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일하는 방식과 고용형태가 다양화됨에 따라 용역, 도급, 프리랜서 등 다양한 명칭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프리랜서 실태조사나 한국고용정보원의 플랫폼 종사자 대상 조사 등 공식적인 실태조사를 보면, 이들은 노동법 적용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 보수 미지급, 비용이나 손해의 부당한 부담, 사전협의 없는 보수 삭감, 계약 외 업무 부과 등의 문제에 노출되고 있다.
특고, 플랫폼 종사자 등 새로운 형태 일자리,
노동법상 근로자인지 여부 다퉈지는 경우 많아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주요 노동관계 법령들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근로자의 법적 개념은 각 법률의 취지와 목적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판례를 통해 형성된 복잡한 법리에 따라 판단된다. 현실에서는 근로자인지 아닌지 불명확한 경우도 많아서 법적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사회적·경제적 약자로서 생계를 유지하고자 업무를 맡긴 사람 혹은 보수를 지급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도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고용형태의 사람들에게도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데에 오래전부터 국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미 1997년부터 이러한 문제를 논의했고, 2019년 OECD도 전통적 고용형태를 벗어나는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법적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노동법적 보호제도가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 소득의 대부분을 단일한 사업주에게 의존하는 등 종속성이 강한 자영업자 등에 대해 노동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이하 특고)를 비롯해 기존의 특고 개념을 대체해 최근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고용보험법」 등에 규정된 ‘노무제공자’,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급격히 증가한 플랫폼 종사자 등이 노동법상 근로자인지 여부가 다퉈지고 있다.
특고, 노무제공자, 플랫폼 종사자 등이 고용형태에서 전통적인 근로자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해서 이들이 노동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고,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을 파악해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사례별로 근로자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만 노동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완화해 근로자의 범위를 확대한다 하더라도 과학기술과 사회 발전에 따라 계속적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일하는 사람들을 신속하게 노동법의 보호범위 내로 포섭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방치한다면 마치 과거 자본주의 발전 초기 단계에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지 못하던 것과 같은 상황을 야기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다양한 고용형태의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일할 수 있도록 법의 보호 범위 내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 노동의 개념 정의, 가치평가, 의미 부여 등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포괄적 형태의 새로운 입법 추진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가 과제
현행법 중에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노무제공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을 위한 제도가 일부 마련돼 있고, 주로 산재보험 및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중심으로 보호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 왔다. 그렇지만 보다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해 근로자들의 인간의 존엄성, 적정한 계약조건 내지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등 기존 노동관계 법령상 규정돼 있는 내용 중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법적 권리와 보호에 관한 내용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필요한 경우 다른 개별 법령 혹은 행정규칙, 지침 등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때 기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포괄적인 형태의 입법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형식의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경우, 현행법상 이미 도입돼 있는 관련 제도들을 아우르면서도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보호제도를 마련할 수 있는 포괄적인 법적근거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가능한 한 많은 대상을 널리 포섭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률 내용이 다소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법률의 제정은 보다 구체적인 개별 법령의 제정·개정 및 정부의 정책 마련과 시행을 통해 실질적 보호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첫걸음이 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입법을 통한 일하는 사람의 권리보장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하는 사람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입법에 포함돼야 할 대표적인 내용으로는 일하는 사람과 그 상대방(노무이용자 내지 사업자) 간 교섭력의 불균형을 고려한 일하는 사람의 계약 자유 보장을 위한 권리, 일하는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존엄, 인격권, 평등권 보장을 위한 권리, 일하는 사람의 건강권, 생존권 보장을 위한 권리, 일하는 사람의 모성보호, 가족 돌봄,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한 권리, 일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분쟁을 보다 신속하고 저렴하게 해결하기 위한 공적 제도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노동법 사각지대 축소를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문제다. 현재 5인 미만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만 적용된다.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규정은 부당해고 금지 규정,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관련 규정, 해고의 서면 통지, 부당해고 구제 신청, 휴업수당, 법정 근로시간, 연장근로·휴일근로·야간근로에 대한 수당, 연차휴가, 생리휴가, 18세 이상 여성근로자가 야간 근로할 때의 동의, 유급 수유시간에 관한 규정,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 등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업주 역시 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인 경우가 많고 근로감독 등 노동행정의 부담이 크다는 점 등이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고, 이러한 점이 정책적으로 고려돼야 할 필요는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사업실태 현황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115만4,517개로 전체 사업장의 61.9%이고, 근로자 수는 283만5,754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6.5%에 달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만 적용하게 한 현행 법체계가 만들어진 것은 1989년이고,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할 조항을 시행령으로 정하게 된 것은 1998년이다. 그동안 이뤄진 우리 경제와 사회의 발전 정도를 고려할 때,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를 노동법 사각지대에 방치하면서 노동에서의 양극화 해소를 말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