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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왜 다시 경제성장인가?
남창우 KDI 연구부원장 2025년 03월호
경제성장을 제고하는 것은 정부의 재정여력을 확대해 일자리 부족이나
저소득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빈곤, 범죄 등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이바지할 수 있어


우리나라는 꽤 빠르게 1인당 GDP 3만 달러를 달성했지만 성장동력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2020년대 이후 잠재성장률은 2% 내외로 떨어졌으며, KDI는 이대로라면 2040년대에는 잠재성장률이 1%가 채 되지 않으리라고 예측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저출생에 의한 노동인구 감소와 함께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생산요소 투입을 통한 성장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특히 한 나라의 경제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이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어 이런 추세를 추가로 반영하면 2040년대 잠재성장률은 0%대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요소 투입을 통한 성장이 한계에 직면한 한국,
생산자원 배분의 비효율과 혁신 둔화 등이 문제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우선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1인당 GDP 3만 달러를 늦게 달성했음에도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매우 저조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약 20년 먼저 1인당 GDP 3만 달러를 달성했지만, 달성 당시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우리나라에 비해 1.7배나 높았다. 우리나라는 20년 후의 기술과 자본을 사용하는데도 경제구조가 비효율적이어서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의 문제가 단순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한 지난 25년간 업종별 총요소생산성을 분석해 보면 보건 및 사회복지(-1.7%),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1.2%), 문화 및 기타서비스(-0.8%) 등 서비스 관련 업종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혁신을 이끌어야 하는 업종임에도 효율성보다는 과도한 노동투입 증가(8.4%)를 통해 산업이 유지되고 있다. 과도한 노동투입은 결국 생산성의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경제성장이라는 큰 틀에서 세 가지 주요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는 생산자원이 다른 국가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시장규제가 매우 강하다. 예를 들어 전문서비스업의 진입규제나 서비스업 영업 관련 규제, 소매 가격에 대한 규제 등의 수준이 매우 높아 경쟁 같은 시장의 순기능을 저해하고 업종 내 이해집단의 지대(地代)를 보호해 생산요소의 원활한 이동을 제약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시장규제가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근에 더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직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한정된 인적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것을 저해해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제약하고 있다. 과도한 중소기업 지원이나 정책금융도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하기 위한 ‘창조적 파괴’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두 번째 요인은 창조적 혁신이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 이동성은 지난 20년간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됐다. 그 결과 사회 구성원의 동기부여가 약해지고, 그로 인해 인재 배출이 저조해지면서 창조적 혁신이 위축돼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 시스템은 어떤가? 최근 10년간 학생 1인당 공교육 지출액이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중등학교에서 기초학력조차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학생 비중은 오히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렇게 공교육이 약해지면 사람들은 사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사교육 지출 여력이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 인적 역량 개발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이는 나아가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확대하고 기술격차를 악화시킨다. 연구개발(R&D)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지출은 다른 OECD 국가들의 세 배 이상이지만 그 경제적 성과, 즉 R&D 대비 지식재산 사용료 수입 비중은 오히려 다른 국가들의 삼 분의 일 수준이다. 즉 R&D의 혁신 성과가 부진함에 따라 경제 전체의 창조적 혁신이 둔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생산성 저하의 마지막 요인은 사회자본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는 것이다. 사회자본은 제도, 규범, 사회적 신뢰와 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되는데, 2019년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나 사업 관련 정책환경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취약하고 규제에 대한 부담도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와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점차 상승하고 있으나 여전히 절대적 신뢰 수준은 낮은 상황이다. 결국 이렇게 취약한 사회자본이 사회 내 보이지 않는 지대 추구나 도덕적 해이 등 사회적 비용을 상승시켜 한국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제약하고 있다.



규제·노동 개혁과 공교육 강화로 혁신성장 지원하고
행정통합과 행정권한 강화 통해 사회자본 확충해야  


우리는 왜 다시 경제성장을 논의해야 하는가? 답은 경제성장이 궁극적으로 사회 안정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통계청과 한국은행 자료를 이용해 경제성장이 지역 간 성장 격차를 축소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할 가능성이 높음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1인당 생산성이 향상될수록 빈곤계층 비중은 낮아지고 고소득층 비중이 높아짐을 확인했다. 이는 경제성장을 제고하는 것이 정부의 재정여력을 확대해 일자리 부족이나 저소득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빈곤, 범죄 등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면 우리는 생산성, 즉 경제성장 동력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생산자원이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규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전문서비스시장 진입규제를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고용안정성을 제고하는 노동개혁, 노사합의 기제를 개선하고 중소기업 근로자를 보호하는 노사관계 선진화가 필요하다. 더불어 기업 지원을 혁신성장 중심으로 전환하고 정책금융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둘째, 둔화하는 창조적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유아·초등 보편교육의 양과 질을 제고해 사회 이동성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입시를 자율화하고 교육관리 체계를 개선해 중등교육을 개혁해야 한다. 대기업의 국가 R&D 참여를 유인하고 공공연구시스템을 혁신해 국가 R&D를 효율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견고한 사회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지역 간 행정통합과 더불어 행정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대기업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에 대한 감시기능 강화와 함께 기업 간 거래의 협상력 격차를 완화해 원하청 거래의 공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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