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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상까지 스며든 AI, 책임감 있는 AI 관리체계 논의 시작되다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에디터 2024년 03월호
 


지난 1월 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4’는 기술혁신이 일상을 바꾸는 모습을 한눈에 보여줬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챗GPT에서 성능이 입증된 ‘생성 AI’다. 미국 아마존은 자동차에서 운전자 비서 역할을 하는 음성대화 AI ‘알렉사(Alexa)’를 선보였고, 이스라엘의 인튜이션 로보틱스는 어르신들을 위한 소셜 동반자 AI 로봇 ‘엘리큐(ElliQ)’를 공개했다.

이처럼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던 생성 AI가 이제 다양한 기기로 들어오면서 일상이 획기적으로 바뀌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AI의 안전성과 규제방안을 따지는 윤리, 법률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사람을 돕기 위해 개발된 혁신기술이 자칫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거나 편향된 정보로 인간을 위협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테크 기업마다 생성 AI 개발 경쟁 활발

챗GPT는 미국 오픈AI가 2022년 11월 공개한 대화형 AI다. 공개되자마자 챗GPT에 질문을 던지는 게 일종의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처럼 퍼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챗GPT에서 챗은 ‘대화(chat)’를 의미하고, GPT는 ‘사전 훈련된 생성 변환기(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라는 뜻의 영문 약자다. 챗GPT를 생성 AI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GPT의 기원은 구글이 2017년에 처음 발표한 논문에 등장하는 신경망 모델인 ‘트랜스포머(Transformer)’다. 신경세포들은 감각기관에서 뇌까지 일렬로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서로 복잡하게 얽혀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을 거친다. 마찬가지로 트랜스포머는 문장 속의 단어와 같은 순차적인 데이터 내의 관계를 추적해 맥락과 의미를 학습한다.

챗GPT는 구글의 트랜스포머처럼 하나의 단어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오는 게 좋을지 적절한 단어를 통계적·확률적으로 예측한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답변도 더 좋아진다. 세계적인 테크 기업들이 저마다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기반 AI를 개발하는 이유다.

오픈AI의 챗GPT에 이어 구글은 ‘바드(Bard)’를 출시했다. 구글의 이메일과 문서, 데이터 작업과 매끄럽게 통합된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Copilot)’으로 경쟁에 나섰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수백만 명이 매일 사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앱에 AI를 주입하는 장점이 있다.

메타는 지난해 ‘라마 2(Llama 2)’를 공개하고 개발자들에게 무료로 오픈소스를 제공했다. 사용자들은 클라우드(가상 서버) 서비스 이용료만 내면 된다. 업계는 과거 구글이 아이폰과 경쟁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운영시스템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처럼, 메타도 비슷한 방식으로 AI의 LLM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오픈AI 출신 연구원들이 설립한 미국 앤트로픽은 지난해 ‘클로드(Claude)’를 발표했다. 회사는 당시 클로드가 ‘헌법 AI’라는 기술 준칙을 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클로드는 인종차별이나 성희롱, 불법적인 콘텐츠를 생성하라고 요청하면 답변을 꺼린다. 구글, 아마존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으며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이 1억 달러를 투자했다.

다보스포럼의 화두가 된 ‘AI 규제’

윤리적 AI를 내세운 기업이 나온 것은 생성 AI의 기술혁신 속도가 예상을 넘어서면서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15~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전 세계 일자리의 약 40%가 AI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에서는 그 비율이 60%에 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정부 대표들은 책임감 있는 AI 거버넌스(관리체계)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각국 정부가 기술 기업과 협력해 현재의 AI 개발과 관련된 위험관리 토대를 마련하고 미래의 피해를 감시·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라 주로바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AI가 초래할 위기를 관리하려면 규제가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리창 중국 총리는 글로벌 AI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기업들도 AI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은 “AI를 통해 인간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나은 도구와 더 많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사람들이 AI의 이점을 활용하는 동시에 위험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인 얀 르쿤은 혁신과 규제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규제가 지나치면 기술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84년 개봉한 SF영화 <터미네이터>는 AI 로봇이 인간 세상을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를 그렸다. 기계와 싸우던 반군의 지도자가 안드로이드 전투 로봇을 과거로 보내 인류 멸망의 시초가 된 AI 컴퓨터를 파괴하려고 하는 것이 영화의 주 내용이다. 영화의 상상력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영화처럼 과거를 바꾸는 것보다 처음부터 문제점을 예방하는 것이 훨씬 쉬운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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