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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각 지역의 상급종합병원 중추 기관화로 지역·필수 의료 공백 해결해야”
박은철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 2024년 04월호



지역·필수 의료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많다.
지역의료 위기는 의사들의 지방근무 기피와 함께 인구 감소에 따른 의료 수요 감소까지 더해져 지속해서 나오던 문제였다. 그나마 수도권은 큰 문제가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재작년 서울 최대 규모의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수술할 의사가 없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수도권도 필수의료 위기가 부각됐다. 흉부외과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신경외과 의사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간호사 사망사건’ 이후 조사를 해보니 신경외과 의사 중 대부분은 비응급인 척추 수술을 하는 의사였고 뇌수술을 하는 세부전문의는 부족했다. 소위 ‘빅5’ 병원 중 뇌 수술 전문의가 가장 많은 곳도 5명뿐이었고, 다른 곳은 2~3명이 ‘퐁당퐁당’ 당직하며 한밤중에도 응급수술로 연락받는 온 콜(on-call)을 버티고 있었다.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확보가 어려운 이유는?
첫째, 심장·뇌 수술 등은 온 콜도 많고 난도가 높은 데 비해 상대적으로 보상이 부족하다. 둘째, 봉직의(페이닥터)와 개원의의 보상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그런데 뇌졸중 등은 대형병원이 아니면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에 뇌 수술 세부전문의는 개원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필수의료는 생명과 직결된 의료를 담당하기에 환자가 치료 중 사망하는 등 안 좋은 결과가 있을 때 의료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의사가 최선을 다했지만 환자가 죽으면 무조건 소송당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지역의료 문제는 더 복잡해 보인다.
속초의료원에서 연봉 4억 원대에도 응급실 의사를 겨우 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속초시 인구가 10만 명이 안 돼서 300병상 이상을 운영할 의료 수요가 없다. 300병상이 중요한 이유는 그 정도 규모가 돼야 심장질환, 뇌졸중 등 중증질환을 치료할 의료인력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인구가 20만~30만 명 이상은 돼야 한다. 인구가 그에 못 미치는 경우 큰 병원을 지으면 의료 수요 부족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작은 병원은 의료 공백이 생긴다. 이 문제는 전국 47개의 상급종합병원이 지역·필수 의료 기능을 의무적으로 담당해 각 지역의 중추 의료기관으로 역할을 하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령 상급종합병원인 강릉아산병원이 차로 40~50분 거리에 있는 속초의료원을 위탁 운영하면 의료인 파견 등으로 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있다. 심장질환 전문의가 부족하다면 지방정부에서 핀셋 지원해 주고. 

지역·필수 의료 강화를 위해 의사 수를 늘린다는데.
현재 의사 수 부족 또는 과잉에는 많은 논란이 있다. 향후 10~15년 동안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의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현 정원(3,058명)을 유지할 경우 2035년에는 약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해 정부는 내년부터 매년 2천 명을 5년간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숫자로 보면 맞다. 그러나 현재 추계는 과거의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 추세가 5년이 지나면 바뀔 수 있다. 게다가 한꺼번에 늘리면 교육의 질 저하도 우려된다. 그래서 최대 1천 명 정도를 5년간 늘리고, 5년 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한 논의 기구가 필요하다.

교육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현재 의과대학에는 학생 대비 교수 수가 많다. 그러나 대다수가 질병 관련 내용을 가르치는 임상진료 교수고, 생리학, 해부학 등을 가르치는 기초교수는 월급이 대학병원 봉직의의 3분의 2 수준에 그쳐 구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이 한꺼번에 증가하면 예과(2년) 이후 본과 임상교육(2년)은 물론 기초교육(2년)을 할 때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의과대학에서 강의형 비중은 크지 않다. 실험 또는 실습, 소규모 토의 등 다양한 형태로 교육이 진행된다. 급격히 늘어난 학생들을 충분히 교육하기에는 지금도 부족한 기초교수 인력, 시설·장비 준비 등 여건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졸업생이 한꺼번에 배출됐을 때 수련과정의 혼란, 수련과정을 마친 후 개원 또는 봉직 노동시장의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이번 정책으로 의료 공백이 어느 정도 해소될까.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당장의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하리라 본다. 정부 정책은 크게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 전반적 정책과 지역필수의사제 운영 등 지역특이적 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앞으로는 지방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 지역에 따라 유발되는 문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각 지역의 보건의료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발생한 문제에 대해 선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필수의료 수가 인상은 어떤 점이 고려돼야 할까?
건강보험 수가는 보험료 납부자, 의료제공자 그리고 정부가 결정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시작된 1977년부터 건강보험 수가는 원가 이하로 책정됐다. 일부 수가가 대폭 인상된 적이 있으나 최근 평균 인상률은 2% 초반대로 인건비 인상률(4~5%)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건강보험 수가는 평균 원가의 80~90% 수준이다. 80원을 버는데 100원을 쓰고 있다. 나머지 적자는 비급여, 비의료서비스(장례식, 상업시설 등)에서 메꾸는 상황이다. 수가를 합리적으로 책정하기 위해선 원가를 분석해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저수가로 축소된 분야에서는 인력과 시설·장비를 적정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수가 인상으로 국가 재정에 부담은 없나.
정부가 제시한 수가 인상 예산은 5년간 매년 2조 원이다. 건강보험 재정 100조 원의 약 2%다. 또한 건강보험적립금으로 30조 원이 있어서 지역·필수 의료에 추가로 투입되는 2조 원은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노인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며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이다. 지금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건강보험료 인상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IT 기술 발달로 의료인의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은? 
이미 영상의학, 병리학에서 AI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우선 AI 기술이 의사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응급실에서 매일 찍는 상당수의 엑스레이 영상을 인턴·레지던트가 먼저 살펴본 후 영상의학과 교수가 최종 판독하고 있는데, AI가 일차적으로 스크리닝한 후 의료진이 비정상으로 분류된 영상을 먼저 판독하거나 AI가 위급한 정도를 파악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등 의료인의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의료생태계 구축 방안은 무엇일까?
‘주치의 제도’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의료서비스 전달과 지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주치의 제도란 내 건강 정보를 잘 아는 주치의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상위의료기관을 추천해 건강을 책임지는 개념이다. 아플 때 환자가 찾아갈 뿐만 아니라 찾지 않아도 의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나 검사를 할 때라고 알려주거나 담배를 끊고 이런저런 운동을 해야 한다고 관리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당장 시행은 어려우니 이를 평가하는 조직을 설립하고 운영·평가하자는 것이 내 주장이다. 그 일환으로 2개월 전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건강보험혁신센터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전국 28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중 일부는 주치의 제도와 유사한 의료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의료인이 조합원의 질병과 건강관리 등을 상담한다. 여기선 의료행위별 수가제를 시행하는데, 이를 환자 수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하는 인두제로 지불체계를 개편하면 좋은 선례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제도적으로 안착되면 전국적으로도 확산이 쉬울 것이다.

 
오성록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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