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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본경제, 불안정한 국내 정치에도 내년 성장률 1.1%로 반등 전망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2024년 12월호

2024년 일본의 실질 GDP 성장률은 2021~2023년에 이어 4년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는 주가가 34년 만에 버블 붕괴 직전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명목 GDP 역시 처음으로 600조 엔을 돌파하는 등 일본경제가 장기 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여러 수치가 발표됐다. 다만 엔화 약세로 인한 실질임금의 더딘 회복과 그에 따른 개인소비지출의 부진이 여전하고,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임금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측면도 있어서 내년 일본경제의 향방은 새 내각의 경제정책 및 임금인상의 선순환 구조 정착 여부 그리고 환율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여당의 선거 참패로 불안정한 국정운영 지속 가능성 커
올해 9월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후보가 당선되자 엔화는 강세로 전환되고 주가는 급락하는, 이른바 ‘이시바 쇼크’ 현상이 발생했다. 세간에서 이시바 총리는 ‘금리인상론자’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과장된 해석이며, 이시바노믹스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시바노믹스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아베노믹스로부터의 탈피, 두 번째는 기시다노믹스의 계승, 세 번째는 ‘지방창생’이다. 이시바 총리는 장기간의 금융완화와 무분별한 재정지출에 반대했으며(아베노믹스 탈피), 임금인상 기조를 이어가 2030년 이전에 최저임금을 1,500엔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기시다노믹스 계승). 이시바노믹스에서 가장 독창적인 지방창생 정책은 ‘여성이 선택하는 매력적인 지방을 만들겠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외에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이시바 내각의 경제정책이 2025년부터 본격화할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지난 10월 27일 총선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이시바 내각은 야당의 협력 없이는 주요 법안 통과가 쉽지 않게 됐다. 여당의 이번 선거 참패는 지난해 연말 불거진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에 더해, 고물가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가 민심을 여당에서 멀어지게 만든 결과로 분석된다. 게다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내 반대파들이 ‘이시바 끌어내리기’를 본격화할 경우 이시바 정권은 정책 추진의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28석을 확보한 국민민주당과의 정책 협력을 통해 난관을 돌파하려 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국정 운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불안정한 일본의 국내 정치와는 대조적으로 2025년 일본경제 상황은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각부는 올해 0.7%로 예상되는 실질 GDP 성장률이 내년에는 1.2%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IMF 또한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1.7%에서 올해 0.3%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2025년에는 1.1%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는 민간소비가 꼽힌다. 정부의 임금인상 기조와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지속되면서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2024년 0.9%에서 2025년 1.2%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춘투(매년 봄부터 이뤄지는 노동조건 협상장 ‘춘계생활투쟁’의 준말)에서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5.1%로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일본 노동조합총연합회는 내년 춘투에서도 5%대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방침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리스킬링(re-skilling; 기술 혁신과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즈니스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것) 지원 및 노동시장 개혁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면서 2025년에는 실질임금도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올해 6월과 7월에 실질임금이 27개월 만에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이는 여름 상여 지급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에 8월과 9월에 다시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러한 실질임금 정체는 지속적인 임금인상에도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2023년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3.1% 상승해 1982년 이래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도 2.6%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내각부는 202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로 예측해 물가 상승세가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물가안정이 실현된다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실질임금의 플러스 전환이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러한 예측은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과 원유가격의 변동이 제한적이라는 전제하에 성립한다. 올해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달러당 160엔을 넘나드는 ‘슈퍼 엔저’와의 싸움을 지속해 왔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으나, 엔화 약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이어 5월과 7월 재무성은 각각 9조8천억 엔과 5조5천억 엔을 투입해 엔저 방어에 나섰지만, 대규모 개입에도 엔저 기조는 좀처럼 반전되지 않았다. 결국 7월 31일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을 통해 일시적으로 엔화 가치가 반등하는 듯 보였지만, 예상보다 심각한 미국의 고용과 물가 상황 그리고 트럼프의 재선이라는 변수로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엔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이런 환율의 지속적 변동성은 원유와 같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서 향후 일본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선회 등 대외 환경 변화가
금융정책 정상화의 주요 변수

2025년 일본경제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정상화 프로세스’ 가속화 여부다. 올 9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일본은행이 목표로 삼은 2.0%를 30개월 연속 초과 달성하고 있다. 이는 추가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 등 정상화 조치를 실행할 충분한 여건을 제공한다. 그러나 대외 환경의 변화가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경우에 따라 100%까지 인상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또한 모든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에 10~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이런 정책은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으며, 따라서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엔화 약세는 일본의 실질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경우 일본은행은 금리인상의 시기와 폭을 긴급히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수십 년의 역사 속에서 반복돼 온 엔고 불황의 고통을 너무나도 잘 기억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성급한 금리인상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두려워하며 신중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 이렇듯 얽히고설킨 복합적 상황들이 일본은행의 앞길을 더욱 험난하게 만들며 내년 정책 결정에 깊은 고민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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