던 팔레스타인 문제는 이제 국제사회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갈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니게 됐다. 서방 진보세력이 하마스를 무비판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에서 급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세계 곳곳의 아랍인과 무슬림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며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내의 여론도 뜨겁다. 민주당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지에 반대하면서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가자(Gaza) 지역에서의 전쟁이 종결되면 이런 모든 현상이 서구의 정치지형에 어떤 방식으로든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임과 동시에 이스라엘·이란 전쟁이며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proxy warfare)이기도 하다. 하마스는 이란의 재정과 무기 지원을 오래전부터 받아왔으며, 대이스라엘 무장투쟁을 선언하고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한 예멘 반군 후티 역시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번 전쟁에 개입해 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헤즈볼라는 이란이 1982년 레바논에 세운 시아파 무장단체다. 최근 헤즈볼라 대원 사망자 수가 70명을 넘어 충돌이 점차 격화하고 있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전면전에 돌입한다면 미국의 개입도 예상되는 만큼 이 전쟁은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하마스, 후티, 시리아와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와 헤즈볼라는 모두 이란이 지원해 온 대리조직으로 반이스라엘 투쟁에 연대하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으로 불린다. 

이처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좁게 보면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문제지만 넓게 보면 결국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결이며 미국과 이란의 중동 역내 헤게모니 싸움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서로 정적이 됐다. 2002년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개발을 방해하는 이스라엘과 이를 방어하는 이란의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과학자 암살과 핵 시설 사보타주(sabotage; 적의 산업 시설 등을 고의로 방해하거나 파괴해 약화하는 것)를 통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방해해 왔다. 이에 이란은 하마스를 통해 대이스라엘 복수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억압받는 팔레스타인 민족의 해방이 이슬람 혁명의 완성이라고 주장하며 대이스라엘 투쟁을 외치고 있다. 이란의 더 큰 비전은 역내에서 미국의 존재를 없애는 것이기에 이를 달성하고자 친이란 민병대를 동원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주둔해 있는 미군기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결과는 이란 대리조직의 운명과 이란의 역내 정책방향을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하마스의 궤멸은 헤즈볼라와 이란의 반미·반이스라엘 투쟁 방식에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지만 하마스의 승리는 반대로 이란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의미한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한미동맹 수준의 상호방위조약과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을 얻고자 했다. 지금 사우디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핵 문턱 국가인 이란의 위협을 제어할 수 있는 국방력과 미국의 안보 보장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미래가 달린, 아람코 정유회사와 추진 중인 메가 프로젝트 사업이 후티나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는다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손을 잡으려 한 것이다.
 
 

포스트 오일 시대 준비하는 중동과 협력하며
유가 상승 등 전쟁 확전 여파에 대비해야


내년에도 중동의 산업 다각화는 계속될 것이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산업 다각화의 핵심은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한 대비다. 전 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저탄소 에너지원을 더 활용하는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동 산유국은 에너지 전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국가 과제로서 산업의 다각화에 눈을 돌렸다. 

사우디와 UAE 양국은 중장기 국가 비전에서 해외투자 유치를 통해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첨단제조업, ICT, 원전, 수소산업 등 기술집약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그들에 매력적인 협력 파트너다. 우리나라의 대중동 유망 협력 분야로는 수소·신재생 에너지, 원전, 디지털경제 전환 및 스타트업, 스마트시티·첨단인프라, 스마트팜을 비롯해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소비재시장 진출 등이 꼽힌다. 중동의 산업 다각화 기조 속 성공적인 시장진출을 위해서는 정부·기업·지원기관이 한 팀이 돼 분야별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한 예로 카타르는 우리나라와 액화천연가스(LNG) 협력 외에도 인력개발과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위한 사업환경 개선, 인프라에 대한 투자, 지식기반 고부가가치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분수령은 헤즈볼라의 전면전 여부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면전은 미국의 개입을 부를 것이고 이는 이란과 미국의 대결 구도로 번질 수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전쟁은 항상 예측대로 전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현실화할 수도 있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다. 이 해협은 우리나라 원유의 67%, 가스의 37%를 중동에서 들여올 때 지나가는 곳이며 전 세계 원유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는 만큼 블랙 스완(black swan;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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