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특집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로 도입… 밑 빠진 독 문제에 빠져
신승룡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 2024년 11월호
기금이 고갈될 경우 고갈 시점부터는 보험료율을 즉시 35% 이상으로 올리거나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세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


일반 기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근로소득의 9%를 국민연금에 납부한다. 노후에는 안정적으로 연금을 수령한다는 것이 강제 징수의 취지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의심받아 왔다. 현재 젊은 층은 정년퇴직해도 30년 후에는 기금이 소진돼 연금을 수령하지 못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곤 한다. 미래를 정확히 예견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기금이 고갈된다면 둘 중 하나는 확실하다. 현재 약속된 기준 소득대체율 약 40%만큼의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부담을 져야만 약속된 연금을 받을 수 있거나.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주로 거론되는 해법은 미리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이다. 최근 정부 국민연금 개혁안 또한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자고 제안한 바 있는데, 수입이 늘어나면 재정이 개선된다는 단순한 이치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의문이 한 가지 제기된다. “13%가 끝인가?” 실제로 2023년에 정부는 보험료율이 당장 20.8%까지 인상돼야만 2070~2090년대의 기금 규모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 발표했다. 이보다 낮은 보험료율로는 기금 고갈을 피할 수 없으며, 설사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리는 데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또다시 개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두 차례 개혁 통해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까지  조정···
1999년에는 ‘전 국민 연금시대’ 열어


이러한 상황을 두고 대중은 흔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표현하는데, 사실상 국민연금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독에 큰 구멍이 나 있었다. 현재 보험료율 9%와 소득대체율 40%조차 납부하는 보험료 대비 연금급여가 너무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의 보험료율은 3%, 소득대체율은 70%였다. 세후 근로소득 저하에 대한 당시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함이었으나, 그 대신 독에 물이 금방 바닥날 것이 뻔했다.

그 후 독의 구멍을 줄이려는 시도가 진행됐다. 1998년에는 1차 연금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이 60%로 인하됐다. 그리고 2007년에는 소득대체율을 50%로 내리고 매년 0.5%p 줄여서 2028년까지 40%로 줄인다는 2차 연금개혁안이 통과됐다.

독에 붓는 물의 양을 늘리는 역사 또한 두 방향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보험료율 인상이다. 국민연금은 지속적으로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을 전제로 설계됐으나, 그 계획은 법적 구속력이 없었기에 1993년 6%로, 1998년 9%로 두 차례 인상하는 데 그쳤다. 두 번째 방향은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다. 국민연금 도입 초기의 의무가입 대상은 상시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뿐이었는데, 1992년에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고, 1995년에는 농촌지역 가입자, 1999년에는 도시지역 가입자를 포함하면서 ‘전 국민 연금시대’가 열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03년에는 상시근로자 1인 이상 사업장을, 2007년에는 일용근로자를, 2010년에는 단시간근로자를 포함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에도 독의 물은 충분히 차지 못했다. 가입 대상을 꾸준히 확대하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가 있으나, 그 대상이 퇴직해 연금을 수령하면서부터는 독의 구멍을 오히려 넓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3년 정부의 1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통해 기금 고갈 시점이 2047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2차 연금개혁 직후에도 재정추계를 실시했으나 기금 고갈 시점이 13년밖에 미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계속되는 합계출산율 저하로 인해 인구구조 고령화가 더 심화할 것으로 예견되면서, 현재는 기금 고갈 시점이 2055년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입 대상 확대가 독의 구멍 넓혀

간혹 기금 고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고갈 시점부터는 보험료율을 즉시 35% 이상으로 올리거나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세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수 없다. KDI에 따르면 이는 보험료를 납부하고 투자수익을 낸 것 대비 절반조차 받아 가지 못하는 수준(수익비 < 0.5)이다. 이는 단적으로 ‘망한’ 연금제도다. 애초에 가입 대상을 확대한 취지는 더 많은 국민에게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위함이었을지 모르나, 그 결과 너무 많은 미래세대가 이 밑 빠진 독 문제로 큰 손해를 입게 됐다.

만약 처음부터 각 세대가 낸 보험료와 그 투자수익만큼(수익비 1)만 연금을 수령했다면 이러한 재정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필자는 KDI 이강구 박사와 함께 ‘수익비 1의 신연금 개혁’을 제안한 바 있다. 앞으로의 보험료는 ‘신연금’ 계정에 적립해 수익비 1만큼만 연금을 수령하고, 가입자에게 이미 약속된 연금급여는 현재 ‘구연금’의 적립기금과 일반재정으로 충당하자는 것, 즉 독의 밑을 막고 각 세대는 부은 물만큼만 노후에 받아 가자는 것이다.

수익비 1은 재정안정에만 치중한 개혁안인가? 아니다. 연금제도는 본래 수익비 1이 장기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라는 점이 경제학적으로 입증돼 있다. 보험료를 적립하고 투자한 적립금을 퇴직 시점까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수익비 1만큼만 연금을 수령하는 방식(완전적립식)은 현실적인 연금제도 중 기금을 가장 많이 적립할 수 있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는 국민연금의 높은 기금수익률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려 장기적으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한다. 만약 현재 국민연금처럼 잠시라도 특정 세대가 수익비 1 초과로 연금을 받는다면 후세대 누군가는 수익비 1 미만의 연금을 감내해야 하므로 이는 장기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

완전적립식 연금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미 수익비 1 초과로 약속한 연금에 대한 재원을 분리하는 것이 필수다. 정부가 향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금액(미적립 부채)은 현재가치로 609조 원 정도다. 물론 작은 액수는 아니지만, 이는 국채 운용을 통해 장기간 나눠 부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본 개혁안은 각 가입자가 적립한 보험료를 노후를 맞이하기 전까지 사용하지 않고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금수익을 최대한 높이는 개혁안이라는 점에서, 소득대체율 40%를 지탱하는 방법 중 가장 국민 부담이 적다.

다행히도 최근 정부 개혁안은 보험료 인상을 통해 지나치게 높았던 수익비를 조정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미적립 부채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한국에서는 빠진 밑을 막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있으나 마나인 국민연금으로 수렴할 것이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