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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복귀 전 전쟁 종식을 말하는 트럼프, 중동 분쟁 끝낼 수 있을까?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2024년 12월호
아랍 국가들은 분쟁에 끼고 싶지 않지만
이란의 군사력을 심각한 위협으로 느껴 미국 외에도
러시아, 중국과 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선택지 만드는 중


가자 지구의 전쟁은 단순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아니다. 넓은 시각으로 보면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반미·반이스라엘 정책을 펴기 시작한 이란은 팔레스타인 민족을 억압하는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것을 국시로 정하고 역내에 연대조직을 조성했다. 연대조직으로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을 만들고 이스라엘을 에워싸는 ‘하나의 전선’을 구축해 ‘불의 고리’를 만들어왔다. 지난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이 불의 고리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 

2000년대 미국의 중동 개입으로 강화된 
이란 헤게모니와 시아파 연대

이란 전문가 발리 나스르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미 2006년 저서 『시아파의 부활』에서 시아파 시대의 도래를 예견했다. 20세기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중동은 수니파가 주도하는 세계였다. 1952년 이집트 혁명 이후 집권한 가말 압둘 나세르는 이집트를 포함한 아랍 세계를 통합하기 위해 19세기부터 논의된 아랍민족주의를 적극 활용했고, 이후 아랍 세계를 이끈 사상은 누가 뭐라 해도 아랍민족주의였다. 아랍민족주의 담론이 시들기 시작한 것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기습공격에 무너진 이후부터다. 이집트와 시리아가 6일 만에 전쟁에서 패하자 아랍 시민들은 일제히 아랍민족주의에 실망했고 허탈감에 빠졌다. 이들을 달래줄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필요했다. 이슬람주의자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세속 이데올로기인 아랍민족주의가 아니라 이슬람이 이슬람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미국은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이란을 포함한 걸프 국가들과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이란이 이슬람 혁명으로 반미로 돌아서자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쿠웨이트를 포함한 수니파 국가들과 연대하며 중동정책을 추진해 왔다. 역내 시아파들은 소수파라는 이유로 권력 배분에서 소외되기 일쑤였고 정치적·경제적 차별 탓에 참담한 삶을 살아왔다. 예를 들어 이라크의 시아파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 집권 이후 차별받기 시작하면서 점차 위축됐다. 레바논의 시아파는 수니파와 기독교인들의 등쌀에 최악의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예멘의 소수 시아파이자 자이디파로 알려진 후티는 수니파 집권세력의 차별을 받다 점차 자신들의 세력을 넓혀 강력한 무장단체로 거듭났다. 후티는 2000년 이후 예멘 정부와 여러 차례 휴전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2014년 쿠데타로 수도 사나를 장악했다. 


사회적·경제적 차별을 받아온 시아파는 이란을 중심으로 연대하기 시작했다. 이란은 1982년 레바논에서 시아파를 규합해 헤즈볼라를 창설했고, 예멘의 후티 세력이 사우디와 UAE의 공격으로 곤경에 처하자 군사물자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공격하고 2003년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것은 이란에는 축복이었다. 미국이 8년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란을 괴롭혀 온 후세인을 사형에 처하자 수니 정권의 맹주였던 이라크가 무너져 이란은 역내 유일한 맹주가 됐고, 나아가 여전히 인구의 절반이 시아파인 이라크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현재는 이란을 빼고 이라크의 정세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란의 헤게모니는 시아파 연대조직에 그치지 않는다. 이란의 재래식 무기, 특히 탄도미사일과 드론은 주변 수니 아랍 국가에 큰 위협이 된다. 실제 2019년 예멘의 후티와 이란이 드론과 순항미사일로 사우디 정유회사 아람코의 탈황시설 두 곳을 타격하자 사우디의 일일 원유생산량이 반토막 났다. 국제유가를 결정짓는 세계 최고의 정유회사가 타격을 입자 사우디는 미국의 즉각적인 조치를 원했으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란을 자극해 역내에 큰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것을 피했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21세기 중동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결이며 더 넓게는 이스라엘을 돕는 미국과 이란의 대결이다. 아랍 국가들은 이 분쟁에 끼고 싶지 않지만 이란의 군사력을 심각한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이런 이유로 걸프 아랍 국가들은 여전히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싶지만 러시아, 중국과도 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친이스라엘·강경 인사 지명···
이·팔 종전과 이란 핵 협상 타결 불투명
 
트럼프는 예측 불가와 거래주의로 특징지을 수 있는 정치인이다. 자신의 패를 쉽게 보여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패로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트럼프는 자신이 백악관에 입성하는 내년 1월 20일까지 역내 전쟁이 종식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남은 두 달 안에 전쟁을 종식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이 원하는 휴전 조건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휴전은 어렵다. 이스라엘로서는 레바논 리타니강 남부에 헤즈볼라 병력 주둔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이스라엘군이 자유롭게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조항이 핵심이다. 하마스가 다시 가자 지구를 통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최대한 군을 주둔시켜 하마스의 재건을 막겠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의 외교와 국방팀 진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 장관에 미국 폭스뉴스 진행자인 40대 예비군 소령 피트 헤그세스가 지명됐고,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유대계인 스티븐 밀러가 내정됐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마이클 왈츠, 중동 특사로 유대계 부동산업자 스티브 위트코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로 마이크 허커비가 지명됐다. 친이스라엘과 강경 성향이 특징인데, 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는 물론 이란 핵 협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기대해 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트럼프가 미국의 국익 관점에서 역내 전쟁이 종결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인 외교적 압박과 회유를 통해 해법을 찾는 것이다. 만약 뜻대로 되지 않아 ‘최대 압박’을 통해 상대를 굴복시키려 한다면 중동정세는 급격히 냉각될 것이다. 

중동정세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연대조직이 1년 넘게 전쟁하고 있으며 이란과 이스라엘이 두 차례 본토 공격을 주고받았다. 동맹과 자주국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명확히 보여준다. 2025년 중동정세는 안갯속이다. 트럼프의 마법이 통한다면 역내 안정화로 갈 수 있지만 실패하면 분쟁이 장기화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은 이제 그림자 전쟁(shadow war)에서 전면전으로 양상이 변했다. 트럼프의 이란 핵 협상이 성공하지 못하면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 타격을 주장할 것이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미래를 완벽히 꿰뚫어 볼 수 없는 만큼 각 시나리오에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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