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특집
“다가올 트럼프 쓰나미, 촘촘한 민관 협력으로 대응할 필요”
조상현 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2025년 01월호


최근 우리나라 대미 무역 현황은 어떤가.

미국 내 소비 증가와 한국 제품에 대한 높은 수요에 힘입어 지속 성장했다. 특히 지난 11월까지 대미 수출은 자동차와 전자를 중심으로 493억 달러 상품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흑자 추세는 트럼프 1기(2017~2020년)에도 유사했다. 비록 2018년 우리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는 실효성 있는 협상으로 국익을 지켜내고 양국 간 무역에서도 흑자를 유지하며 경제성장을 이어나가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임기 내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이어졌고 2020년 166억 달러까지 늘었다. 

트럼프 1기에 비해 2기 통상정책의 특징은 무엇인가?
큰 틀에서 관세를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미국이 가진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다자 관계보다는 양자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트럼프 1기 때 특정국(중국)과 특정 산업(철강, 알루미늄)에 관세조치를 집중했다면, 2기에서는 관세 부과 대상국과 대상 품목의 범위가 늘어나고 이를 레버리지 삼아 무역적자 해소뿐만 아니라 불법이민, 마약, 방위비, 환율 등 다양한 이슈를 엮어 미국 이익 실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극단까지 끌어올린 ‘아메리카 베스트’ 정책을 추구하면서 이른바 트럼프 쓰나미가 몰려오게 될 것이다. 심지어 더 노련해졌다. 1기 행정부는 인선도 늦어지는 등 우왕좌왕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2기는 취임 전에 인선이 마무리돼 가고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형 통상정책을 펼칠 것이다. 1기 때 관세 등의 직접 제재라는 ‘큰 주먹’을 보여주는 어떤 투박함을 지향했다면, 이제는 바이든식의 세밀하게 법·제도로 ‘꼬집는 것’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높은 난도의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어떻게 진행될까?
트럼프 2기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국내 제조업 재건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는 정권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심화하고 있으며, 트럼프 2기에서도 보다 강화된 관세조치와 제3국 우회 차단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과도한 대중국 의존도를 해소하려 할 것이다.

미중 갈등에 우리 입지 선정이 중요해 보인다.
최근 미국의 대중국 관세폭탄 예고에 중국도 핵심광물 수출 통제로 맞대응하며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의 서막이 올랐다. 우리가 미국, 중국과 포커를 친다고 생각해 보자. 그들이 보유한 카드를 생각하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현실은 양국 주도로 게임이 급격히 진행돼 여유 없이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반도체 등 첨단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대중국 압박 국면은 분명히 우리에게 기회다. 미국의 목표는 중국의 첨단 분야 기술 수준을 현 상태로 얼려놓겠다는 거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첨단제조업 분야의 경제적 패권을 강화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 제조수출 강국인 한국과의 협력이 긴요하다. 미국이 손 놓았던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세액공제, 법인세 인하 등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확대할 것이고, 중국을 제외한 한국, 일본, 독일 등이 그 혜택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우리 기업들의 투자로 한국이 미국 내 국가별 일자리 창출 기여도 1위를 달성하는 등 구체적 실적이 있다는 점, 합리적 가격의 고품질 중간재를 공급하며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적극 어필해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챙겨야 한다.

우리에게도 보편관세 부과 등의 가능성이 있을까?
「무역법」 301조, 「관세법」 338조 등 다양한 현행법으로 보편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FTA 상대국에도 새로운 양허협상 요구 또는 FTA 무력화를 통해 관세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에 유리한 환경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이 개정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바이든 정부가 우리 기업에 약속한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때 협정 위반을 문제 삼아 국제기구 등의 분쟁해결제도를 활용하거나 미국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익이 크지 않으므로 다른 접근법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트럼프의 압박은 궁극적인 목적이라기보다는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전략적 수단임을 이해해야 한다. 현시점에서는 실현 여부보다는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편관세의 경우 미국의 모든 수입국에 부과될 것이고, 상호대응세율은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경쟁국과 비교해 더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미 FTA가 무력화된다면 기존 무관세 혜택을 보던 미국 기업 역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이해관계자와 함께 이러한 변화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논리로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 예외를 적용받거나 부분 개정에 합의하는 방식 등을 취할 필요가 있다. 또한 IRA의 경우 3,46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 중 대부분(78%)이 공화당 하원 지역구에 집중돼 있으므로 이 사실을 적극 활용해 한국 기업의 투자가 미국 제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있고 한국이 중국을 대체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강조하는 등 민관이 협력해 아웃리치(적극적인 소통·설득)를 전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민관 아웃리치는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지금까지 대미 통상외교는 주로 연방정부와 연방수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이제는 현지에서 달라진 우리 기업의 위상을 반영해 민관이 역할을 나눠 통상외교의 책임을 분담하고 긴밀히 협력하는 풀뿌리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 정부는 주로 연방정부 및 연방의회를 대상으로, 기업과 민간은 주정부, 주의회 등 지역별 촘촘한 로비를 통해 우군을 확보하고 협력의 실효성을 높이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시점이다. 2026년 11월 상하원 중간선거가 실시되므로 트럼프로서는 2025년이 주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입법 및 행정조치를 집중해야 하는 때다. 따라서 트럼프 2기가 들어서는 첫해가 가장 중요한 시기인 만큼 모든 역량을 이 기간에 집중해 대미 아웃리치를 강화해야 한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고관세 부과 예정 대상국에 있는 우리 기업도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
중국에 투자한 한국 대기업은 주로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중국의 전반적인 대미 수출 여건 악화에 따른 간접적 피해가 예상된다. 한편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해당국에 투자하는 장점이 급감해 대다수 기업이 큰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이며 현재로선 뚜렷한 대응 전략도 없다. 하지만 백색 가전, 자동차 부품 등의 생산 거점이 많은 멕시코 티후아나 등지에서 당장 미국으로 이동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현실적으로 생산단가 문제 때문에 단기간에 거점을 옮기는 것은 어렵다. 해당국 간 협상 동향 추이를 지켜보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의 무역 비중이 큰 만큼 그들과 함께하지 않고서는 대중 견제 압박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없다. 
 
오성록 『나라경제』 기자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