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중소기업의 활약이 돋보인다. 중소기업 수출은 지난해 1,151억 달러로 전년 대비 상승 국면으로 전환하며 대한민국 수출 회복세를 이끌었다. 또한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5’에서 한국 중소기업들이 130개 혁신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10여 년 전 CES 수상 명단에서 한국 중소기업을 볼 수 없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발전이다.
국제적 선전의 다른 한편에서, 녹록지 않은 국내경제는 현실로 다가온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쌓인 대출금 이자와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은 늘어났지만, 지난해 매출 실적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되레 감소했다. 그뿐 아니라 AI·디지털 등 치열한 신기술 도입 경쟁, 저출산에 따른 인력난, 전 세계적 강달러와 보호무역 기조 등 대내외 환경 변화는 경영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민생경제 최접점 부처로서 ‘민생경제 활력 회복’을 필두로, ‘혁신과 스케일업’, ‘선제적 미래대응’의 3가지 정책방향을 설정했다.
온누리상품권·동행축제 확대해 내수 회복에 박차
첫째, ‘민생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내수를 촉진하고 당면한 경영 충격에 대비한다. 이를 위해 먼저 중기부는 내수시장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자 가용한 정책재원을 상반기부터 집중 투입한다.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5조5천억 원 규모로 확대하고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골목형 상점가 200곳을 추가 지정한다. 특히 설 명절을 기점으로 소비심리를 확실히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1월 10일부터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15% 특별할인에 더해 15% 환급행사를 동시 진행 중이다.
아울러 지난해 세 차례 열린 동행축제에서 4조5천억 원의 매출을 창출한 저력을 이어, 올해는 동행축제를 상·하반기 각 2회씩 총 4회로 확대 개최할 계획이다. 3월 온라인 판로전을 시작으로 계절별로 동행축제를 열어 내수시장에 온기가 연중 지속·확산될 수 있도록 힘써나간다.
고금리 등으로 그간 누적된 소상공인의 금융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3조2천억 원 규모 전환보증 공급, 대환대출 거치 기간 부여, 상환연장 인정 요건 완화 등 ‘소상공인 금융 3종 세트’를 신속 지원하고, 성실상환자에게는 추가대출, 금리인하 등의 혜택을 준다. 경영 위기 소상공인은 빠르게 채무를 조정할 수 있도록 전국에 30개 ‘소상공인 채무조정지원센터’를 구축하고 회생법원, 신용회복위원회와의 협업을 통해 회생·파산 등 채무조정 절차를 효율화할 계획이다. 또한 폐업부터 취업·재창업까지 소상공인 재기를 종합 지원하는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를 시행해 영업 안전망을 촘촘히 한다. 폐업하는 소상공인에 대한 점포 정리비용 지원 한도를 기존 25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확대하고, 중기부 ‘희망리턴패키지’를 고용노동부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연계해 취업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밀 경영진단을 통해 준비된 재창업도 지원할 예정이다.
최근 고환율로 경영 애로를 겪고 있는 수출입 중소기업을 위해 최대 1조5천억 원 규모 정책자금 등을 지원한다. 수출바우처를 활용해 최대 1천만 원 한도 내 단기 수출보험, 환변동보험 등을 지원하고, 환율변동을 반영한 납품대금 연동 계약체결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창업생태계 고도화 및 디지털 전환 촉진하고,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
둘째, ‘혁신과 스케일업’을 위해 신산업 분야 혁신기업을 육성하고, 디지털 전환 촉진을 지원한다. 먼저 AI, 바이오 등 초격차 분야 등에서 미래 산업발전의 동력이 될 첨단 스타트업을 1천 개 이상 육성한다. 경쟁력을 갖춘 딥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해 사업화부터 기업 상장까지 레벨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개방형 혁신을 돕는 ‘딥테크 밸류업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행하고, 대기업이 협력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행하면 모태펀드에서 최대 20억 원을 매칭 투자하는 ‘밸류업 펀드’를 신설한다.
스타트업 밀착 지원에 더해 해외 우수인재 유입과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촉진하는 등 창업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추진한다. 외국인 기술창업을 위한 ‘스타트업코리아 특별비자’ 발급 시 학력, 투자유치 실적 등 형식적 요건보다 사업성·혁신성을 중점 평가하는 한편, 서울·부산 양 거점에 국내외 기업, 투자자 등이 모여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글로벌 창업허브’도 조성한다. 한인 창업이 활발한 실리콘밸리에는 ‘(가칭)K-스타트업 실리콘밸리 타운’을 구축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혁신의 원천인 벤처투자시장의 활력 증진도 속도 있게 진행한다. 모태펀드 출자사업을 1분기로 앞당겨 시행해 1조9천억 원의 신규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글로벌펀드 1조 원도 추가 조성해 국내 벤처투자시장이 13조 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국내외 벤처펀드 확대는 국내 벤처투자시장 재도약을 이끌고, 해외 벤처캐피털(VC)의 K-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외에 중소기업 AI 확산을 위해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하고, 디지털 기반 제조역량을 높인다. AI를 활용한 생산성 혁신, 신사업 창출 저변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 AI 확산법’과 ‘스마트제조산업 육성법’을 조속히 발의할 예정이며, 디지털 공장, 제조 AI 센터를 통해 현장 맞춤형 디지털 전환을 가속할 것이다.
셋째,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미래도약을 준비한다. 우선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도 견고한 글로벌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육성한다. 낮은 고정비용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기술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테크서비스 수출바우처를 신설하고, 해외 수요기업과의 안정적 기술거래를 지원하는 ‘글로벌 테크브릿지 플랫폼’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아울러 온라인 쇼핑 확장세에 맞춰 관세장벽이 비교적 낮은 소상공인 스몰브랜드 수출을 활성화한다. 아마존·네이버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등과 협력해 소상공인의 제품 기획부터 플랫폼 입점·판매·배송 전 과정을 지원하며 소상공인 수출 확대를 도모하고자 한다.
수도권 외 지역의 지속 가능한 기업 생태계도 만들어나간다. 민간의 역량과 자본이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상권기획자·상권발전기금·상권투자조합 3종 제도를 도입하고, 지자체가 기획한 지역 특화산업 프로젝트에 자금·수출·R&D 등을 포괄 지원하는 ‘레전드 50+ 2.0’ 프로그램을 4천억 원 이상으로 확대해 추진한다.
또한 국내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한다. 친족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의 흑자 도산을 방지하기 위해 M&A 방식의 제3자 승계를 지원하는 ‘기업승계법’을 제정해 고령 경영자의 원활한 기업승계를 돕고, 20만 외국인 유학생의 직무교육, 취업매칭, 정주비자 전환 등 전 단계를 지원해 외국 인재의 국내 중소기업 유입을 촉진한다.
인내외양(忍耐外揚), 인내심을 발휘해 어려움을 이겨낸다. 중소기업계에서 꼽은 신년 사자성어로, 우리 중소기업들의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치유와 풍요를 뜻하는 푸른 뱀의 해 2025년, 소상공인과 중소·벤처기업이 당면한 어려움들을 푸른 뱀처럼 유연하게 헤쳐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중기부도 비상한 각오로 준비한 정책을 실행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