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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후위기, 2030년까지의 대응에 달렸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 2024년 09월호
지난 7월 22일은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으며, 전 지구 평균 지표기온이 17.16도에 달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지구 평균 지표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45도 높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2개월간 온도 상승은 1.63도에 달했다. 물론 이것은 인위적 지구온난화 경향에 자연변동성(인간활동의 영향이 없거나 원인을 인간활동에서 찾을 수 없는 자연현상)이 결합된 결과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 가구,
세계 소비 기반 온실가스 배출량의 34~45%에 기여

과거의 지구 기온 상승을 보면 1도의 온도가 상승하는 데 약 1천 년의 시간이 걸렸다. 문제는 산업화 이후 200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1도 상승을 훌쩍 넘었다는 것이다. 최근 과학적 근거들을 종합할 때 현재 지구 평균온도 상승 수준은 산업화 이전 대비 1.2도로 평가된다.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1.5도를 2030년 전후에 초과하고, 2050년쯤 2도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850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지구 평균온도 1.2도 상승은 인간활동에 의한 배출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온난화가 에어로졸 배출에 따른 냉각 효과에 의해 일부 상쇄되지 않았다면 이미 1.5도에 달했을 것이다. 

지구 평균온도 1.2도 상승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폭염, 집중호우, 산불, 가뭄 등 극한 기상·기후 현상이 더 빈번하고 강렬하게 발생하고 있고, 전 세계 모든 지역의 자연과 인간에게 위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 가용성이 감소하며 전 세계 인구의 반은 물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감염성 질환 및 온열 질환 증가, 산불피해 증가, 정신건강 악화, 기후난민 발생 등 우리의 건강과 복지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기후위기의 영향은 이를 초래한 인간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생태계 훼손 및 생물다양성 감소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곡물, 가축, 양식 생산성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 마무리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는 현재 우리의 기후변화 대응과 정책으로는 앞으로 직면하게 될 엄청난 위기에 대처할 수 없음을 명백히 시사하고 있다. 최근 연구들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그동안 매우 저평가됐다고 지적한다. 미래의 온실가스 배출과 상관없이 현재까지 누적된 배출량에 의해 지속될 기후변화로 향후 26년 동안 세계 수입이 평균 19% 정도 감소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기후위기 대응 대책을 크게 늘리지 않는다면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손실과 피해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기후위기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다. 기후위기가 인간활동에 의해 초래됐다는 과학적 근거는 명확하다. 기후과학의 발전으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며 오늘날 우리의 선택에 따라 미래 기후가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우리 사회의 공정성 및 형평성 부재와 연결돼 있는 사회 위기이기 때문이다. 

IPCC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가구의 상위 10%는 전 세계 소비 기반 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34~45%에 기여한 반면, 하위 50%는 13~15% 기여했다. 빈부의 격차가 큰 국가일수록 온실가스 배출 상위 가구와 하위 가구의 배출량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기후위기에 가장 적게 기여한 사람이 오히려 기후위기의 영향에 더 취약한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여름 극심한 폭염으로 야외노동자와 취약계층에서 온열질환 및 사망 피해가 매우 컸다. 이는 국가 단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 과거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적은 아프리카, 아시아 일부 지역, 중남미 등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 


기후정의 포용성을 우선시하는 사회로
올해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 성적은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사용, 에너지 소비, 기후정책 모든 분야에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은 커지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아직 열려 있으며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2030년까지 우리의 대응이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완화 대책 및 기후위험을 줄이기 위한 적응 대책을 실천함은 물론, 생물다양성을 증대하며 유엔의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IPCC 6차 평가보고서는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먼저 정치적 책임과 포용적 거버넌스 및 국제협력, 효과적인 생태계 관리와 다양한 지식의 공유, 정책·인프라·사회문화적 요인의 지원을 받는 행동 변화 등이 포함된다. 또한 공정성, 기후정의 포용성을 우선시하고 다양한 지식과 가치를 공유할 때 좀 더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하며, 혁신적인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이 늦춰질수록 우리의 선택지가 크게 감소할 뿐만 아니라 대응에 필요한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기후위기 대응이 우리 사회의 우선순위가 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고,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로 갈 수 있는 기회의 창은 빠르게 닫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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