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처럼 시끄럽게 이목을 끌고는 자취를 감쳤던 ‘소 방귀세’가 이번엔 진짜로 도입될 모양이다. 지난 6월 덴마크 정부가 소와 양, 돼지를 기르는 축산 농가에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현지 언론은 해당 법안이 의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본다. 방귀세(보다 공식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는 ‘농업 기후세’)라는 유머러스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세액은 우리 얼굴에서 웃음기를 거둬간다.
2030년부터 이산화탄소 1톤당 120덴마크크로네(DKK, 세액공제 후), 우리 돈으로 약 2만4천 원을 내야 한다. 소 1마리당 672DKK(약 13만5천 원)를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세액은 매년 올라서 2035년엔 마리당 1,680DKK(약 33만7천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든다. 덴마크는 왜 방귀세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이게 한국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방귀세’ 만든 덴마크보다 1.8배 많은
한국의 농축수산 온실가스 배출량
소는 입과 엉덩이로 메탄을 뿜는다. 3대 온실가스 중 하나다. 역시나 반추동물인 양도 소의 10~15%를, 돼지는 되새김질을 하지 않음에도 양의 15%만큼 배출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축이 사료를 소화시킬 때 배출하는 이런 ‘장내 발효 배출량’은 세종시 온실가스 총배출량보다 훨씬 많고, 제주도 배출량에 아주 살짝 못 미친다.
가축 배설물이 기체뿐이랴. 액체와 고체 즉, ‘분뇨’에서는 더 많은 온실가스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그럼직한 서사다. 반전은 지금부터다.
쌀농사를 많이 짓는 우리나라에선 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분뇨보다 많다. 이앙기나 트랙터를 써서 그런 게 아니다(농기계 연료 사용은 농업 배출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논에 물을 대면 수면 아래에서 볏짚이나 거름이 분해되면서 메탄이 발생한다. 다만 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재배면적 감소에 따라 계속 줄고 있다.
그런데 국내 재배면적이 주는데도 줄지 않는 배출이 있다. 화학비료를 쓸 때 나오는 온실가스다. 질소비료를 뿌리면 중간에 날아가거나 식물에 흡수되지 않고 수계로 유출되는 양이 제법 많은데, 이게 아산화질소라고 하는 강력한 온실가스가 된다. 우리나라에선 가축의 장내 발효나 분뇨, 논 자체에서보다 비료 사용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나온다.
어업도 탄소발자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인벤토리(온실가스 배출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어업 배출’은 선박이나 양식장 등에서 쓰는 화석연료 때문인데, 지난 30년 내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거니와 2015년 이후론 농림업 연료 사용 배출량을 크게 따돌리고 있다. 전력화가 더디고 양식업 비중이 늘어난 탓이다.
그래서 한국 농축수산이 전체 국가 온실가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냐 하면 3.7% 정도다(덴마크는 31.4%). 갑자기 무시하고 싶어진다. 한국은 낙농대국도, 세계적인 곡창지대도 아니고, 재배면적은 어차피 계속 줄고 있으니 그냥 이대로 놔둬도 되지 않을까?
2050년으로 시점을 옮겨 본다. 우리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최종안은 두 개의 시나리오를 담고 있는데, 이 가운데 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하는 시나리오 A에서 농축수산은 산업 부문에 이어 2대 배출원으로 부상한다. 배출 비중도 19.2%로 무시 못 할 수준이 된다. 지금 우리 농축수산업의 배출을 걱정하는 게 한가한 소리처럼 들린다면, 그건 양이 적어서가 아니라 다른 ‘형님들’(석탄 발전소, 자동차, 철강·석유화학 산업 등)의 커다란 덩치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축수산업의 절대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방귀세를 도입하기로 한 덴마크보다 1.8배나 많다.
미국, EU 등 글로벌 농업 탈탄소는 이미 시작…
우리 농업은 어디쯤 왔을까
그럼 이 문제를 누가 해결해야 하는지 경제 3대 주체별로 따져본다. 우선 생산자에 눈을 돌려보자. 축산업에서 가축의 무게는 곧 수익이다. 크고 뚱뚱한 게 미덕이다. 지난 8월 중순 기준 1++A 한우는 1+A보다 kg당 약 3,200원 더 비싸다. 같은 1++A 안에서도 근내지방도(마블링)에 따라 가격 차가 3천 원 이상 벌어진다. 많이 먹여 크게 키울수록 마리당 온실가스 배출은 늘지만 수익도 늘기 때문에 농민 입장에선 더 우람한 소를 기르는 게 이득이다. 축산업 배출량을 줄일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부터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가 시작됐는데 소는 사육기간을 단축하는 게 그나마 가장 믿을 만한 감축 수단이다.
이에 비하면 재배업은 유기농의 역사가 꽤 됐으니 사정이 좀 낫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국내 친환경 농가(유기농+무농약)의 비율은 5%도 안 된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대로 쌀농사를 짓는 농가가 100원을 벌 때(수입-경영비) 친환경 농가는 88.2원밖에 못 번다. 비료(유기질비료) 가격과 인건비는 더 들고, 재배면적을 늘리기도 쉽지 않아서다. 같은 이유로 친환경 양파와 감귤 농가의 소득은 관행농가의 40% 선이다. ‘지구를 살리는 농업’이 얼마나 덧없는 구호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농촌은 지금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라는 당장의 문제로 어깨가 더 무겁다.
이럴수록 소비자의 친환경 소비는 시장 확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6차 평가보고서에서 ‘소비 측면의 감축’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의 행동 변화가 여기 속하는데, 적은 정책 비용으로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육식 줄이기, 친환경·저탄소 농축산물 구매, 수송거리가 짧은 지역먹거리 소비 등이 있다. IPCC는 특히 먹거리에서 소비 감축의 잠재량을 크게 평가한다. 농축수산은 에너지처럼 똑 떨어지는 생산 부문 감축 수단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문제는 생산자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도 ‘지구를 위한 착한 소비’를 최우선으로 삼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선의에 기댄 ‘영끌 전략’으로는 먹거리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 결국 정부가 중요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북미산 전기차나 청정에너지를 지원하는 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탈탄소 농정도 한자리를 차지한다. 피복작물(거름이 흘러 내려가거나 토양이 침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심는 작물)을 심거나 무경운 재배(토양을 갈지 않고 그대로 파종해 재배), 임간축산(인위적으로 방목지를 개간하지 않고 산지 형태 그대로를 활용해 방목하는 것)을 하는 농가에 직간접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덴마크는 방귀세로 걷은 세금을 탄소저감 농가에 다시 돌려줄 계획이다. EU에선 농업도 배출권거래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덴마크 방귀세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저탄소 농업 정책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련 인력과 예산은 전체의 0.5%에 머문다. 중요도 면에서 메인요리는커녕 밑반찬 수준도 안 된다. 탄소중립을 향해 뛰라는 출발 신호는 몇 년 전에 울렸는데 우리 농업의 탈탄소화는 어디쯤 달리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