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의사, 약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지역의료제휴실을 통해 지역 의료서비스 연계와 협력
증진하며 포괄적이고 일관된 의료서비스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보건의료체계의 취약점을 드러내며 많은 변화와 개선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비록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과거의 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로부터 얻은 교훈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혁신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각국은 코로나19를 경험 삼아 보다 강건하고 혁신적인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기회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를 의료체계 혁신의 기회로 전환하고 있는 주요국들의 개혁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국, 응급서비스 및 긴급치료센터 확충·지원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시스템에 대한 긴급한 대응과 재평가를 촉발했다. 이에 국가들은 보다 강력하고 유연한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는 의료인력 및 병상 부족 등의 문제가 지역의료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하고 의료시스템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국가가 의료인력의 확충과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은 ‘의대교육 마스터플랜 2020’을 통해 의료인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대 정원을 50% 증원하고, 취약 지역에서 의무 근무를 할 의사를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의료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의학, 치의학, 약학 및 조산학 전공 학생 수 제한을 폐지해 훈련된 의사 수를 늘리는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국민보건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의료인력을 확충해 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의료체계를 강화하고 보다 지속 가능한 의료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전체 의료체계의 혁신과 발전을 촉발하며, 국가의 전반적인 보건의료 수준을 향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특히 문제가 됐던 것이 지역의료체계의 심각한 공백이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국가가 환자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역의료체계의 도입 및 구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영국, 프랑스, 일본은 당시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역의료체계의 혁신과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채택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영국은 지역 중심의 의료서비스 강화를 목표로 일반의(GP), 약사, 간호사로 구성된 팀 운영을 지원하고 IT기술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응급서비스와 긴급치료센터(UTC; Urgent Treatment Centre)를 확충·지원해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비응급과 응급서비스를 분화하고, 진료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의료 접근성 향상과 함께 지역사회 내에서 의료서비스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증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지역병원의 개념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대대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의 핵심 목표는 약 500~600개의 병원을 ‘지역병원’으로 지정하고 이들 병원에 일상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반 치료, 요양, 재활서비스 등을 포함해 지역사회 내에서 필요한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또한 지역 전문 커뮤니티(CPTS)를 창설했는데, 이는 지역 내 의사, 약사, 구급대원 등 보건의료 전문가에게 인구집단의 사회학적·역학적 데이터(노인인구, 유병률 등)를 기반으로 적절한 헬스케어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권한을 주고자 하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일본은 지역 포괄 케어로의 전환을 통해 각 의료 부문의 연계와 의료인력 내실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사회 및 지역의료제휴실(의사, 약사, 영양사, 재활전문가,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을 통한 정보 교류를 강화함으로써 지역 내에서 의료서비스의 연계성과 협력을 증진하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에 포괄적이고 일관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평상시 지역사회 내에서 환자들이 보다 쉽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보다 강력하고 유연한 위기대응체계가 구축됨으로써 위기 시에도 지역사회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프랑스·벨기에는 비대면 진료 활성화 위해
건강보험 수가 정비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감염 및 전파의 공포로 인해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의료 접근성 문제가 더욱 부각됐다. 많은 환자가 감염 위험으로 병원 방문을 회피하면서 의료 접근성 문제가 심각해졌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중요한 보완수단으로 부상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전례 없이 증가했다.
이는 비대면 진료의 도입 및 확산을 포함한 다양한 혁신적 접근 방식으로 나타났다. 여러 국가에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디지털 의료법」 제정, 온라인 진료 및 약 처방 허용, 비대면 진료를 반영한 건강보험 수가체계의 정비와 같은 조치를 취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디지털 의료법(DGV)」이 제정돼 의료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촉진했고, 일본은 초진과 약 처방에 온라인 진료를 허용해 원격의료의 접근성을 대폭 개선했다. 프랑스와 벨기에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신속하게 정비했다.
이러한 변화로 환자들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에서 벗어나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단절 없이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환자의 편의를 배려하며 개개인의 선호, 필요와 가치를 존중하고 그에 맞는 진료를 제공하는 ‘환자 중심 진료’로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확산과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의 발전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단순한 위기 대응책을 넘어서 의료서비스 제공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하며, 앞으로 보건의료 분야에서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적으로 보건의료체계의 취약점을 드러내며 많은 도전과 기회를 제공했다. 각 국가는 이 위기를 통해 그간 주요한 개선 과제였지만 미뤄졌던 구조적인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도 이 경험을 토대로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위기에 대비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의료체계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고 다음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