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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고금리 정책 결과로 나타난 경기 부진은 물가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 2024년 06월호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IMF는 2022년 10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당시 경제상황을 ‘생활비 위기(cost-of-living crisis)’로 지칭하며 고물가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19 위기를 힘겹게 극복했는데, 민생의 어려움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겪고 있는 3고 현상을 거시경제 관점에서 설명하고 향후 흐름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코로나19 극복 위해 공급한 대규모 유동성이 고물가 유발···
그 대응 과정에서 고금리·고환율 나타나


우선 3고 현상의 근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0년에 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인하하고 정부는 재정지출을 급격히 확대하는 등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며 경제위기에 대응했다. 특히 중앙은행은 시중에 거래되는 국고채와 회사채까지 사들이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수행했다. 감염병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했으므로 과감한 정책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국가에서 경기 위축을 피하지는 못했으나 극단적인 경기 침체는 막아낼 수 있었다. 특히 경기 침체가 금융위기로 파급될 가능성도 있었으나 유동성 공급 정책으로 금융시장은 충격을 견뎌낼 수 있었다. 백신이 개발되고 치명도도 낮아지면서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는 지나갔다.

그러나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곡물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주요국에서는 2차 오일쇼크로 물가가 치솟은 40년 전을 소환해야 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높아졌다. 고물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물가안정이다.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고금리 정책을 수행한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신뢰가 중요하다. 만약 물가안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깨지게 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이는 실제로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2년 중반 이후 각국의 중앙은행은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미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코로나19 위기에서 재정지출의 규모가 컸으며 강한 경제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미국 연준은 다른 주요국에 비해 금리를 더욱 빠르게 높은 수준으로 인상했으며, 그 결과는 달러화 강세, 즉 고환율로 이어졌다. 결국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하면서 고물가 현상이 유발됐고, 그 대응 과정에서 고금리, 고환율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중앙은행은 고금리 정책을 통해 경기를 둔화시킴으로써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도록 유도한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고금리에 상응하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투자를 줄였다. 특히 대출이 많은 가계와 기업의 경우 이자 상환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 여력과 투자 여력이 축소됐다. 그뿐만 아니라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경제주체를 중심으로 연체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고금리 정책이 시차를 두고 경제에 파급되면서 2023년 하반기 이후 내수가 부진해졌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민생의 어려움은 고물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만약 내수가 지금처럼 부진하지 않았더라면 인플레이션은 더 높았을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동일한 소득을 벌더라도 물가가 높으면 실질구매력은 하락한다. 실제로 2023년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1.1% 감소해 소비 여력이 더욱 축소됐다.

한편 통상적으로는 원화 가치가 하락하며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 수출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달러화만 강세를 보인다면 그 긍정적 영향은 축소될 수 있다. 특히 국제교역이 주로 달러화로 이뤄지는데,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면 상품 가격이 상승하므로 글로벌 교역이 단기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이처럼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현상은 경기 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고금리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경기 부진은 물가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의 흐름은 어떻게 전개될까?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한 거시정책에서 3고 현상이 발생한 것과 같이 향후 정책 방향에 따라 거시경제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성급한 경기부양책으로 재정·통화 정책 상충하면
3고 악화되고 정책균형 잃어 경기 급변동할 수도


하나는 3고 현상이 점차 해소되면서 경제가 정상을 찾아가는 시나리오다. 한국은행의 의도대로 고금리 정책에 따라 우리 경제는 경기 부진을 겪으며 물가가 점차 안정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하반기 이후 인플레이션이 가시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외에 머물러 있으나,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의 상승률은 4월 기준으로 2.3%까지 하락하면서 물가안정목표인 2%에 근접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통화정책이 적절히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물가 목표에 안착함에 따라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그에 따라 내수 부진도 완화되면서 경기가 정상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

반면에 3고 현상이 지속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내수 부진에 대응해 성급하게 경기부양책을 쓰는 경우다. 통화정책은 긴축적인 반면 재정정책은 확장적으로 운용되면서 거시정책 간의 상충이 발생하는 가운데, 내수가 부양되면서 고물가가 지속되고 그에 따라 고금리 기조도 유지될 수 있다. 내수를 부양하려는 정책의 의도와 달리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대출이 많은 취약계층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아울러 서로 상충하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균형을 유지하지 못해 경기가 급변동할 수 있다.

최근 내수 부진으로 민생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근시안적 정책이 3고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정책당국에서는 우리 경제가 정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현 경제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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