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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신뢰가 있어야 개혁 가능하고, 개혁이 이뤄져야 지속가능성도 보장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연구산학부총장, IT금융경영학과 교수 2024년 11월호

이번 연금개혁안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에서 지난 5월 연금개혁안을 합의하려 했으나 무산되고, 국회가 막을 내렸다. 22대 국회 들어와서 연금개혁 논의가 실종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었는데 올해 9월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발표함으로써 그 논의가 되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연금개혁 합의를 조속히 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와 달리 정부가 단일 개혁안을 제시했다. 
국회에서 정부의 연금개혁 입장을 제시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이에 정부가 단일 개혁안을 제출한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에서 몇 개 안을 제시하고 선택의 여지를 둘 경우 국민의 선택에 맡긴다는 장점도 있지만 정부의 입장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소득보장 강화와 재정안정 강화라는 상반된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일안을 내놨다는 것은 정부가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의미다.

21대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셨다. 당시 협의 과정이 궁금한데.
연금특위에서는 구조개혁과 모수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재정안정과 소득보장 방안 간 의견 충돌이 있어 이를 조율하려 했지만 입장 차가 너무 뚜렷하기 때문에 각각의 입장이 반영된 2개 안을 제시하며 최종 결정은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됐다. 또 구조개혁은 중요하고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같았지만 이를 실현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시급한 모수개혁부터 추진하고 구조개혁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정도의 협의가 있었다.

구조개혁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구조개혁은 그 내용과 범위를 한정할 수 없고 굉장히 다양하다. 예를 들면 연금제도 내에서는 현재 1대 1로 돼 있는 소득재분배 비율 조정, 적립방식이지만 부과방식적 요소가 강한 현 재정운용방식에 대한 논의가 포함될 수 있다. 그걸 더 넘어서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조정, 퇴직연금제도의 기능 재정립, 단일 국민연금제도로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공무원, 사립학교 직원, 군인 등에 별도의 특수직역연금을 운영함으로써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 등이 있다. 이는 굉장히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고 합의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구조개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당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와 비교해 우리 국민연금이 갖는 특징이 있다면. 
연금제도는 나라마다 모두 다르게 운영된다. 똑같은 나라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유럽 제도와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럽은 적립기금 없이 운영되고 우리는 1,150조 원이나 되는 적립기금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어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빠르게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적립기금이 고갈될 경우에는 가입자와 수급자 비율, 즉 부양비가 중요한데 나쁠 때는 그 비율이 140%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래세대에 엄청난 비용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적립기금이 고갈되지 않고 길게 가도록 하는 제도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즉 지금의 연금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노후소득보장이 아니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은 사업주가 부담하게 함으로써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노후에 일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없다면 사용자가 책임지는 몫까지 근로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것은 근로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또 공적연금은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지 모른다는 위험을 공동 분담하는 제도다. 노후를 스스로 준비하겠다는 의견도 있지만, 노인이 됐을 때 노후가 준비된 사람은 확률적으로 전체 인구의 30%밖에 안 된다. 상당수가 노후에 빈곤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 강제적으로 공적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보장적 특성과 필요를 이해했으면 한다.

연금개혁과 함께 정년 연장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연금개혁 과정에서 사회적·제도적으로 함께 고려돼야 할 부분은?
우리나라는 법적 정년 60세와 노인 기준 65세 사이에 소득 크레바스(income crevasse)라고 불리는 공백이 존재한다. 60세 이전에 퇴직하는 사람도 많고,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갈수록 높아지도록 설계돼 있다. 또 예전보다 신체적 건강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노인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 전반적으로 노인 기준, 연금수급 개시 연령, 정년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정년 연장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등 노동시장이 함께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렇듯 사회제도들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여타 제도들을 묶어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사회적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

기금이 언젠가는 고갈될 텐데, 그 이후에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계획이 마련돼 있나.
끊임없이 지속가능성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1986년 국민연금제도를 만들 당시 이미 2049년에는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재정추계가 있었는데도 도입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 은퇴하는 시점인 2030~2050년대까지 안정적으로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면 그 후엔 적립기금 없이도 운영될 수 있을거란 가정이 있었다. 당시 합계출산율을 1.5명으로 가정했다. 그런데 2070년 합계출산율 1.21명, 평균수명은 91.2세라는 가정하에서도 2055년까지 적립금이 버틸 수 있게 만든 것은 그동안 연금개혁을 해왔기 때문이다. 출산율도 최저점을 지나 이제 개선될 것으로 보이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는 전제에서 내놓은 재정추계치도 끊임없는 혁신으로 성장률이 전망치만큼 떨어지지 않는다면 기금이 추계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우리 미래를 너무 불안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국민연금제도가 나름대로 합리성과 미래 지향성을 갖고 바뀌어 왔고, 지금도 바뀌는 과정에 있다. 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리 국민들이 믿어주면 좋겠다. 그런 신뢰가 있어야 개혁이 가능하고, 개혁이 이뤄져야 
지속가능성도 보장된다. 

연금개혁을 추진했던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연금개혁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지금 여론수렴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정부안을 조속히 확정해 국회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이 1차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현재 여야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 야당은 모수개혁을 먼저 하자는 입장이고 여당은 구조개혁을 근본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정부안을 중심으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연말 내로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중장기적인 구조개혁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는 연금특위를 별도로 만들어 논의를 이어나가 현 정부 임기 내에 합의될 수 있도록 하는,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완벽한 개혁을 위해 10년, 20년 기다리면 기금은 결국 고갈되고 만다. 중요한 것은 현시점에서 한 발이라도 더 가는 것이다. 
 
홍성아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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