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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반도체 훈풍이 수출 개선하며 원화 상승 압력 높아질 전망
오현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2024년 01월호

2022년부터 글로벌 외환시장을 지배하는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킹달러’를 꼽을 수 있겠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 속 견조한 미국경제에 기반한 달러화 독주, 달러화 강세로 인해 여타 통화들이 힘을 쓰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 지속돼 왔다. 세계 주요 6개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크로나, 프랑)와 비교해 달러의 평균가치를 산정한 달러화지수는 2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달러화 외 통화는 약세를 지속하며 급격한 통화 평가절하를 경험했다. 원·달러 환율 또한 1,440원까지 오르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각국의 방역 완화와 리오프닝으로 해외여행의 문이 다시 열렸지만 높아진 환율은 여행객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고금리·고물가로 부담이 높아진 가계에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저무는 킹달러

다행히도 2024년에는 이러한 환율 부담을 조금은 떨쳐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두에 언급한 달러화 독주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달러화 강세를 이끌었던 미국 연준의 통화긴축이 마무리되고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킹달러는 점차 힘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지난 9월부터 금리를 상단 5.5% 수준에서 동결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다 2024년 2분기 이후에는 인하 시점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연준의 긴축 종료로 미국과 다른 국가 간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완화되는 점이 달러화 강세 압력이 낮아지는 가장 큰 이유다.

아울러 연착륙 기대가 높아지고는 있으나 2024년 미국경제는 지난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또한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미국의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고한 흐름을 보이면서 경기 침체보다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초과저축 소진, 누적된 긴축의 부정적 파급효과, 코로나19 이후 이연된 수요의 축소 등으로 소비 둔화가 예상되면서 미국경제는 올해보다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미국과 주요국 간의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경제성장 격차 또한 축소되면서 달러화 약세를 견인할 전망이다.

다만 달러화 약세가 나타난다고 해도 그 속도는 점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상반기 중에는 유로존 성장 둔화로 인한 조기 금리인하가 유로화(달러화지수 구성 통화 중 가장 높은 비중인 57.7%를 차지) 약세를 견인하며 달러화 하락 속도를 늦출 수 있겠고, 하반기 중에는 미국 경기 둔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화 강세 압력이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글로벌 외환시장은 킹달러 독주 완화와 다른 통화의 강세로 특징지을 수 있으나, 국가별로 사정은 조금 달라 보인다. 원화의 경우 그동안 원화 약세를 이끈 수급요인이 개선되면서 상승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반도체 부문의 훈풍이 수출 개선과 무역흑자 전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주식시장으로의 외국인 매수세가 기대되는 한편 올 9월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의 채권자금 유입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위안화와의 상관관계, 대중 수출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의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경우에는 환율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경제 성장 둔화 및 부동산시장 불안 등으로 위안화 약세가 나타날 경우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인 원화의 약세로 이어질 수 있고[한중 양국의 경제 의존도가 높은 데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자본 유출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불린다] 중국 내수 회복 지연은 대중 수출 부진 경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 강자도, 약자도 없는 달러 외 통화

엔화는 최근 원·엔 환율 하락으로 특히 관심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시장에서 형성된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달러화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달러 외 통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상황에서도 엔화의 강세 폭이 미미한 수준을 나타내면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850원 선까지 하락했다. 원·엔 환율은 자국통화와 여타 외국 통화가 국내 외환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거래되지 않는 경우 각각의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을 이용해 산출하는 재정환율이다. 원화와 엔화가 모두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더라도 원화의 강세 폭이 더 크다면 원·엔 환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24년에는 엔화와 원화의 강세 정도를 비교함으로써 환율의 방향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행(BOJ)은 주요국의 통화긴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물가안정 목표치 미달, 일본경제 불안 등을 이유로 통화완화 기조를 지속해 왔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 국채의 금리 격차가 확대되자 엔캐리트레이드(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 수요가 발생하면서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절하됐다. 엔화 약세의 가장 큰 요인이 일본의 완화적 통화정책인 만큼 통화정책 전환, 또는 그 기대가 형성될 경우 엔화는 급격하게 강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중순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전환을 살짝 내비친 것만으로도 엔화 가치가 급등한 것을 봐도 실제 통화정책 전환 시 엔화 가치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2024년 일본의 임금협상인 춘투(산업별 노조 단위의 공동 임금투쟁)에서 임금인상을 확인한 후 정책을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만큼 올 초부터는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엔화가 급격하게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원엔 환율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로화는 2024년으로 가면서 달러화 약세에 따른 강세가 예상되지만, 유로존 경기 회복세가 더딘 점이 유로화 강세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은 금리인상의 부정적 파급효과, 독일의 성장 부진, 신용 여건 악화 등으로 회복력이 약화하는 모습이다. 현재 유로존의 물가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고 경기 또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미국에 비해 금리인하가 먼저 단행되거나 조금 더 가파르게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 유로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일 수 있다. 우리 가계 입장에서는 유로·달러 환율보다 원·유로 환율에 많은 관심이 있을 테니 원·유로 환율 관점에서는 유로화가 이러한 이슈로 약세를 나타내는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환전 타이밍을 노려볼 수 있겠다.

종합해 보면 2024년 외환시장은 절대적인 달러화의 우세는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되나, 국가별로 처한 상황은 다르다. 절대적인 강자는 없지만, 절대적인 약자도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인 격차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국가별로 상대적인 통화정책 차이, 성장 격차 등에 주목하면서 환율의 움직임을 살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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