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과 전기화가 필요한 지금, 에너지를 통합·관리·제어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기후테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그리드위즈는 2022년 한국 기업 최초로 탄소중립 도달을 위해 청정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클린테크 100’ 기업에 선정됐고, 올해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100대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 발탁됐다.
김구환 대표는 “지난 6월 코스닥에 상장하고 보니 그리드위즈의 업종이 ‘기타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있더라”며 “앞으로 에너지 데이터 테크 분야라는 카테고리를 만드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먼저, 에너지시장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창업 전부터 관련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2012년 전기차 충전 기술 표준활동에 참여할 당시 미국에 있던 때라 미국 에너지 테크 기업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하루는 『에너지 혁명 2030』의 저자 토니 세바의 강의를 들었는데, 오일·가스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됨에 따라 일반인들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전 세계가 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던 그때 국내에서는 스마트그리드, 태양광, 전기차 등에 대한 평이 좋지 않아 투자시장이 어려웠고, 스타트업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을 때였다. 모르고 시작했지만 앞으로의 잠재력에 확신을 갖고 밀어붙였다(웃음).
그리드위즈는 세계적인 ‘기후테크’ 기업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를 무탄소 에너지로 전환하고 전기화해야 하는 지금, 기상조건에 의존하는 변동성 자원인 재생에너지를 조절 및 완충(buffer)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수요·공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루션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이행에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우리 기술이 기후테크로 인정받은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솔루션을 구축했나?
수요관리(DR; 전력거래소에서 전력감축 지시를 내리면 수요관리사업자가 기업에 감축 요청을 하고 줄인만큼 정산금을 지급하거나 감축한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하는 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ESS) 운영, 전기차 충전, 태양광 설계·설치 등 전력의 수요부터 발전에 걸친 네 가지 솔루션을 원스톱 플랫폼 서비스로 융합해 운영하는 것이 우리 강점이다. 3만여 기의 전기차 배터리를 저장장치로 활용해 전력수요가 많을 땐 DR 자원으로, 공급이 넘칠 땐 ESS로 활용하는 융합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여 해외수출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이를 통해 버려지는 재생에너지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도록 하고 전력망 공급 이슈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에너지를 연결하고 제어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인 ‘한국형 가상발전소(VPP)’ 모델을 선도하는 게 목표다.
확보한 재생에너지 분산자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운영하는 분산자원 용량은 3GW에 달하며 이는 원전(1GW) 3기가 1시간 동안 공급하는 수준이다. 우리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DR서비스의 경우 현재 1,700여 산업체 고객을 참여시켜 누적 2,035GWh의 감축을 달성했다.
기업은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나?
한 고객사의 예를 들면, 국내 대표 주조 기업인 대동금속이 그리드위즈의 DR·ESS·태양광 솔루션을 사용해 연평균 6억2천만 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다. 본사 주차장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ESS를 운영하며 필요한 에너지 중 일부를 청정에너지로 공급하는 등 비용을 효율화했을 뿐 아니라 DR시장에도 참여해 국내 전력계통 안정화에 기여하고 ESG까지 실천해 낸 사례다.
전기차 화재로 안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는데.
ESS 사업의 경우 전력, 전압, 온도, 공장의 조업스케줄 등을 반영한 공장별 에너지 사용 패턴 등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저장·분석·예측해 화재사고를 예방하는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도 최근 완속충전기 화재 사고로 화재예방 충전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현재 급속충전기에만 장착돼 있는 PLC모뎀(전기차와 충전기가 서로 충전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아 차와 배터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과충전을 방지, 화재를 예방하는 부품)을 완속충전기에도 장착하고, 해당 모뎀을 활용해 전기차와 충전기 간 양방향 충전(V2G, Vehicle to Grid; 전기차 배터리를 ESS처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핵심 기술)이 가능한 서비스의 실증을 마친 상태다. 우리가 10여 년간 축적한 전기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이 장착돼 있어 전 세계 어떤 전기차에도 적용할 수 있는 안정성을 보장한다.
해외 에너지시장 현황은 어떤가?
올해 등장한 글로벌 신생 유니콘 75개 중 8개가 기후테크 기업인데, 중국 기업이 5개를 차지했다. 중국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EM)에 따르면 중국이 현재 건설 중인 태양광·풍력 발전소는 339GW 규모로,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태양광·풍력 발전소 총량의 64%를 차지한다. 미국은 40GW 정도다. 미국은 에너지 테크의 주 무대다. 그곳에서는 ‘선벨트(sun belt)’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고 있는데, 일조량이 강한 캘리포니아, 텍사스, 애리조나, 플로리다를 중심으로 에너지자원 사업을 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기업의 탄소중립 참여에 대해 체감하는 것이 있다면?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산업 전환 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소속돼 있어 국내의 여러 산업이 탄소중립을 하기 위해서 어떤 이행과 실행 계획이 필요한지, 에너지산업이 전환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지 심의하고 결정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수출주도형 기업의 경우 EU의 2026년 탄소국경세 시행 등 글로벌 규제와 흐름에 적극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민간 기업에서 탄소중립 이행 참여나 이해도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정책적으로 바라는 점은?
앞으로 화석연료 기반의 모든 발전과 사용에서 원료와 연료, 재생에너지 사용이라는 세 가지 전환을 동시에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 국제무대에서 가격경쟁력을 잃을 우려가 있다. 에너지 전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정한 속도로 전력시장의 정상화가 필요한 때다. 우리나라보다 재생에너지시장이 선진화돼 있는 일본은 전력 판매를 사유화하고 있고 우리보다 가격 수용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가격 운영을 정책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선진국 중에서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용성이 가장 낮아 에너지 신산업 분야 사업을 하는 데 해외시장보다 매력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일관성 있는 정책 방향과 함께 시장 기반의 에너지전력시장이 만들어진다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