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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디지털 전환 기술 중심의 개편으로 생산성 제고, 신시장 창출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이사대우 2025년 03월호
한 국가의 경제발전 단계가 중진국을 넘어서면 경제성장은 대부분 생산성의 문제다. 기존의 물적 투입이 한계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생산활동의 효율성을 높여야 경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글로벌시장에서 품질이 높은 제품을 만들어내거나 비용을 절감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과 같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공급망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등 글로벌 교역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제조업 노동생산성 미국의 87%, 서비스업은 51%···
고생산성 업종만 살리는 구조조정은 실현 어려워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생산성은 높지 않다. 생산성은 생산요소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로 정의되는데, 노동생산성을 기준으로 한국경제의 생산성은 경쟁국들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한국생산성본부 통계를 현대경제연구원이 계산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전 산업 노동생산성(취업자당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92%, G7 평균의 86%, 미국의 62% 수준이다. 그런데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121%, G7 평균의 122%, 미국의 87% 수준에 달한다. 반면 서비스업은 OECD 평균의 85%, G7 평균의 77%, 미국의 51% 수준으로 상당히 낙후돼 있다. 

한국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성이 제고돼야 하며, 산업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단순한 해법은 생산성이 높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내 고부가가치 업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구조조정으로 저부가가치 업종은 최소화하고 생산성이 높은 업종만 살리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상은 산업 간 거래의 복잡성, 사회적 무형 가치의 중요성, 생산요소의 이동성 제약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칼로 재단하듯 산업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설령 계획대로 산업구조의 변화가 이뤄지더라도 생각지 못한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할 것이라 확신한다. 따라서 생산성을 높이는 산업구조 개혁은 산업이나 업종 각자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데 일차적인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산업별 비중 변화는 경제발전 단계에 걸맞은 산업 전략의 방향성과 시대 가치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한국경제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즉 한국경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는 것이다. 바로 제조업이다. 우리 제조업 생산성은 글로벌 상위권 수준이다. 나아가 제조업 내 자본축적(투자)과 기술혁신(R&D 투자)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에도 경제의 전반적인 생산성을 끌고 가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제조업 내에서도 신흥공업국의 빠른 추격으로 전망이 불확실한 업종은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산업 합리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둘째,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낙후됐다고 평가받는 서비스업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은 것은 서비스업 내 대부분 업종이 내수시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교역재인 제품으로 수출시장까지 접근하기에 시장의 크기와 그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 규모에 제한이 없지만, 비교역재인 서비스를 주로 내수시장에 제공하는 서비스업은 근본적으로 시장 규모에 한계가 있다. 내수시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산업은 온실 속 화초와 같아 외풍이 불어올 때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된다. 최근 우리 유통업계가 중국의 알리, 테무 등에 고전하는 것이 그 사례다. 과거에 비해 교역 가능한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되는 글로벌 추세에 맞춰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에 스스로를 노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비스업 내 많은 업종이 영세해 성장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자본투입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산업생산성의 핵심요소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화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한국경제에서 서비스업은 부가가치 기준으로 약 70%를 차지한다. 만약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만 있다면 한국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사회적 합의로 가장 바람직한 한국형 산업생산성 
제고 방안 마련해 빠르게 실행에 옮겨야


셋째, 디지털 전환 기술 중심의 산업구조로 변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시장을 주도하는 디지털 전환은 4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추격자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선진국에서 시작됐다. 지금의 한국 산업이 직면한 문제와 맞닿아 있다.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향후 노동력 부족에 직면할 우리로서는 디지털 전환이야말로 산업구조 변화 측면에서 생산성을 제고할 유일한 솔루션이다. 디지털 전환 기술의 또 하나의 장점은 모든 업종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화 수준이 높은 제조업은 물론 사람의 인지·사고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서비스업에서도 AI 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들이 고안되고 있다. 특히 시장의 외연을 확장한다는 의미에서 디지털 전환 기술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기업에 신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끝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교역환경에서 우리 산업경제의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그동안 잘나가던 산업이 글로벌 시스템의 변화로 생산성이 급격하게 약해지면서 경쟁에서 밀리는 경우가 흔해졌다. 생산의 물리적 공간, 공급망의 안정성, 관세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개별 산업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통상정책이 가져오는 글로벌 산업 지형의 변화와 시장 분절화(경제 블록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우리 통상 당국의 글로벌시장을 보는 거시적 안목이 절실하다. 민간도 해외시장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미래 시장은 생산성이 곧 경쟁력이다. 다른 국가와 기업에 비해 우월한 생산성을 가져야 시장을 장악할 수 있고, 통상환경 변화에도 좌우되지 않는 자기만의 성장 경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모든 경제주체가 이를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가장 바람직한 한국형 산업생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빠르게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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