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내 13대 주력산업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보호무역 확대 기조의 부정적 여건 속에서도 AI 확산, IT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외 수요 개선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전년 부진했던 내수의 회복도 일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은 전년에 이어 IT산업이 13대 산업 전체 수출의 증가를 주도할 전망이나 기저효과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 생산의 확대, 중국의 회복 지연 및 글로벌 통상정책의 변화 등은 우리 수출 확대를 제약할 수 있다. 국내 생산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IT 신산업군 중심의 성장세는 지속되나 자동차, 철강 등 여타 산업에서는 내수와 수출 여건의 미약한 개선으로 전년의 위축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자동차·이차전지, IRA 폐지·축소의 부정적 영향 예상,
조선·반도체 등은 대중국 견제의 반사이익 기대
2025년에 주력산업이 직면할 이슈 중에서도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우리 산업의 영향과 대응 방향에 관심이 상당하다. 우선, 자동차 및 이차전지 산업은 보편관세 부과와 친환경산업 육성 정책의 후퇴가 실현될 때 수출과 생산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산업 관련 정책은 보편적 관세 부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연비규제 폐지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중에서 보편적 관세 부과는 FTA 체결국으로 협상의 여지가 있는 편이나 관세 부과 시 우리 업체들은 미국 현지생산 확대를 통해 대응하기에 국내 생산 및 수출이 상당 폭 위축될 수 있다. 수출시장 다변화도 필요하지만 중국 업체의 경쟁력 상승으로 신규시장 개척도 어려운 상황이다. IRA와 연비규제 폐지의 경우 우리 자동차업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관세 부과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시장 내 전기차 수요는 감소하겠지만 하이브리드차 경쟁력을 지닌 우리 업체도 전기차를 대체하는 하이브리드차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전기차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관련 설비투자를 진행 중인 배터리를 포함한 부품업체들은 규모의 경제 확보를 통한 재정적 부담 완화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이차전지의 경우 글로벌 이차전지 업황 부진 속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IRA 세액공제 폐지 또는 축소 등이 가시화된다면 기업의 투자 의욕이 크게 저하될 우려가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시장 성장세 둔화가 심화되면서 이차전지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 등의 실적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RA 친환경차 구매세액공제(Section 30D),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Section 45X)와 같은 배터리 지원책의 철폐 또는 축소를 현실화할 경우 우리 기업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될 것이다.
반면 대중국 견제의 반사이익으로 조선,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산업 등은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정책 전환에 따라 일반기계산업의 수출 증가도 예상된다. 조선산업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특수선 MRO(유지·보수·운영) 및 신조선 관련 한미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특수선 사업을 진행하는 조선사의 사업 확대가 예상되고, 미국의 중국 해운, 물류 및 조선산업에 대한 견제 가능성에 따라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미국에 기항하는 중국 건조 선박에 항만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제재가 본격화된다면 미국 노선을 운항하는 선박에 대한 우리나라 조선사의 수주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산업의 경우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디스플레이 패널기업이 추가되고 아이폰을 비롯한 주요 제품에 중국산 패널 적용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미국의 중국 견제 강화 기조는 국내 패널기업의 점유율 방어에 긍정적일 것이다. 또한 미국 내 삼성전자와 중국 디스플레이기업 BOE 간의 특허 분쟁 결과가 한국에 유리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나, 이러한 영향력이 시장에서의 결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정보통신기기산업 역시 미국의 대중 견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통신장비 세계 1위인 화웨이는 주요 부품 공급 차질 및 거래 제한 등의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한국 기업은 소폭의 반사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 제재에 낸드플래시 비중이 50% 정도를 차지하는 SSD가 포함될 경우, SSD의 대중 수출(2023년 SSD 총수출에서 28% 비중)이 축소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한편 반도체산업은 최근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며 한국 반도체기업을 위협 중인 상황이다. 아직 직접 경쟁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중국 기업의 저가 제품이 중국시장에서 대량으로 유통되면 전체 반도체시장의 단가를 끌어내리는 효과가 나타나 우리 수출에도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기존의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그대로 집행하지 않고 대중국 규제가 더욱 심화될 경우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 계획은 더욱 힘들어지고 우리의 대미 직접수출도 많지 않기에 반도체 역시 긍정적 효과에 대한 전망이 우세하다.
일반기계산업은 재생에너지 및 그린 전환 관련 투자의 위축·지연으로 관련 기계장비·부품 및 친환경 냉매 기반 공조 시스템 등의 수출은 부정적일 수 있으나, 신규 공장 건설 및 설비투자 수요 확대로 공작기계·건설기계·펌프류·금형 등의 수출 증가와 화석연료 생산 확대와 관련된 가스터빈·천공기 품목 수출의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철강은 직접적인 수출 부담 증가와 더불어 수요산업의 영향에 따른 2차 영향을 함께 받는다. 국내 철강산업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쿼터가 이미 시행 중으로 철강의 대미국 직접 수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조강(crude steel) 원산지 규정 강화 및 쿼터할당량 축소 등의 조치가 강화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보편적 기본관세 도입 시에는 주요 수출국의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한국산 중간재 수요 감소와 제3국에서의 수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수요산업의 대미국 수출 감소 및 현지생산 확대에 따라 관련 철강재 내수는 감소할 수 있으나 대중 견제 반사이익으로 조선, 기계류 등의 국내 수요 증가 가능성도 일부 존재한다.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 공급망 안정화하고
그린·디지털 전환 경쟁력 확보 위한 선제적 투자 지원
2025년에도 13대 주력산업은 글로벌 교역 및 정책 환경 변화에의 대응, 선도 부문에서의 초격차 확보, 전통 부문에서의 수요 정체 및 경쟁 심화 대응, 친환경·디지털화 전환 관련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위축이 예상되는 산업의 내수 진작, 수입 범람에 따른 피해 확산 방지, 불확실한 교역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수출경쟁력 강화 및 수요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전략 마련,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한 공급망 안정화, 그린 및 디지털 전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 지원 등이 주요한 정책 과제로 제시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공세 강화는 한국의 수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철강, 자동차, 이차전지 등 한국 기업의 대미국 투자가 고용 창출, 생산 확대 등을 통해 미국 지역경제에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지를 강조해 국익 관점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가는 것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기업의 원료 및 중간재 조달에서 미국의 대중국 무역통제조치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는 중국산 품목에 대한 점검과 현지 또는 제3국으로의 대체 공급망확보 가능 여부에 대한 검토 등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다양한 위험요인과 기회요인을 살펴보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 본 원고는 지난 11월 25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경제·산업 전망’의 일부를 활용해 작성했으며, 따라서 작성시점까지의 상황이 반영된 견해임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