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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AI와 갈등하는 예술가들, 새로운 창작과 협력의 가능성을 찾아서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 2024년 03월호

생성 AI는 새로운 창작 도구로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창작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며 대중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엔지니어와 작곡가가 함께 개발한 AI 음원으로 신인가수의 데뷔곡을 만들게 됐으며,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AI 프로그램 미드저니가 만든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의 경우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 창작물을 학습해 독창적인 이미지, 음악, 글 등을 생성하는 속성이 있는 AI 창작 방식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의 강력한 저항이 일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실업이나 인간 정체성에 대한 우려도 증폭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생성 AI의 학습 과정과 그 산출물을 둘러싼 일련의 저작권 분쟁도 발생하고 있다.


AI 창작물은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가?

2023년 초 이미지 플랫폼 회사 게티이미지는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 스테이블 디퓨전의 개발사인 스태빌리티 AI를 상대로 영국과 미국에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게티이미지는 스태빌리티 AI가 수백만 개의 이미지와 메타데이터를 불법적으로 복제·처리해 상업적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I 기업들은 수많은 데이터를 일일이 확인해 저작권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기존 저작물을 이용하는 행위가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와 AI 창작물이 기존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해 저작권을 침해했는지다. 이 밖에도 미국의 160여 개의 언론 매체가 오픈AI, 구글 등을 상대로 뉴스 저작권 침해를 규탄한 사건이나 프로그래머들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 AI 서비스 코파일럿 간의 소송 등 다양한 분쟁과 쟁점이 오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서 생성 AI 창작을 둘러싼 분쟁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자율적 의사결정이라는 AI의 기술적 특징을 고려해 보면 창작물 생성에서 어떤 저작물이 얼마만큼 사용됐는지를 입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AI는 필연적으로 기존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는 만큼 문화예술계와의 갈등을 단순히 소송에 맡겨두기보다는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AI 창작물을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명시적 입법은 존재하지 않으나 그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각국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는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없는 AI 산출물에 대해 저작권 등록이 반려된 바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2022년 가수 홍진영의 ‘사랑은 24시’를 작곡한 ‘이봄’이 AI 작곡가인 것을 인지하고 저작권료 지급을 중단한 사건이 있었다. 반면 중국 법원은 글쓰기 AI가 작성한 기사에 처음으로 저작권 보호를 인정했고, 인도와 캐나다에서는 AI가 생성한 미술작품에 대해 AI 앱을 공동저작자로 인정한 사례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 필요성에 바탕해 우리나라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2020년 ‘AI-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를 설치해 ‘AI 지식재산 특별법’ 제정 방향 등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 온 바 있다. AI 창작과 산업의 진흥을 위해 보호가 필요하다는 견해뿐 아니라 지식재산의 독점화와 인간 창작의 붕괴를 우려하는 견해, 구체적인 보호 방법 등 다양한 견해가 나왔었다.

저작권자·이용자·기업 간
권익 보호를 위한 철학과 제도 정립해야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보분석이 보편화되고 있는 오늘날, 분석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저작물 이용에 대한 저작재산권 침해 면책 기준의 정립은 산업계의 예측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유럽과 일본은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지 않아도 데이터에서 통계적인 규칙이나 패턴 등을 찾아내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이른바 ‘텍스트 데이터 마이닝(TDM)’ 관련 면책 규정을 입법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1월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입법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 지난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발간했다. 안내서는 AI 사업자가 저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쓰려면 가급적 저작권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이용 권한을 확보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최근 저작권 보호를 위해 AI 기업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오픈AI는 이용자가 챗GPT를 활용하다가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하는 경우 직접 개입해 방어하고 모든 법적 비용을 지급해 AI를 걱정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SK텔레콤·업스테이지 등 국내 기업들도 저작권 침해를 막는 기술이나 제도 도입에 나서고 있다.

생성 AI의 출현은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혁을 몰고 온 한편 위기감도 안겨 주고 있다. AI와의 공존은 조련치 않은 일이지만, 시대의 큰 흐름이란 점에서 AI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자세와 지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혹자는 EU와 같은 강력한 AI 규제를 주장하기도 하나 국내 AI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는 규제의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300년간 지속돼 온 저작권 제도의 재편이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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