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전망에서 ‘공급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수요가 일정한 가운데, 공급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경우 가격 조정의 트리거로 작동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달리 표현하면 ‘공급의 뒤(줄어드는 것)에도 장사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즉 2024년은 부동산시장의 앞(인허가, 분양)은 물론 뒤(준공, 입주)에서도 공급량 축소가 확실시되고 있어 가계 자산관리 역량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2023년 부동산시장 ‘경착륙과 연착륙 사이’
2023년 부동산시장을 요약하면 ‘경착륙 중에 연착륙’했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그 이유는 2022년 하반기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은 물론 그해 10월에 터진 강원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태 등으로 주요 부동산 개발 사업들이 멈췄고 회사채 금리가 요동쳤으며 기업들이 자금압박에 봉착하는 등 2023년 코앞에서 위기설이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채 충격으로 금융위기 때나 봤던 신용경색이 발생하자 정부가 조기 대응 목적으로 ‘1·3 대책’을 전격 발표했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서울
4개구(강남, 서초, 송파, 용산)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것이다. 대출과 세금, 청약, 정비사업 등에서 규제들이 패키지로 완화돼 주요 핵심지 거래량과 가격의 회복세가 빨라졌다.
부동산R114 시세조사 기준 2023년 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2년 연속 하락했다. 다만 서울과 수도권 등 주요 지역이 가격 회복을 주도하고 수도권 외곽지나 지방은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월간 기준 지역별 가격 추세를 확인해야 시장 움직임을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선도 지역인 서울은 3월에 -0.47% 변동률로 저점을 찍고 6월까지 하락폭이 둔화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7월 상승반전 이후 11월까지 5개월 연속 상승세다. 반면 지방은 하락세가 여전하고 수도권 전역이 상승세로 돌아선 시점은 10월이므로 가격 회복 움직임에 차별화는 물론 양극화된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시점과 어느 지역에 집중해 시장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과도기적 상황에 처했다.
주택 매매거래량도 일정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다만 단독주택 등 비아파트보다는 아파트 위주로만, 지방보다는 수도권 중심으로 제한적 수요가 유입됐다. 서울은 2022년 하반기 월평균 거래량이 1천 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역대 최소 거래량을 나타냈지만 2023년 1월을 기점으로 거래량이 우상향(<그림> 참고)을 시작했다.
거래 증가로 가격 회복이 빨라지면서 수요층 부담이 커지자 최근 들어 전반적인 움직임이 주춤하고 있지만 2022년의 거래 절벽 상황을 벗어났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러한 거래량 증가세는 주택 유형 중에서도 아파트에 한정된 결과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10월 누적거래량 중 아파트는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지만, 비아파트는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다. 가격 회복세에 지역적인 차이도 있지만 물건 유형에 따른 차이도 있어 완연한 시장 회복 여부는 2024년 분위기에 달려 있다고 평가된다.
부동산R114가 지난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1,167명을 대상으로 ‘2024년 상반기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3명이 주택 매매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직전 조사까지는 하락응답이 더 많았지만(하락 35%, 상승 24%) 이번 조사에서 상황이 역전(상승 30%, 하락 25%)됐다. 이처럼 상승 응답이 하락 답변을 앞지른 것은 2022년 상반기 전망 조사 이후 오랜만이다. 다만 보합에 대한 전망이 10명 중 4~5명 수준으로 가장 많은 답변을 차지해 상승과 하락 의견 자체는 직전 조사처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편 임대차 가격에 대한 답변은 상승 전망이 하락 전망을 압도했다. 전세가의 상승(38.99%) 의견이 하락(15.60%)보다 2.5배 더 많았으며 월세 전망도 상승 응답(45.84%)이 하락 응답(8.23%)에 비해 5.6배나 더 많았다. 최근 전세 계약 비중이 다시금 높아지는 추세지만, 사회 전반에서 전세에서 월세로의 계약 구조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임대차시장의 중장기 방향성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소비자 조사 결과처럼 2023년에 불거진 역전세 우려감을 뒤로하고 2024년에는 임대차 가격이 상승 국면을 굳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내 집 마련은 공공분양, 다주택자는 절세방안 고려
2024년에는 동결 기조로 돌아선 시장금리에 대한 수요층의 내성(적응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 메가시티나 지하철 연장사업 같은 쟁점들이 마구 쏟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정치적 이슈를 배제하면 앞쪽(인허가, 분양) 공급과 뒤쪽(준공, 입주) 공급에서의 축소 경향이 모두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 급감했던 인허가와 PF시장 위축이 2024년 분양물량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3년여의 공사기간을 끝내고 2024년 입주하는 아파트 또한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들 예정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4년 예정된 아파트 입주물량은 전국적으로 2023년 대비 3만3,520가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줄어든 물량의 대부분은 서울(2만1,853가구 감소), 인천(1만7,551가구 감소)에 집중돼 있다. 즉 수도권에서의 신축아파트 입주물량 감소가 2024년 임대차시장 움직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3년 하반기 상승 반전한 전세 가격의 추세를 강화하는 핵심 이슈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수요층은 전세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높아진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신축 공급은 부진한 환경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축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경우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기존 주택 매물에 대한 매매 갈아타기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즉 2024년은 그동안 신축 분양가 위주로 반영되던 물가 상승분이 기존 구축 주택(실물)으로 반영되는 속도를 높이는 해로 판단한다.
이처럼 실물자산에 물가 반영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가계 자산의 디테일한 관리역량이 더 요구된다. 실물자산이 물가를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급격한 상승이 아닌 2~4% 수준의 완만한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연 5~7% 수준을 오가는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과도한 레버리지는 수익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 따라서 새롭게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경우 보유자산과 소득수준을 고려해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분양의 문을 우선 두드리는 것이 현명하다. 치열한 경쟁구도로 청약 당첨이 어렵다면 시세보다 저렴한 급급매 위주로 수요자 우위 시장에서 가격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 유주택자는 갈아타기에 따른 이점이 크지 않다면 유지하는 전략(물가상승분을 온전히 누리는)이 유효하며, 다주택자는 물가보다는 정부의 임대사업자 우대 정책에 따른 세제개편이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참고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정비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