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여에 걸쳐 제5차 국민연금재정계산이 실시됐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역시 2022년에 출범해 2024년 5월까지 그 활동을 이어갔다. 사전에 이 과정을 준비했던 1년까지 더하면 햇수로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2차 국민연금 개혁이 완수된 2007년 이후 지연된 개혁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현실은 모든 국민의 마음을 다급하게 만든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26년 전 재구조화를 단행한 스웨덴의 사례를 거슬러 올라가 보고, 2004년에 이뤄진 일본의 연금 대개혁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공적연금을 개혁한 캐나다의 사례를 확인한 후 이 나라들의 개혁 결과가 우리나라에 주는 함의를 찾아보자.
스웨덴·일본, 안정적인 연금액 지급에 주력
스웨덴은 1998년 확정급여형(DB; 기여에 상관없이 소득보장)으로 운영되던 연금제도를 확정기여형(DC; 기여는 정해져 있으나 소득은 유동적)으로 변경하는 대대적인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개혁 이전 스웨덴 연금제도는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지급한 전 국민 공통의 기초연금(AFP; Allnanna Fork Pension), 은퇴 이전의 소득을 유지하기 위한 부가연금(ATP; Allnanna Tillaggs Pension)으로 구성돼 있었다. 기초연금제도는 가입 요건의 구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적용됐으며 근로자의 보험료는 사업주가, 자영업자는 자신이 전액을 부담하는 구조였다. 재정방식은 완전부과방식으로 운영됐다. 당해 거둔 보험료가 연금급여 지급에 부족할 경우에는 정부 일반회계에서 보조했다. 한편 부가연금제도는 부분적립방식으로 운영했다. 소득의 13%를 보험료로 부담했으며 이 역시 근로자는 사업주가, 자영업자는 자신이 전액 부담했다. 보험료는 기금으로 적립되고 기금의 운용수입은 연금급여에 충당됐다.
스웨덴이 이러한 구제도를 포기하고 연금개혁을 실시한 배경에는 사회보장비 지출의 증가, 높은 노인인구 비율, 경제성장률의 감소가 있었다. 1980년대 중반에 실시한 재정계산 결과 경제성장률과 임금상승률, 평균수명의 증가 및 고정된 보험료율로 인해 연금기금은 2010년에서 2015년 사이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출된 개혁 법안은 당시 국회의원 80% 찬성이라는 절대적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현재 스웨덴의 연금제도는 소득비례 공적연금(Income Pension)과 의무 개인계좌인 프리미엄 연금(Premium Pension)으로 구성돼 있다. 소득비례 공적연금은 연금보험료 부과소득을 기반으로 한 명목확정기여형(NDC) 제도이며, 프리미엄 연금은 적립식 확정기여 방식(FDC)으로 운영된다. 공적연금 보험료는 소득의 18.5%로, 절반은 근로자가 부담한다. 이 중 2.5%는 프리미엄 연금에 강제 납부된다. 또 가입 기간 중 가장 소득이 높은 15년의 약 60%였던 소득대체율은 연금개혁 이후 생애평균소득 대비 55% 수준으로 다소 줄어들었다.
일본은 1942년 근로자들을 위한 후생연금을 만든 이후 확대일로에 있던 연금제도를 2004년에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했다. 이전까지는 수급자들에게 지급할 연금이 모자라다 싶으면 보험료율을 올려 더 걷는 방식으로 제도를 유지해 왔지만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기대수명도 늘어나면서 “언제까지 보험료가 오를 것인가”라는 불안이 젊은 세대에 팽배해졌다. 2002년 공포된 신인구추계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의 진전으로 인구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이것이 연금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었다. 급속한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의 진행으로 노동인구가 감소하게 되므로 인구추계 결과대로라면 당시 13.58%였던 후생연금의 보험료율은 23.1%까지 늘어날 상황이었다.
일본 정부는 인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급여수준을 적정화하고 보험료 부담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개혁논의에 들어갔다. 최종 개혁내용의 핵심 3가지는 다음과 같다. 보험료율은 최대 18.3%로 고정하되 급여수준을 조정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하고, 기여형 기초연금에 대한 국고부담을 3분의 1에서 2분의 1까지 끌어올리며, 주기적으로 재정검증을 실시하는 재정재계산 제도를 도입해 100년간 급여와 보험료 부담 간의 관계를 명확히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가구 단위의 소득대체율은 50%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규정도 추가했다. 이 개혁으로 가입자와 수급자 양방에서 보험료 부담의 증가와 수급액 억제라는 부담을 지게 됐다.
공적연금의 소득보장 강화한 캐나다 눈길 끌어
가장 최근에 실시한 캐나다의 연금개혁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상황에도 소득보장을 강화한 개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다. 캐나다의 공적연금은 조세 기반의 기초연금인 OAS(Old Age Security) 제도가 1927년에 먼저 만들어졌으며 소득비례연금인 CPP(Canada Pension Plan)는 1966년에 들어서야 만들어졌다. CPP 도입 이후 50년 만인 2016년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인상이 동시에 이뤄졌는데, 9.9% 보험료율에 소득대체율 25%이던 것을 보험료율은 11.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도 33%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사적 퇴직연금이 아닌 공적소득비례연금에 대한 노후소득의 의존을 높여야 한다는 근로자들의 요구가 개혁에 반영됐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스웨덴과 일본은 인구구조 변화라는 문제에 대응해 연금급여의 지급구조를 변경한 사례에 해당한다.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재정 균형의 추구는 단기 균형과 장기 균형이라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금액을 지급하는 데 주력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캐나다는 공적연금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지급하는 방식이므로 축소 일변도의 연금개혁 기조에서 벗어난 사례로 찬사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캐나다 소득비례 연금제도는 제도가 창설될 당시부터 기여와 급여 간의 관계 균형이 이뤄져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9.9%의 보험료율에 25%의 소득대체율로 설계돼 있었으므로 현재 9%의 보험료율에 40%의 소득대체율로 설계돼 있는 우리나라 국민연금과는 격차가 크다. 캐나다가 보험료율 인상을 통해 확보한 재원은 완충기금의 수준을 넘어섰으며 75년간 일정한 적립배율을 유지하는 장기 재정균형을 달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