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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도시 삶을 지탱하는 전 과정의 탄소중립과 건물의 에너지 전환 필요
홍진규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 2024년 09월호
‘위기’라는 말은 역사 속에서 흔히 하향식으로 쓰였다. 위기를 먼저 감지한 선지자나 권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군주가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기후위기’는 상향식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도서 국가와 선진국 국민일수록 기후위기를 더 심각하게 느낀다. 

여러 지표를 통해 우리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2015년 파리협정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을 약 2조8천억 톤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고 정했다. 하지만 이미 2022년에 누적량이 2조5천억 톤에 도달했고 지난 한 해에만 약 400억 톤을 배출했다. 

이렇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1초마다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이 4개씩 폭발하는 수준으로 지구를 가열한다. 이런 가열은 대규모 자연재해를 일으키며, 관련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국제사회에서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당장 바꾸지 않으면 기후재난이 빈번해져 인명 및 재산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차지하는
기후위기 시대의 ‘핫 스폿’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를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공간인 도시는 밀집된 인구와 인프라로 구성돼 있어 대규모 피해와 손실 그리고 위험에 노출된, 그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의 ‘핫 스폿(hot spot)’이다. 동시에 기후대응에 중요한 주체로서 역할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의 탄소중립 대책과 기후재난 발생에 대비하는 기후적응 대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우리에게 ‘도시’란 어떤 공간인가. 최적의 거주 공간을 찾아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는 약 1만 년 전 스스로 최적의 환경을 갖춘 도시를 건설했고, 글자의 발명과 함께 인류 역사 시대로의 전환을 이뤄냈다. 인류가 창작한 도시는 매혹적이다. 아름다운 야경과 높은 마천루가 주는 심미적 기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 창조성을 제공하며 일자리도 창출하게 한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매주 130만 명이 도시로 이주한다. 우리나라도 행정구역 기준으로 도시 면적은 전체 국토의 10%가 채 되지 않지만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고, 서울과 6대 광역 도시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우리나라 GDP의 40%가 넘는다.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 그동안 우리는 범죄율을 낮추고 주택, 교통, 대기오염과 같은 도시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택지 개발과 건물 재건축, 도로 확충, 각종 매연저감 정책, 일자리 창출, 자원 재활용 정책 등을 통해 깨끗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그런 도시로 만들기 위해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기술을 활용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으며, 최첨단 기술로 둘러싸인 도시 환경은 기후재난 현상의 심각성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현대 도시는 구조적으로 기후재난에 취약한 환경을 갖고 있다. 통신, 에너지, 상하수도 시설 등의 사회기반시설은 과거에 발생한 재해를 기반으로 설계돼 있어 일정 수준의 기후재난 상황에서만 견딜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재난 발생 빈도와 강도가 급격하게 증가해 극심한 재난 현상이 ‘일상화’되면서 과거 자료 기반의 대비책은 효용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시대의 도시는 마치 ‘하이퍼루프(hyperloop; 진공튜브 안에서 운행되는 초고속 열차)’를 탑승한 것처럼 빠르게 기후재난에 취약한 공간으로 접어들고 있다. 기온 상승에 따른 폭염 강도와 빈도의 증가는 도시열섬 현상과 겹쳐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하고, 폭우는 흙과 녹지가 부족한 도시에 홍수를 만들어 막대한 재산 피해를 불러온다. 태풍은 도시를 고립시켜 물과 식량을 제한하기도 한다.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과 말라리아, 뎅기열 등 열대병 전파, 정신건강 악화도 빼놓을 수 없는 재난적 상황이다. 우리는 홍수, 가뭄 그리고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가 우리 삶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목도하고 있는 세대다. 이대로라면 미래 세대는 우리가 경험한 것보다 더 큰 피해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기후공학 기술개발뿐 아니라 기술 부작용 평가, 
시민 교육, 재정시스템 정비 등도 수반돼야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중립뿐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비해 취약성을 줄이는 기후적응 대책 마련도 중요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중립과 기후적응 대책을 함께 이행했을 때 서로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를 도시 설계·개발에 적용해 본다면, 도시 삶을 지탱하는 모든 과정에 대한 탄소중립 방안 마련과 건물 단위에서의 에너지 전환이 시도돼야 한다. 이때 도시 전체 구조 및 기능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교육과 정책적·재정적 점검도 수반돼야 한다. 

우선 도시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결정하는 주거지 및 업무 지역과의 거리, 건물밀도에 대해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도시 내 녹지를 활용해 온실가스 흡수를 극대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토양 관리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 건물 재료, 건물 형태와 배치, 녹지 배치 및 수종을 고려해야 하며, 빗물 저장 및 햇빛 차단 시설이나 쿨루프(cool roof; 건축물의 옥상 표면에 태양에너지를 반사하는 특수페인트를 발라 건축물로 유입되는 열에너지의 양을 줄이는 기법)와 그린루프(green roof; 건축물 옥상에 심은 식물이 태양열을 반사하도록 해 단열효과를 높임으로써 냉난방비용을 절감하고 도시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기법) 등 도시에 적용할 기후공학 기술개발도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나라 도시에 맞는 최적의 적응 기술을 발굴하고 이런 기술의 적용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평가도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특정 섹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섹터의 공동편익을 분석해야 하며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 재정시스템에 대한 정비도 이뤄져야 도시 탄소중립과 기후적응 대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제는 도시를 개발할 때 단순히 기존의 도시 문제를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 시대의 도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지혜를 모아 복잡한 난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임을 인지하며 모든 시민의 실천과 동참을 이끌어내야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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